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민간소비 덕에 역성장 탈출했지만...'재고 기여도'에서 본다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4.25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한국 경제가 ‘기술적 경기침체’로 여겨지는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면했다. 실내 마스크를 벗은 민간소비의 회복으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3% 성장하며 한 분기 만에 힘겹게 반등했다.

지난해 4분기 2년 6개월 만에 받아든 마이너스 성장(-0.4%)의 경제 성적표가 플러스 전환한 것은 민간소비가 나홀로 버텨준 덕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 성장기여도에서 자리바꿈한 이후 4개 분기 연속으로 내수는 플러스, 순수출(수출-수입)은 마이너스 흐름으로 엇갈리면서 불황 속 경제 버팀목의 교체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기저효과 등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내수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다보는 올해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의 경로로 한국경제가 회복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실내 마스크 해제로 민간소비가 회복되면서 한국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면했다. 사진은 서울 명동거리. [사진=연합뉴스]
실내 마스크 해제로 민간소비가 회복되면서 한국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면했다. 사진은 서울 명동거리.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연간 실질 GDP' 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GDP는 전기 대비 0.3% 성장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 충격이 밀려든 2020년 1분기(-1.3%)·2분기(-3.0%) 연속 역성장한 이후 3분기(2.3%)부터 9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보이다가 지난해 4분기 수출 급감으로 마이너스(–0.4%)에 빠졌지만 한 분기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는 0.8% 상승, 2020년 4분기(-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가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5% 증가했지만, 정부소비는 0.1% 늘어나는데 그쳤다. 건설투자는 0.2% 증가한 반면 설비투자는 반도체장비를 중심으로 기계류가 줄어 4.0% 급감을 보였다. 수출은 반도체 부진을 자동차 등 운송장비 호조로 메우며 3.8% 증가했고, 수입은 3.5% 늘었다.

GDP 성장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내수가 1년째 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내수는 0.3%p 성장을 이끌어 지난해 2분기(1.7%p), 3분기(2.0%p), 4분기(0.1%p)에 이어 4개 분기째 플러스 기여도를 보이며 저성장 수준의 추가 하락을 막아왔다. 반면 순수출은 성장률을 0.1%p 끌어내렸는데, 지난해 2분기(-1.0%p), 3분기(-1.8%p), 4분기(-0.5%p)에 이어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여도를 보였다. 1년간 성장률을 갉아먹은 수준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1년 전만 해도 내수가 마이너스(–1.1%p), 순수출이 플러스(1.7%)였는데 경기 둔화기에 접어든 이후엔 정반대로 바뀌어 수출 부진을 내수 회복으로 근근이 메워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정부가 ‘경기 둔화 진입’을 공식 진단하면서 불황을 반영하는 투자·재고 지표는 향후 성장 회복을 더디게 할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수요 둔화로 기업 투자가 움츠러들면서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가 4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0.4%p)가 전환했는데, 내수의 상쇄효과 없었다면 올해 첫 분기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었던 셈이다.

재고증감 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0.3%p에서 이번에 0.2%p로 오르며 플러스로 돌아섰다. 투자는 줄고 재고는 쌓이는 국면이 길어질 경우 하반기 반등 시나리오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1분기에 성장률을 0.2%p 끌어올린 재고 기여도는 지난해 연간 성장률(2.6%)을 높인 수준과 같지만 2021년 성장률(4.1%)을 낮춘 수준(–0.1%p)에 비해서는 높다.

경제성장률 분기별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경제성장률 분기별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했는데 팔리지 않고 쌓인 재고도 엄연히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이기에 GDP 증가로 반영된다. 세계경제 침체가 깊어지고 고물가 속에 국내 소비의 구매력이 떨어져 재고가 계속 늘어나면 기업이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GDP는 감소하고 성장률도 하락하게 된다. 수출과 내수의 빠른 회복이 없다면 재고 소진에 소요되는 기간은 늘어나게 되고, 다시 생산을 늘려 성장 속도를 높이는 본격적인 경제 회복은 그만큼 더디게 되는 것이다.

다만 한은은 재고가 향후 경제 회복 경로에서 성장 여지를 넓힐 요인으로 바라봤다.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 재고의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생산을 위해 수입한 원유 등도 재고로 잡히는 만큼 향후 성장 개선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2분기부터 원유수입이 늘면서 재고가 쌓인 부분도 있다. 증가폭은 둔화되긴 했지만 미분양주택 재고가 늘어난 것도 있다”며 “재고로 쌓인 부분들은 미분양 주택이 줄면 건설투자로 잡히고, 반도체 재고는 소진되면 줄고, 자동차 재고는 수출이 잘 되고 있어 수출로 나가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1분기엔 재고 기여도가 높게 나타났지만, 향후 재고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다른 부분의 성장 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재고가 나중엔 다른 부문의 성장으로 반영되겠지만 문제는 민간소비 증가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다. 6개월째 내리막을 타면서 부진이 장기화하는 수출이 갑자기 반등할 수는 없는 터라 민간소비가 당분간 성장 버팀목 역할을 지속해야 하는데, 내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지난달 한은은 소비흐름을 평가하는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주택 경기 부진 등으로 인해 올해 민간소비 증가세가 상당폭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민간소비는 코로나19 방역 해제에 따른 단계별 일상회복 효과 등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 5년 평균(2015∼2019년·2.6%)을 크게 웃돌았지만, 올해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년 대비 가계의 실질구매력 증가율이 2021년 3.5%에서 지난해 3.0%로 낮아진 뒤 올해는 0.7%까지 떨어진다는 전망에 근거를 두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