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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월만에 보는 2%대 물가...근원물가·기대인플레로 짚어본다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7.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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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를 기록하면서 올해 상반기 끝자락에 마침내 고물가 기조가 2%대까지 꺾였다. 지난해 워낙 급격하게 석유류 물가가 치솟은 데 따른 기저효과로 1년 9개월 만에 물가 오름 폭이 2%대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6.3%로 고점을 찍은 뒤 11개월 만에 3%선까지 깼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둔화 폭 확대에도 3%대에 머물러 있어 물가 진정세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다. 통화당국도 석유류 가격 등 기저효과가 사라지게 되면 연말께 소비자물가가 다시 3%대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3%대의 근원물가, 기대인플레이션율의 하향 안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6월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7%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4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6월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7%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4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 100 기준)로 1년 전보다 2.7% 상승,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둔화했다. 지난해 7월 피크아웃(정점 통과) 이후 올해 1월(5.2%)까지 오르내림을 거듭하며 횡보하다가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로 둔화세가 커지더니 6월엔 이번 물가 하강기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0.6%포인트(p)나 떨어졌다.

전월 대비로는 보합(0%)를 기록, 6개월째 이어지던 오름세도 일단 멈췄다. 지난해 상반기와 견준 누계 상승률에서는 4.0%를 기록했다.

품목 성질별로 석유류 물가가 2%대 소비자물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1년 전보다 석유류 가격이 25.4% 떨어지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로 최대 하락 폭을 보였다. 

지난해 6월 석유류 가격 상승 폭이 연중 최대치(39.6%)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전체 소비자물가에 대한 기여도가 5월 -1.0%p에서 6월 -1.5%p까지 확대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5월에는 -18.0%를 기록했다가 6월에는 –25.4%를 기록했는데, 기여율 자체가 5월에 비해 0.48% 정도 더 하락 폭이 커졌다”며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 폭(0.6%p)의 75% 정도가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458개 품목 중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물가’로 평가되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5월 3.2%에서 6월 2.3%로 낮아졌다. 2%대의 상승 폭은 2021년 3월(2.1%) 이후 27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면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뺀 채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농산물 ·석유류 제외 근원물가는 전월보다 0.2%p 떨어진 4.1%의 상승률을 기록, 5개월째 4%대에 머물러 있다.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0.4%p 하락해 3.5%를 기록했다. 이 근원물가는 지난해 11월 4.3%로 고점을 찍은 뒤 7개월 동안 둔화 폭이 0.8%p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 OECD 근원물가는 3.8%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소비자물가(3.9%)가 0.1%p 낮아진 반면 근원물가(3.9%)는 0.1%p 높아졌다. 그만큼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가 더딘  흐름이다. 한은 전망으로는 하반기 두 물가가 2.9%씩 올라 연말에는 소비자물가, 근원물가가 각각 3.5%, 3.3%에 수렴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예상대로 2%대로 둔화했지만,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 3% 안팎에서 등락'이라는 종전 전망을 유지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자료=통계청 제공]

근원물가 외에 한은이 물가대응의 중요 지표로 보는 것이 경제주체들이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을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인데, 역시 여전히 3%대로 높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을 확신해 임금상승 요구로 물가를 다시 높이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는 물가심리 지표인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월(4.0%)부터 낮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5,6월 연속 3.5%로 정체상태다. 1분기 3.9%, 2분기 3.6%로 둔화 폭도 작다.

한은이 지난달 19일 내놓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 전문가 단기(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분기 3.5%에서 2분기 2.9%로 떨어졌는데, 일반인 인플레이션 기대지표의 하락 폭보다 크다. 한은이 활용하는 국제경제조사기관 컨센서스 이코노믹스의 전문가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1,2분기 변동폭(3.0%→2.6%)이 일반인 단기 지표보다 다소 큰 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대로 바라보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물가 눈높이는 3%대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지난달 한은 조사에서 앞으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품목 중에서 전기·가스·대중교통료 등 공공요금이 79%로 가장 높게 꼽혔는데, 공공요금 인상이 이연된 실물 경제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 불안심리가 여전히 높은 상태임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 3분기 전기요금이 5개 분기 만에 동결됐다고는 하지만 4분기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전날 서울시가 교통요금 인상을 시사한 것 등을 볼 때 공공요금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하반기 물가 경로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상반기에 전년 동월 대비로 1월 16%대에서 6월 39%대로 높아졌지만 연말에는 한 자릿수까지 가파르게 둔화한 반면 공공요금 상승률은 상반기 한 자릿수에서 하반기 급등해 23~28%대로 높게 유지됐다.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크게 둔화한 주요 요인이 석유류 가격 기저효과라면 하반기에는 공공요금의 역기저효과가 물가 진정세를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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