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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폭스 '국내감염'으로만 지역사회 확산...아시아 지각 전파 왜?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4.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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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엠폭스(MPOX·원숭이두창)가 지역사회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N차감염(연쇄감염)의 우려를 키운다. 지난주 5명이 확진됐는데, 이번주 들어 이틀 만에 5명이 추가돼 누적환자는 18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13명은 해외 여행력이 없는 국내 감염 추정 환자로, 확진자의 대다수가 모르는 사람과 밀접접촉을 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사회 추가 확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열흘여 동안 하루 한 명꼴로 확진자가 나오면서 6개 시·도로 확산하자 방역당국은 엠폭스 치료 병상을 지정하고 백신접종을 적극 안내하는 등 감시와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19일 국내 감염으로 추정되는 엠폭스 환자가 서울과 경기에서 1명씩 추가로 발생해 누적 확진환자는 18명으로 늘어났다며 상세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날 3명 확진에 이어 이틀 동안 5명이 확진돼 확산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7일 국내 감염 추정 환자가 처음 나온 이후 11일 동안 모두 13명이 확진된 것이다.

지난해 9월 원숭이두창으로 불렸던 엠폭스에 대한 주의 안내가 인천공항 출국장 내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원숭이두창으로 불렸던 엠폭스에 대한 주의 안내가 인천공항 출국장 내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학조사 결과 지난해 확진된 4명을 포함한 누적 환자 18명 가운데 15명은 선행 확진자와의 밀접접촉을 통해 감염됐고, 2명은 환자와 접촉, 1명은 환자 치료병상 의료진으로 나타났다. 이달 발생한 13명의 확진자 모두 최초 증상 발생 전 3주 이내 해외 여행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돼 국내 감염으로 추정됐다. 위험노출력으로는 고위험시설 등에서 익명의 사람과의 밀접접촉력이 확인된 사람이 대다수였다.

국내 감염 추정 환자의 거주지는 수도권(서울 5명, 경기 3명)에 집중됐지만 경남(2명), 경북(이하 1명), 대구, 전남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외국인은 1명이다.

방역당국은 세계 각국에서 엠폭스 확진자가 속출하던 시기인 지난해 5월 31일 ‘관심’ 단계의 위기경보를 처음 발령했다. 한 달도 안 돼 6월 22일 해외에서 돌아온 내국인이 국내 첫 확진자로 발생하자 ‘주의’ 단계로 수위를 높였다. 올해 들어 지난 2월 다시 관심 단계로 낮췄다가 지난 13일 국내 밀접 접촉을 통한 지역사회 확진자가 나오자 다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질병청은 엠폭스 백신접종 안내를 강화하는 가운데 신속한 병상 배정을 위해 17개 시도별 엠폭스 치료 병상을 지정·운영하기로 했다. 시도별로 5개 이상 병상을 지정하되 환자 발생이 많은 시도는 10개 이상을 지정하게 된다. 또한 고위험군 이용 커뮤니티, 관리 단체와 협업해 예방수칙을 알리고, 고위험군 이용 시설과 모바일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감염 예방수칙 준수 안내문을 제작해 배포했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인 엠폭스는 대부분 2~4주 후 자연 치유되고, 치명률은 1%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는 만큼 막연한 우려와 과도한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징아다.

다만 특정한 집단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만큼 자진 신고를 통해 지역사회로의 추가 전파를 막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역사회 내 숨은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일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잠복기가 길고 은밀한 방식으로 전파가 이뤄지는 질환의 특성상 자발적 검사와 신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록 제한된 경로이지만 모르는 사람들과의 피부·성접촉같은 밀접접촉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권고다.

세계보건기구(WHO) 분석에 따르면 엠폭스 확진자 96.4%가 남성이고, 그중 79.2%는 18~44세에 분포돼 있다. 감염경로가 조사된 1만8946명 중 82.1%가 성적 접촉으로 확진됐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여부가 확인된 3만6511명 중 48.5%가 HIV 양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부터 엠폭스 비풍토국인 유럽·북미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해 지구촌 전체 환자 수는 지난 16일 기준 총 110개국 8만7039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120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0.13% 수준이다.

엠폭스 확진자의 감염경로. [자료=질병관리청 제공]
엠폭스 확진자의 감염경로. [자료=질병관리청 제공]

지구촌 대부분 지역에서 발생이 감소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아시아 특히 일본·대만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서 확진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만 해도 발생이 미미했지만 엠폭스는 아시아(7개국 169명)에 뒤늦게 침투하는 양상이다.

일본은 지난해 8명의 환자가 보고됐지만 올해 98명 늘어 세 자릿수 확진을 보였으며, 이중 97명은 자국 내 발생으로 추정됐다. 지난달부터는 매주 10명 이상이 발생해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도 지난해 확진 규모(4명)보다 올해 5배 이상(21명)으로 늘어났다.

이같이 엠폭스가 한국에까지 상륙해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뒤늦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주기가 긴 감염병이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견줘볼 때 호흡이 긴 편이라 대륙 이동도 그만큼 더딘 셈이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15일 YTN에 출연해 “호흡이 매우 빠른 감염병인 코로나19와 달리 엠폭스 경우에는 잠복기가 매우 길고 전파가 느린 특성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이동한다”며 “그래서 이미 유럽에서는 한 번의 웨이브(유행)가 지나간 것이고,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엠폭스는 호흡이 조금 긴 감염병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친 게 3년 정도 됐지만 엠폭스 같은 경우에는 10년, 20년, 30년 이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감염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발견되는 감염자들의 대부분이 해외여행력이 없거나 특정한 접촉력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서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엠폭스가 굉장히 가까이 있다”면서 “지역사회에서 감염이 나온다는 것은 접촉 감염원을 추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계속해서 엠폭스와의 공존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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