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대미·자동차·반도체 성장세, 올해 '수출 우상향' 얼마나 키울까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4.01.02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대(對)미국·자동차·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마지막 두 달간 나란히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역대급 경기 둔화기에 진입했던 지난해 4분기에 뒤늦게나마 ‘상저하고(하반기엔 반등)’의 수출 회복 모멘텀을 굳힌 동반 뒷심이었다.

추세적으로 4분기 내내 수출 플러스를 다지는 핵심요인이었던 만큼 올해 수출이 주도하는 경기 회복세를 얼마나 가속할지도 이들 3개 부문의 무역 활력 정도에 달려 있다.

새해 첫날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해 첫날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1년 전보다 7.4% 줄어든 6326억9000만달러, 수입은 12.1% 감소한 6426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무역수지는 99억70000달러 적자를 나타냈지만, 2022년 적자 폭(478억달러)에 비해서는 4배가량 개선됐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상반기 263억달러 적자에서 하반기엔 163억3000만달러 흑자로 반등, 3개월 연속 수출 증가와 함께 정부가 예상한 ‘상저하고’에 부합했다.

경기 회복 국면으로 향하는 건널목에서 지역적으로는 대미 수출, 품목 면에서는 자동차·반도체 쌍끌이 호조가 두드러지면서 올해 수출전선의 기상도를 밝게 한다. 19개월째 마이너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대중국 수출의 반전 시기나 개선 속도가 불명확한 만큼 이들 3대 플러스 기조는 당분간 경제 회복 속도를 가늠할 핵심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중국간 갈등으로 불거진 공급망 재편 등 무역환경의 변화와 글로벌 수요, 지정학적 리스크, 국제유가 변동성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확실히 바닥을 다진 이들 3대 성장세가 '수출 우상향' 속도를 얼마나 키울지 주목받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은 113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0.8% 급증했고, 월간 대미 무역수지는 50억3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두 월간 지표 모두 역대 최대치다. 12월 대중 수출은 109억달러로 2.9% 감소했는데,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웃돌며 미국이 한국의 월간 1위 수출국이 된 것은 2003년 6월 이후 20년 6개월 만이다.

미국은 연간으로 1년 전보다 5.4% 늘어 최대 실적(1157억달러)을 기록, 18년 만에 아세안(1092억달러·-12.5%)을 제치고 중국(1248억달러·-19.9%)에 이어 2위 수출시장 자리를 되찾았다. 한국의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3%로 중국(19.7%)에 1.4%포인트(p) 차로 바짝 다가섰는데,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작은 격차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도 사상 최대인 445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은 자동차 수출 호조 영향이 컸다. 자동차는 고물가에도 탄탄한 미국발 수요가 이어지면서 주력품목인 반도체의 역성장을 상쇄해 왔다.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같은 고부가 차량의 수출 판매 호조로 12월(17.9%)까지 18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유지하며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결과, 연간 70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던 2022년(541억달러) 실적을 1년 만에 큰 폭 경신했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와 이차전지에 대해 빗장을 높인 데 따른 반사이익까지 더해져 자동차 수출 호황이 절정에 달한 셈이다.

반도체는 지난해 연간으로 23.7% 감소한 986억달러에 그쳤지만, 마지막달에 21.8% 증가한 110억달러로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두 자릿수로 이어갔다. 산업부는 ”15개월 만에 1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반도체 수출 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이며, 이는 반도체 수출이 업사이클(up-cycle)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는 메모리 가격이 회복되고 고성능·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한 범용반도체까지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빙하기를 통과한 K-반도체의 회복경로엔 호재가 늘었다.

올해 수출은 각 기관별로 편차는 있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지난해 감소 폭 안팎의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수출 증가율 전망치가 9.3%로 가장 높은 수준이고, 한국무역협회는 7.9%,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7%를 각각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 산업연구원은 5.6%로 비교적 낮은 전망치을 제시했지만, 반도체(15.9%)와 자동차(2%) 모두 수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11.2%로 역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 반도체 수출은 15.6%로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자동차가 경기 둔화기를 지탱했다면, 올해는 반도체가 주도하는 경기 회복 국면이 예상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일 보고서에서 “자동차 수출이 석유제품(8.2%)을 제치고 2위 수출 품목으로 올라서면서 반도체와의 수출 비중 격차가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면서도 “2024년은 다시 반도체를 비롯한 IT 제품이 수출 회복을 견인하는 해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차량 재고 부족이 개선되고 있고, 최근 전기차 수요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은 어렵다”고 봤다.

과거 전체 수출액과 반도체 수출액 개선 추이 [자료=NH투자증권 제공]
과거 전체 수출액과 반도체 수출액 개선 추이 [자료=NH투자증권 제공]

전체 수출 개선보다 반도체 수출 회복이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고금리, 고물가가 글로벌 재화수요 회복을 제약함에 따라 과거 회복기에 비해 전체 수출액 개선 모멘텀은 평균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반도체 수출금액 회복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인데, 단가(P)보다는 물량(Q)효과에 기인한다”고 짚었다. 2022년 4분기부터 급감했던 반도체 수출물량이 지난해 8월 이후 추세선 수준을 회복해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열쇠는 반도체 단가로 지난해 8월 저점을 통과해 석 달 간 6% 상승한 수준인데, 이번 사이클의 D램 가격 상승 속도는 예전 사이클에 비해 더딘 상황이다.

그는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저점 통과 이후 평균적으로 29개월 동안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월 저점을 통과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반도체 수출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간 반도체 수출액이 100억달러만 유지해도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43%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반도체 주도 효과에 따라 제시한 연간 전체 수출 증가 전망치는 9%다.

대미 수출 확대는 글로벌 수요를 대변하는 중국의 경기 회복 지체와 맞물려 한국이 수출 활력을 빠르게 되찾는 데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종수요에 가까운 국제수지 기준 수출(해외현지법인 수출분 포함)의 경우 이미 2022년에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 규모를 뛰어넘은 바 있다”며 “이는 한국 수출 구조가 미국 B2B(기업간 거래) 투자 수요와 공급망 재편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중금리 하락에 시차를 두고 미국 제조업 업황(캐팩스 사이클)이 추세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하는 올해 하반기에 한국 수출 신장세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