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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다시 3%대 물가...'이지 디스인플레' 열쇠는 농산물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4.03.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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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 2.1%, 소비자물가 상승률 2.6%를 내다본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별도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를 분석했다. ’최근 한국·미국·유로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에서 주요국 물가가 피크아웃(정점 통과) 1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나라별 디스인플레이션에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짚었다. 각국의 물가가 피크아웃 12개월 동안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발생한 디스인플레이션 공통요인이 사라진 이후에 서로 다른 경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점+12개월‘ 이후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둔화 흐름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안정 목표(2%)를 향하는 마지막 구간인 ‘라스트 마일’에서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는 요인들이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우리나라는 내수압력 약화의 영향으로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 모멘텀이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에서 꾸준히 둔화하고 있으나, 주요국과 달리 농산물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과일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전통시장 과일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높은 수준의 농산물 물가 진정 여부가 ‘이지(순조로운) 디스인플레이션’의 열쇠가 된다는 판단이다. 이런 인식 아래 한은은 ‘정점+12개월’ 이후인 지난해 하반기 3.3%로 높게 유지됐던 물가상승률의 둔화가 더뎌져 올해 상반기에는 3%안팎(2.9% 관측)에 수렴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는 농산물의 ‘역습’이 본격화되면서 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 급등에 2%대 물가 방어선이 한 달 만에 맥없이 뚫렸다.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13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고, 신선과일은 무려 32년 5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을 기록하면서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년 100 기준)로 1년 전보다 3.1% 올랐다. 피크아웃(2022년 7월 6.3%) 1년 뒤인 지난해 7월 2.4%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12월 3%대에서 횡보하다 올해 첫달 어렵게 2%대(2.8%)로 떨어졌지만, 한 달 새 3%포인트(p) 올라 다시 고물가 허들을 넘어섰다.

3%대 물가 회귀에는 농산물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세부 품목성질별로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은 농산물밖에 없다. 농축수산물이 11.4% 오른 가운데 그중 농산물은 20.9% 급등했다. 2011년 1월(24%) 이후 13년 1개월 만의 최대 폭 상승이다.

과일값 고공행진이 주도했다. 신선과실이 41.2%나 앙등했다. 그 오름 폭은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로 커졌다. 지난해부터 수급난을 겪고 있는 사과와 배는 각각 71.0%, 61.1% 급등했고, 대체재로 꼽히는 귤(78.1%), 딸기(23.3%) 등도 크게 올랐다. 이에 더해 과일처럼 작황이 부진한 품목이 많은 신선채소도 11개월 만의 최대 폭인 12.3% 오르면서 신선식품지수가 20.0% 상승했다. 5개월째 두 자릿수 상승세다. 이에 대표적인 체감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3.7% 올랐다. 지난해 10월(4.5%) 고점을 찍은 뒤 오름 폭이 지난 1월(3.4%)까지 둔화하다가 넉 달 만에 확대됐다.

두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2.6%)와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2.5%)는 전월과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장기적인 물가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동반 진정세를 보였지만,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높은 먹거리 물가 중에서 농산물 기여도가 확연히 높아지고 있다.

주요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 [그래픽=연합뉴스]
주요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 [그래픽=연합뉴스]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 폭은 둔화했지만, 농산물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전체 물가 기여도에서도 명암이 엇갈린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1.9% 올라 2021년 10월(3.4%) 이후 31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크게 둔화했다. 외식 물가는 3.8% 오르면서 2021년 10월(3.4%) 이후 28개월 만에 가장 작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피크아웃 1년’을 넘어선 지난해 8월 시점과 견주면 농산물 물가 부담 확대가 상대적으로 확연해진다. 지난달 농산물의 전체 물가 기여도는 0.80%p로 물가를 가장 크게 끌어올린  품목으로 나타났다. 3.1% 오른 전체 물가 중에서 4분의 1가량을 농산물이 견인한 셈이다. 3개월 연속 0.5%p대 기여도를 보이다가 급등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0.25%p였는데, 7개월 사이 3배 넘게 물가 견인 수준이 커졌다.

반면 지난달 가공식품과 외식의 물가 기여도는 각각 0.17%p, 0.53%p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에는 각각 0.56%p, 0.69%p였다. 모두 3개월째 기여도가 떨어지는 추세다.

다시 3%대 물가를 맞으면서 농산물이 얼마나 물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추세적으로는 불안 수위가 높다. 한은에 따르면 3%대 중후반의 상승률을 유지했던 지난해 8~10월 중 물가가 큰 상승 폭(1.4%p)을 기록한 데에는 농산물 가격의 급등이 크게 작용해 3개월간 물가 상승률에 3분의 1가량을 기여했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먹거리 물가 중에서 농산물의 기여도가 가공식품, 외식에 비해 크게 낮았지만, 이제는 반대로 바뀐 만큼 농산물 가격 안정은 물가대응 경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생산이 30% 급감하고 수입도 사실상 막혀 있는 탓에 ‘금사과’가 되고 귤, 딸기 등 대체재 가격은 연쇄 상승하는 '과일발 악순환'이 농산물 물가를 끌어올리고 소비지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농산물 중심으로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다시 '재정지원' 카드를 꺼내든 이유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며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주요 먹거리 체감가격을 최대 40~50% 인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오렌지, 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수입 과일 3종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 인하를 적용하는 한편 3~4월 중 204억원을 투입해 13개 과일·채소에 납품단가를 지원해 유통업체에 대한 판매가격을 낮추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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