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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금융 충격에도 견디려면...두 갈래로 강화되는 은행 '자본버퍼'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3.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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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은행의 잇따른 파산 여파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위기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낸다. 그간 대손충당금·준비금 등 예상 가능한 손실에 대해서는 은행이 자본을 쌓아 대비하도록 해왔지만, 앞으로는 금융 충격 속에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해서도 충분한 완충 능력을 갖추도록 두 갈래의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도입 7년째 유명무실화돼 있는 경기대응 완충자본(CCyb) 제도를 제대로 살리고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를 새로 도입해 추가 자본 적립을 통해 금융위기가 닥치더라도 은행권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올해 1월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0.3%대에 진입했다. 사진은 시중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올해 1월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0.3%대에 진입했다. 사진은 시중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1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민간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은행권 자본 비율 제고를 위해 이같은 내용의 건전성 제도를 정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강화를 위해 제도 정비에 나선 배경은 지난해부터 고금리·고환율로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다.

자본적정성을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이 12.26%로 규제비율(7.0~8.0%)를 웃돌았지만 채권평가손실 등의 영향으로 2021년 말(12.99%)에 비해 0.7% 하락했다. 미국(12.37%), 유럽연합(14.74%), 영국(15.65%)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자본적정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최근 배당확대 흐름을 타고 앞으로 자본비율 하락 가능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자산건전성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때 낮아졌던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부터 금리상승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연체율은 0.25%로 1년 전보다 0.04%포인트(p) 상승했다. 이날 금감원이 발표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월 말(0.25%) 대비 0.06%p, 전년 동월 말(0.23%) 대비 0.08%p 올랐다. 이는 2021년 5월(0.32%) 이후 20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6월 0.20%까지 떨어졌다가 7개월 만에 0.1%p 넘게 오르며 0.3%대까지 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확대를 통한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 강화를 추진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2016년 제도를 도입한 뒤 활용은 한 번도 하지 않은 경기대응완충자본을 활용하기로 하고 오는 2~3분기 중 현재 적립수준이 0%인 CCyb에 추가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팬데믹 시기 급증한 대출 자산의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먼지 쌓인 자본버퍼(완충) 카드를 꺼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CCyb는 신용 팽창기에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해 과도한 신용 확대를 억제하고 신용 축소 또는 경색 때 적립된 자본을 해소해 신용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제도디. 현행 자기자본비율과는 별도로 자본을 쌓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시스템 취약성을 개선하는 바젤3 자본규제의 일환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은 위험가중자산의 0∼2.5% 범위에서 감독당국이 비율을 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과도한 신용팽창·금융불균형 축적에 대응해 CCyb 규제보다는 대출·유동성 규제를 주로 활용해 왔다. 그에 비해 주요국은 은행의 CCyb 적립 수준 조절을 통해 민간신용과 실물경기 상황의 급격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영국은 시스템리스크 평가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2016년 1%의 경기중립 버퍼를 도입했는데, 오는 7월 2%로 높일 예정이다. 스웨덴도 오는 6월부터 2%의 CCyb을 적용키로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민간신용 확대로 신용축적 관련 지표가 강한 적립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고, 금융지원조치 등으로 부실이 누적·이연되고 있으며, 위기 시 정책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 등을 들어 ”우리나라도 CCyb 부과를 통해 선제적 자본확충을 도모함과 아울러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시 파급경로 [자료=한국은행 제공]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시 파급경로 [자료=한국은행 제공]

금융위는 ”2019년 하반기부터 신용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적립신호가 발생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를 고려해 적립수준 0%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CCyb 적립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으로 해외사례를 고려해 적립신호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도 감염병, 지정학적 리스크 등 예상하지 못한 외부 충격에 대비해 상시적으로 자본버퍼를 유지토록 하는 경기중립 CCyB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은행권 손실흡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또 다른 축으로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도 도입한다.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 등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ST)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은 의무적으로 자본을 더 쌓도록 하는 것이다.

당국은 금리·환율·성장률 등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상황 지속 시 은행의 적정자본 유지 여부 등 손실흡수 능력을 점검하는 ST를 주기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여기에 미흡한 평가를 받은 은행은 의무적으로 자본을 추가로 쌓게 하는 게 새 제도의 내용이다. ST 등급별로 0.5%, 1%씩 자본을 더 쌓는 방식을 적용한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고금리, 고환율 등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상황 지속 시 은행의 적정자본 유지 여부 등 손실흡수 능력을 점검하는 작업으로, 감독당국은 주기적으로 은행권을 상대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가 미흡한 경우에도 개별 은행에 추가자본 적립의무 부과 등 직접적인 감독조치를 내릴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어 추가자본 적립은 '권고' 수준에 그쳐 왔다.

갈수록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제 미국, 유럽처럼 제도적으로 구속력을 높여 개별 은행의 위기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경우 대형 은행에 대해 ST를 실시하고 미흡한 은행에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만도 30개 은행에 대해 2.5~9.0%의 추가 자본을 쌓도록 했다. 유럽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대형 은행에 대해 ST 결과를 포함한 리스크 평가 결과에 따라 은행별로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차등해 부과하고 있는데, 지난해엔 100개가 넘는 은행에 최대 4%의 추가 적립을 명령했다.

당국은 이같은 해외의 부과 수준을 고려해 국내 은행들도 차등 부과하도록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 기회에 은행 ST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테스트 전 과정에 대한 검증,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제도 정비도 병행하기로 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경기대응완충자본 등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것이 최근의 선진적 자본규제에 부합한다"며 "손실흡수능력 확충에 대해 규모뿐만 아니라 시기, 속도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은행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경우 비은행권으로의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비은행권의 건전성도 균형감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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