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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내수회복 지체, 내년 성장률 하향까지 '여파'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11.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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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경기 하강기에 들어선 올해 1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기준금리가 7연속 동결모드를 이어가며 한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통화정책의 확실한 방향성보다는 고물가와 저성장 사이에서 섣불리 양자택일할 수 없는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

높은 물가 수준에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해지면서 추가적인 통화긴축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무리하게 금리를 높일 경우 소비와 투자를 더 위축시켜 성장 동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물가가 전망경로보다 더디게 진정되지만, 경제도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는 만큼 한국은행으로선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내년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이고 경제성장률 눈높이는 낮춘 만큼 금리 인하라는 통화정책 전환 시점도 더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됐다.

더딘 내수 회복에 한국은행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사진=연합뉴스]
더딘 내수 회복에 한국은행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사진=연합뉴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하기로 의결했다. 한은이 2021년 8월부터 ‘포스트 코로나’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이후 지난 1월까지 10차례 긴축 페달을 밟은 끝에 3.0%포인트(p) 오른 정책금리는 지난 2월부터 7회 연속 묶인 채 해를 넘기게 된 것이다.

만장일치 동결 배경에는 물가 안정 지체과 성장 회복 지연 우려가 맞물려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물가는 예상보다 높아진 비용압력의 영향으로 지난 8월 전망경로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져 내년 상반기중 3% 내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물가경로는 국제유가와 환율의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장과 관련해서는 1년 반 동안 이어진 금리인상의 여파, 특히 소비 위축이 언급됐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에 대해 “내년 성장률은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와 더딘 소비 회복세의 영향으로 지난 8월 전망치(2.2%)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향후 성장경로에는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의 파급영향,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수출 회복세가 지속돼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고금리에 지갑은 닫은 소비 부진이 예상보다 깊어진 상황이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내수 회복세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1.6%)·소비(-0.8%)·투자(-3.3%) 지표가 모두 전월보다 뒷걸음치면서 석 달 만에 ‘트리플 감소’를 보였다. 그중 소비지표인 소매판매는 하반기 부진이 두드러졌다. 하반기 들어 7월(-3.2%), 8월(-0.3%) 등 석 달이나 마이너스를 보였다. 통화긴축의 영향 등으로 예상보다 지체되는 내수 회복 흐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출과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성장 동력의 한 축인 내수 부진이 길어질 경우 고물가에 저성장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하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는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종전 ‘상당기간’이란 표현이 ‘충분히 장기간’으로 바뀌었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더 길어질 것이라는 강세로 읽힌다. 그간 ‘상당기간’이 통상 6개월 정도로 해석돼 왔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통화긴축 지속 기간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라고 재확인하면서 “이는 6개월보다 더 걸릴 수도, 덜 걸릴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더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2%까지 수렴하는 기간을 내년 말이나 2025년 초반 정도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늦으면 2025년 상반기에나 금리 인하가 금통위 테이블에서 다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긴축 종료 시기와 글로벌 경제 회복 상황과도 견줘봐야 하겠지만 국내에서 고금리가 떨어질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은이 내년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깎으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높인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낮춰 제시했다. 지난 2월(2.4%), 5월(2.3%), 8월(2.2%)에 이어 계속 낮아진 성장 눈높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2.2%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로 유지했다.

한국은행 경제전망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은행 경제전망 [그래픽=연합뉴스]

내년 수출·설비투자 회복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모멘텀 약화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수출(재화)과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종전 3.1%에서 3.3%로, 4.0%에서 4.1%로 올린 반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1.9%로 내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3.5%에서 3.6%로, 내년엔 2.4%에서 2.6%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2025년 경제전망도 처음 제시했는데, 경제성장률은 2.3%, 물가상승률은 2.1%로 각각 내다봤다. 적어도 내년에 물가와 성장에 진통이 따른 뒤에야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물가와 성장이 비교적 균형 잡힌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는 상반기중 크게 부진했지만 하반기 이후 IT 경기 반등에 힘입어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성장세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물가는 지난해 정점(7월 상승률 6.3%) 이후 둔화 흐름을 이어오다가 최근 공급충격 영향으로 반등했으나, 앞으로는 내수압력 약화 등으로 둔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향후 성장·물가 전망경로에 불확실성이 큰 만큼 한은은 긍정과 부정의 대안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반도체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는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수출과 투자 회복 흐름이 강화되면서 내년 성장률이 2%대 초중반(2.3%)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추정 물가상승률은 2%대 중후반(2.8%)으로 높아진다.

부정적 시나리오는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차 파급효과가 확대되는 경우인데, 이 상황에서는 내년 성장률은 1%대 후반(1.9%), 물가상승률은 전망치를 다소 상회(2.8%)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각각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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