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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물가 반등했지만...SVB 사태에 동반 상승은 멈춘 환율·유가 변수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3.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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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석 달 연속 떨어지던 수입물가가 지난달 다시 고개를 들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더불어 오르면서 4개월 만에 상승했다. 지난해 마지막 달만 해도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전월 대비 수입물가를 끌어내렸던 것과 견줘 두 달 만에 나타난 반대 흐름이다. 그만큼 ‘쌍변수’인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는 수입물가에 대한 파급력은 커지고 있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는 기저효과로 24개월 만에 하락 전환해 당분간 전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 100 기준)는 138.03으로 1월(135.20)보다 2.1% 올랐다.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부산항 감만부두. [사진=연합뉴스]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부산항 감만부두. [사진=연합뉴스]

전월 대비로 지난해 11월(-5.5%)에 이어 12월에 13년 9개월 만에 최대 폭(-6.5%)까지 하락한 뒤 지난 1월(-2.1%) 낙폭이 줄어들더니 넉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1월과 견줘 원재료는 광산품(2.1%)을 중심으로 2.2% 올랐다. 석탄 및 석유제품(5.7%), 화학제품(2.1%) 등이 오르면서 중간재도 2.3% 뛰었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1.4%, 1.7%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수입물가가 0.5% 떨어져 2021년 2월(-0.3%) 이후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지난해 2월 전년 동월 대비 오름 폭(30.7%)이 컸던 기저효과로 2년간 이어오던 상승곡선에서 벗어난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 전년 동월 대비 수입물가는 매월 30%를 웃돌면서 고물가를 자극했던 터라 당분간 1년 전 지표와 비교하는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기저효과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까지 떨어진 물가 둔화세에 선행물가지표 격인 수입물가가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게 된다.

전월 대비로는 수입물가 흐름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데, 국제유가와 환율 변수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하면서 수입물가지수가 상승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매매기준)은 지난달 평균 배럴당 82.11달러로 1월(80.42달러)에 비해 2.1% 올랐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도 1270.74원으로 1월(1247.25원)보다 1.9% 상승했다. 유가와 환율의 오름 폭 수준으로 수입물가가 오른 셈이다. 환율효과를 제한한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0.4%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달 기준으로 1년 전과 견줘 국제유가는 11.1% 낮고, 환율은 6.0% 높은 수준이다.

환율 영향으로 2월 수출물가지수(115.17)도 1월보다 0.7% 올라 역시 넉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환율효과를 통제할 경우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1.0%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지속해서 동반 상승할 경우 지난달처럼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불가 불안을 부추길 공산이 커진다는 게 문제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졌던 지난해에는 두 변수가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배럴당 120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위협한 국제유가 급등이, 하반기에는 달러당 144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폭등(원화가치 하락)이 각각 수입물가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었다.

유가와 환율의 변동성은 국내 물가 둔화와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지난달 정부가 8개월 만에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공식 선언한 터에 쌍변수가 동반 상승하는 것이 한국 경제로서는 피하고 싶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달 초순(1~10일)까지도 환율은 평균 3.1% 오르고 두바이 유가도 0.7% 상승했다.

수출입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수출입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그렇게 동반 상승 흐름이 이어졌지만 최근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여파다. 전날 미국 정부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SVB 폐쇄에 따른 은행의 도미노 도산을 방지하기 위해 예금자 보호·금융기관 지원 등 일련의 긴급 대응책을 내놓은 직후 오는 22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재가속론이 쏙 들어갔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시스템 붕괴위기로 악화하지 않도록 연준이 '금융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커지면서 금리동결론(현재 상단 4.75%)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 상원 청문회에 나와 “탄탄한 경제지표를 볼 때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준비가 있다”고 밝히면서 빅스텝(0.5% 포인트 인상) 전망이 커졌고, 그 충격으로 지난 8일 원·달러 환율은 22원이나 급등해 2431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SVB 대책이 나온 전날 원·달러 환율은 5일 전 오름 폭(22원)만큼 급락해 1301원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도 SVB 붕괴 후폭풍을 막기 위한 대책이 나온 직후 두바이유의 경우 배럴당 81.01달러로 1.15% 떨어졌다.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5% 급락해 배럴당 74.80달러까지 낮아졌다. 

이번 하락에 대해 금융시장 혼란이 커진 데 따른 일시적 요인이라는 분석과 금융권 위기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 둔화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상존한다. SVB 쇼크가 가라앉고 연준의 금리 인상 스텝이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할 경우 국제유가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맞물려 글로벌 경기 회복력 측면에서 상방 압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로서는 환율 재급등이 수입물가를 통한 전체 물가 자극은 물론 금융 불안까지 키우는 파급력이 있는 만큼 원화가치 하락이 깊어질 경우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국제유가가 적절하게 오르는 쪽이 그나마 감당하기 나은 편이다. 지구촌 수요 회복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지난달까지 5개월째 역성장 늪에 빠진 수출전선의 부진 탈출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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