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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열달 걸려 4%대로 꺾였지만...관리물가 '관리' 중요해지는 이유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3.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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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물가 상승세가 10개월 만에 4%대로 꺾였다. 지난해 7월 외환위기 이후 최고점(6.3%)를 찍은 이후 반년 동안 5%대에서 횡보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한 계단 내려서면서 고물가 기조가 다소 완화했다. 

지난해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석유류 가격이 2년 만에 하락한 영향이 컸지만, 상반기 동결 기조에도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해가 바뀌면서 충격파를 던진 ‘난방비 폭탄’ 이후 전기·가스·수도 등 주요 공공요금 인상이 속속 유보된 만큼 연내에 인상이 단행될 그 시기와 폭에 따라 물가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 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 지난해 4월(4.8%) 이후 10개월 만에 오름 폭이 4%대로 내려섰다. 전월(5.2%)보다는 상승률이 0.4%포인트(p) 떨어졌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5.4%) 5%대로 올라선 이후 6월(6.0%)·7월(6.3%) 6%대로 치솟았고, 8월(5.7%) 이후엔 지난해 12월(5.0%)까지 5%대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올해 1월 전기요금 때문에 5.2%로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한 달 새 오름 폭의 두 배 수준으로 물가 시계를 되돌렸다.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역대 최대폭 상승을 기록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4%대로 둔화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6일 서울의 한 건물 전기계량기. [사진=연합뉴스]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역대 최대폭 상승을 기록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4%대로 둔화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6일 서울의 한 건물 전기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물가 둔화는 핵심 품목의 물가 기여도에서 ‘유이’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한 석유류(-0.05%p)와 축산물(-0.06%p) 가격 하락 영향이 컸다. 품목별로 볼 때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각각 6.0%, 3.8%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물가는 축산물 가격 하락(-2.0%)으로 1.1% 상승에 그쳤는데, 축산물은 축산농가를 돕기 위한 가격할인 행사로 2019년 9월(-0.7%) 이후 3년 5개월 만에 내림세로 전환했다.

상품 중 공업제품의 경우 5.1% 올랐는데, 가공식품 물가가 10.4% 오르며 2009년 4월(11.1%) 이후 최대 수준으로 상승 폭을 키운 반면 석유류 가격은 1.1% 떨어져 2021년 2월(-6.3%) 이후 2년 만에 하락했다.

올해 들어 물가 불안은 공공요금발 쇼크와 맞물린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1,2월 연속 역대 최고 상승률을 찍었기 때문이다.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동월 대비 28.4% 상승, 관련 통계가 2010년부터 작성된 이후 역대 최고 오름 폭을 기록했다. 전기료(29.5%)와 도시가스료(36.2%), 지역 난방비(34.0%) 가격이 급등했다. 1월에도 28.3%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는데, 상승률이 한 달 새 0.1%p 더 올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기·가스는 변동이 없었는데 일부 지자체의 수도요금이 오르면서 소폭 상승했다”면서 “소비가 조금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물가) 하락요인이고, 중국 경제활동 재개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움직임이 있어서 물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제·통화정책당국에서는 지난달까지 ”올해 1분기까지는 5%대의 높은 물가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해왔는데, 예상보다 이르게 4%대 물가로 내려선 둔화가 얼마나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지난해 금융통화위원회의 예상과 부합하는 물가 둔화세라고 평가하면서 3월에도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공공요금 인상 폭·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잠시 주춤하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라며 "부문별로 불안 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주요 먹거리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적어도 3월 물가지표는 기저효과 등으로 둔화세를 보이겠지만 ‘물가 잡기는 불확실성과의 전쟁이기도 하다’는 말처럼 불안 변수를 주시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전기·가스·수도 가격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전기·가스·수도 가격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물가 둔화세의 관건은 공공요금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유럽 등 주요국과는 달리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때 반영하지 않아 이연된 공공요금 인상이 올해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앙정부가 나서서 민생을 위한 공공요금 인상의 속도조절을 요청하고 지방정부도 이에 호응해 잇따라 인상을 유예하고 있고, 주류·가공식품 등에 대해서도 원가 절감 등을 통한 인상 자제를 당부하면서 전방위 인상 확산 흐름은 우선멈춤 상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일각에서 ‘관치 논란’을 부르기도 하지만 관리물가가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해 물가 상승의 원인이 방역조치 완화 등으로 인한 수요 측 요인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인한 공급 측 요인에 있었다면, 최근에는 그 원인이 관리물가에 있다는 분석이 나와 관리물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일 내놓은 ‘고물가 현상 언제까지 지속되나?-관리물가로 본 고물가 현상' 보고서를 통해 "전기료와 도시가스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관리물가 상승세가 나타났으며, 이런 흐름이 최근의 고물가 현상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며 ”관리물가가 전체 물가 불안을 가중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획적인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관리물가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대상으로 만든 가격지수로 한국은행에서 산출한다. 소비자물가지수 품목 458개 중 40개로 공급 주체에 따라 공공부문(전기료·도시가스·수도요금 등 14개)과 정부 재정지원을 받거나 인허가·신고 등 간접적 행정규제를 받는 민간부문(휴대전환료·외래진료비·시내버스요금 등 26개)으로 구분되며, 소비자물가지수 내 비중은 20%가량(공공 5.8%, 민간 14.1%)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관리물가 상승률은 2021년 하반기 플러스(+)로 전환한 뒤 꾸준히 상승세를 타다가 지난 1월에는 5.8%를 기록,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5.2%)을 웃돌았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평균치로 관리물가 상승률(4.3%)이 소비자물가 상승률(5.6%)을 밑돌았지만 올해 첫 달 역전은 그만큼 공공요금발 쇼크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관리 품목 제외 물가상승률은 2021년부터 상승 폭이 확대됐지만 지난해 하반기 5.9에서 지난 1월 5.0%로 최근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연구원이 관리물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공공부문 품목 중 전기료·도시가스의 관리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각각 2.38%p, 2.15%p로 관리물가 상승세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연구원은 이러한 관리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되는 만큼 전체 물가 불안 현상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만 해도 관리 품목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가 1.1%p에 달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관리물가의 기여도는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0.14%p였는데, 현재 1%p를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소비자물가, 관리물가, 관리품목 제외 물가상승률 비교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제공]
소비자물가, 관리물가, 관리품목 제외 물가상승률 비교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제공]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관리물가의 높은 상승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며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는 지연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상반기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관리물가와 국제상품 가격이 현 추세를 유지할 경우 3.9%, 관리물가와 국제상품 가격이 높아질 경우 4.4%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내 전기료, 도시가스, 시내버스료 등 관리 품목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큰 만큼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는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인데, 최근 안정되고 있는 석유류, 농축수산물 등 관리 품목 제외 물가상승률이 다시 반등할 경우 소비자물가의 상승 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공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고려해 고물가 기조에는 가격을 동결 및 인하하는 등 유연하고 계획적인 대처로 관리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관리 품목 중 전기료, 도시가스 등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받는 품목이 많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예측력 개선 및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기반을 마련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인위적인 물가 통제로 인한 역효과 우려도 있지만 관리물가만큼 정책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부분도 없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에서 관리물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아 관리물가 변동이 소비자물가의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관리물가의 ’관리‘도 그만큼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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