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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연간 가계대출 첫 감소...'디레버리징의 역설'로 본다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1.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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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지난해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가계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8조7000억원 줄며 전체 금융권의 총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2조6000억원 줄어들었다. 모두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첫 감소다. 연간 기준으로 사상 첫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현실화된 것이다.

글로벌 긴축 기조 속에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상승 폭이 크게 둔화하고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의 감소 폭은 커졌다.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뛰면서 ‘빚 갚는 게 재테크’란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이자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계가 대출 상환을 서둘면서 가계부채 축소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2022년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액은 1년 전과 비교해 8조7000억원(0.5%)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연말 잔액 기준으로 첫 감소다.

지난해 연간 가계대출 잔액이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 1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발표가 나온 12일 서울 한 은행에서 시민이 대출창구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연간 가계대출 잔액이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 1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발표가 나온 12일 서울 한 은행에서 시민이 대출창구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 가계대출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56조2000억원 증가를 기록한 이후 2020년(112조3000억원), 2021년(107조5000억원) 전년 대비 7% 이상의 증가율로 100조원 이상씩 늘어나며 오름폭이 커졌다가 지난해 금리 상승기에 첫 내림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주담대는 1년 전보다 27조원이 늘었지만, 2021년 증가액(69조2000억원)보다 오름 폭이 크게 둔화했다.

신용대출·비주택담보대출 등을 아우르는 기타대출이 35조6000억원 줄면서 가계대출 잔액 감소 전환을 주도했다. 기타대출은 저금리와 코로나19 대응으로 유동성 공급 확대 속에 2020년(45조3000억원), 2021년(38조3000억원) 연속 큰 폭의 오름세로 가계대출 확대를 주도했지만, 지난해엔 반대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 셈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대출금리 상승과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시행 등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기타대출 잔액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금융업권별로 보면 은행권과 제2금융권 가계대출 모두 감소 전환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1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조6000억원이 줄어들었다. 이 역시 2004년 관련 통계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18년 만의 첫 감소다.

은행 주담대는 전세자금대출(8조4000억원)을 포함해 20조원 늘었지만, 기타대출이 신용대출(-18조8000억원)을 중심으로 22조8000억원이나 급감하면서 가계대출의 감소 전환을 이끌었다. 주담대의 경우 커지는 이자 부담에 신규 주택거래 자체가 줄어들면서 일반개별 담보대출이 6조3000억원 감소해 주담대 증가액은 전년(56조9000억원)에 비해 3분의 1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보험(3조7000억원), 저축은행(2조3000억원)에서 소폭 증가했지만, 상호금융(-10조60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1조3000억원)는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5조9000억원 떨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대출규제 정상화 조치를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는 한편, 가계부채 안정적 관리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국의 가계부채 규제가 금리 인상과 맞물리면서 가계대출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만큼 올해에도 안정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이른바 ‘디레버링의 역설’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올해 경제주체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금융권 가계대출 증감 추이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금융권 가계대출 증감 추이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가계부채 축소는 금융권의 잠재적인 부채리스크를 줄이는 데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디레버리징이 단기간에 가속화할 경우 자칫 급격한 자산 감소로 이어져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부채를 감축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만큼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고등이 켜진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와 맞물려 디레버리징 속도는 앞으로 예의주시해할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정부와 국내외 전망기관은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을 밑돌 것으로 한결같이 예상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줄지 않다가 10년 만의 3%대 기준금리 시대를 맞으면서 연간 기준 첫 감소세를 보인 가계부채 문제가 가뜩이나 위축되는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해지는 국면이다.

가계에 ‘빚부터 갚자’ 바람을 불러온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새해 들어서도 언제 끝날지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경기 위축기에 금리 인하만으로 디레버리징의 부작용을 방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가계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디레버리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디레버리징 이슈는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카드사태 발생 이후 한 번도 디레버리징 과정 없이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통화정책 수장의 기본적인 시각인데, 그렇다고 서둘러서도 안되고 또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중장기적으로 살펴봐야 될 문제”라며 “경기 상황이 안 좋을 때는 급격히 디레버리징을 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한다고 하면서 단기적으로 경기를 위해 늘려버리면 나중에 더 많은 코스트(비용)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다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리만 가지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주택금융의 구조적 형태와 고정·변동금리, 선·후분양 문제 등이 모두 관련돼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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