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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폭 확대 모멘텀은 꺾였지만...안정화 속도 관건은 근원물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12.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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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 달 연속 3%대에 머물렀지만 상승 폭은 넉 달 만에 하락 반전했다. 단기 상승하며 3%대 후반까지 고점을 밀어올렸던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3%대 초반으로 오름세가 진정되는 모양새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의 상승률도 넉 달 만에 동반 내림세로 돌아서면서 한 달 남은 한국은행의 연간 물가 전망치 안착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물가 경로상에는 국제유가를 비롯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근원물가가 얼마나 내림세를 지속할지 여부가 향후 물가 안정화 속도를 결정하는 데 관건으로 꼽힌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넉 달 만에 3%대에서 하락 반전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넉 달 만에 3%대에서 하락 반전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년 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지난 6~7월 2%대로 둔화했던 물가상승률이 8월(3.4%)·9월(3.7%)·10월(3.8%)에 이어 4개월째 3%대를 유지했지만, 상승 폭 확대의 모멘텀은 꺾인 셈이다. 2%대 진입 직전인 지난 5월(3.3%)과 같은 수준으로 둔화한 것이다.

전월 대비로는 0.6% 떨어지면서 지난해 11월(-0.1%) 이후 1년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난해 7월(6.3%) 피크아웃(정점 통과) 이후 이듬달(-01.%)를 포함해 전월 대비 세 번째 하락으로, 내림 폭은 이번이 가장 컸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브리핑을 통해 "전월(3.8%)에 비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하락 폭이 다시 확대되고 농축수산물, 내구재, 섬유제품 상승 폭이 둔화하면서 (상승 폭이) 0.5%포인트(p) 하락했다"고 밝혔다.

올여름 이후 커지던 물가 불안이 잦아든 것은 최근 국제유가 안정세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9월만 해도 평균 배럴당 93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중동전쟁 확전 우려가 잦아들고 글로벌 수요 감소 전망으로 지난달 83.5달러까지 떨어졌다. 

석유류가 1년 전보다 5.1%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25%p 끌어내렸다. 내림 폭은 전월(-1.3%)보다 커졌다. 휘발유가 2.4% 올랐고, 경유와 등유는 각각 13.1%, 10.4% 내렸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기저효과로 1년 전보다 6.6% 올랐지만, 상승 폭은 정부의 공급확대에 따른 축산물 가격(-1.3%) 하락으로 전월보다 둔화했다. 전월 대비로는 수급여건 개선으로 4.9% 하락했다. 농산물 가격의 경우 채소류(9.4%)·과실(24.1%)을 중심으로 13.6% 올랐는데, 이는 2021년 5월(14.9%) 이후 30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농산물은 물가를 0.57%p 높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번 오르면 거의 떨어지지 않아 변동성이 가장 적은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0% 오른 반면 전월 대비로는 보합(0.0%)를 보였다. 그중 개인서비스(4.2%)도 전월 수준을 유지했는데, 물가기여도는 1.29%p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나란히 2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방식의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3.3% 올랐는데, 상승률은 9월(3.8%)·10월(3.6%)에 이어 석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3월(3.3%)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3.0% 상승, 10월(3.2%)에 이어 두 달째 둔화세를 보였다. 상승 폭은 역시 지난해 3월(2.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진단을 내리면서 근원물가 안정세에 주목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가적인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추세적인 물가 안정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3.0%까지 낮아진 근원물가 상승률을 언급했다. "미국과 유럽의 근원물가가 예전보다 낮아졌지만 아직 4~5%대를 보이고 있는 데 비해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라는 평가다. 한국의 OECD 근원물가가 10월 기준 미국(4.0%), EU(4.8%), 영국(5.6%) 등 주요국과 견줘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기조적 물가 흐름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추이, 소비자물가기여도 분석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추이, 소비자물가기여도 분석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향후 물가 진정세의 관건은 근원물가다. 지난해 11월 4.3%로 피크아웃 이후 6개월 만에야 3%대로 낮아졌고, 다시 반 년 만에 2%대 진입 경계선까지 떨어질 만큼 근원물가의 안정화 속도는 느렸다. 근원물가에서 4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는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은 탓에 근원물가는 전체 물가 상방 압력을 낮추는 데 한계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변동성이 가장 적은 개인서비스 물가가 완만하게 둔화함에 따라 근원물가는 내림세가 다져졌으며, 그만큼 추세적인 물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30일 7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보다는 (물가안정 목표인) 2%대로 조금 더 빨리 가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밝힌 것도 근원물가 둔화세 때문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3.2%로 우리나라 3.8%보다 (10월) 현재 낮은데 왜 더 늦으냐 하면 근원인플레이션이 미국이 우리보다 한 1%p 정도 높거든요. 그다음부터 떨어지는 속도는 달라질 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제시된 한은의 물가 전망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3.6%, 내년 2.6%, 2025년 2.1%다. 그에 비해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3.5%, 내년 2.3%, 2025년 2.0%로 소비자물가보다는 목표(2.0%)에 수렴하는 속도가 빠른 수준이다. 그만큼 기조적 흐름이 물가 안정화 경로를 지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현재 상승률 전년 누계비는 소비자물가가 하반기 들어 매월 이어진 3.7%로, 마지막달에 0.1%p 더 축소돼 연간 전망치에 부합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근원물가 전년 누계비는 5월(4.0%)부터 10,11월 연속 3.6%까지 내림세를 키운 점을 볼 때 12월 0.1%p 추가 둔화에 이어 내년에도 추세적으로 둔화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물가 경로 상에는 국내외 경기 흐름을 포함해 불확실성이 큰 변수들이 산재해 있어 물가 안정화 속도는 11월에 보여준 것만큼 빠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는 "근원물가 안정세 및 최근 국제유가 등 고려시 12월에도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겨울철 기상여건, 국제유가 변동성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중심으로 가격·수급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물가 안정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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