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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끝났다'...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등 활력과 새로운 시작점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5.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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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2021년 8월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이후 밀려든 반도체 혹한기가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지형도 흔들어놓았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톱2를 이뤘던 SK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에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전날 나온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올 1분기 글로벌 D램 매출 집계에서 지구촌 수요 감소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4분기보다 21.2% 줄어든 96억6300만달러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매출 41억7000만달러로 24.7% 감소했지만, 시장점유율에선 0.2%p 축소로 선방하면서 1위(43.2%)를 지켰다.

반면 SK하이닉스 매출은 23억1200만달러로 31.7% 급감, 시장점유율(27.6%→23.9%)도 줄며 3위로 내려갔다. 마이크론은 매출(27억2200만달러) 감소 폭이 3.8%p에 그친 덕에 점유율(23.1%→28.2%)에서 9년 만에 SK하이닉스와 자리바꿈했다. D램 가격 하락 속에서 K-반도체는 마이크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파는’ 전략으로 나선 결과, 물량(출하량)면에서 '더 판' 미국 간판 메모리 업체의 추격을 허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다만 이같은 글로벌 톱3의 부분 재편은 일시적인 현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이 마이크론 제품의 구매 금지를 결정한 가운데 레거시(구형) 반도체 비중이 높은 마이크론이 2위 자리를 유지하기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 ‘챗GPT 열풍’을 타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이슈가 지구촌으로 크게 확산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성장 차별화가 점쳐진다.

AI 서버에서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고성능·고용량 D램이 탑재되는데,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일반 D램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에 K-반도체가 원활하게 대응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40%)와 SK하이닉스(50%)는 절대적인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일시적인 D램 순위 변동에 따른 우려보다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그 기대감은 금융시장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마이크론과 다른 부문인 시스템 반도체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엔비디아가 챗GPT 효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 K-반도체의 주가 급등을 불러오면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생성 AI용 GPU 설계와 공급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엔비디아는 지난 2~4월 매출(71억9000만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13% 줄어들었지만, 순이익(20억4000만달러)은 26% 증가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특히 AI 칩 등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매출(42억8000만달러)이 14% 늘어난 가운데 5~7월 매출은 11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가이던스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전망치)를 제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71억5000만달러)를 대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뉴욕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27%가량 폭등했고, 이어진 정규장에서도 24.37% 급등했다.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기업 엔비디아는 올해 초만 해도 143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2.7배나 뛰며 시가총액 9393억달러를 기록,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아마존과 함께 ‘1조달러 클럽’ 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같은 ‘엔비디아 훈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5, 26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7만전자’와 ‘10만닉스’를 터치하고 넘으면서 폭등했다. 이틀 연속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삼성전자의 주가는 26일 전 거래일보다 2.18% 오른 7만300원에 거래를 마감, 지난해 3월 29일(7만200원) 이후 처음으로 7만고지를 돌파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5.94%, 이날 5.51% 상승해 10만92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중에는 11만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AI 반도체 수요 증가를 근거로 실적 가이던스를 크게 상향함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확대됐다”며 “특히 AI 모델 개발을 위한 GPU 수요와 클라우드 수요가 개선되는 점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감산 효과와 D램 가격 하락 둔화세로 하반기에는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회복으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향후 ‘챗GPT 신드롬’ 속에 AI 반도체용 수요까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K-반도체는 조만간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선행지표인 코스피에서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등 활력을 찾으면서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던 한국 경제의 버팀목 반도체 수출 회복도 앞당겨질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모바일 D램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HKMG(High-K Metal Gate) 공정을 적용한 LPDDR5X.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모바일 D램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HKMG(High-K Metal Gate) 공정을 적용한 LPDDR5X.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이같은 회복론은 글로벌 IB의 진단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간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을 가장 보수적으로 바라본 것으로 잘 알려진 모건스탠리는 지난 22일 ‘메모리, 변화의 바람’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장 전망에 주목했다.

이 IB는 “올 2분기 가격 조정은 시장의 예상보다 뛰어나다. 가격과 재고 모두 변화의 속도가 개선되고 있다”며 “3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수요-공급 균형이 이뤄지고, 4분기에는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수정 폭이 곧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로운 시장의 도래도 예고한다. 모건스탠리는 “이 사이클(메모리 업황 반등)을 넘어 AI 파동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생성 AI용 반도체 수요로 새로운 시장의 확대를 내다본 것이다.

보고서는 ”시장에서는 AI가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AI 산업이 수년이 아닌 수십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믿으며, 그 AI 경제가 훨씬 커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AI 서버가 기존 서버에 비해 2~3배 더 높은 메모리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AI 서버를 채택하면 모든 유형의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메모리 불황 탈출에 뒤이어 AI 산업에서 K-반도체로 대변되는 ’메모리 강자‘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반도체의 겨울은 곧 끝날 것이고, 메모리의 봄은 다시 새롭게 올 수 있다. 모건스탠리 메모리 업황 분석 보고서의 첫 머리는 이를 예고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도 시사한다.

“기다림의 게임은 끝났다(The waiting game is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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