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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커리큘럼] 설레는 명절, 당신의 가족 관계는 괜찮습니까?①

  • Editor. 박다온 객원기자
  • 입력 2022.01.17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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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행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 고행자입니다. 살다보면 온갖 역경과 좌절과 함께 고행의 소용돌이로 빠져듭니다. 그러면서 깨닫는 것도 늘어납니다. 인생커리큘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해하고 깨쳐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고 하죠. 그 성장을 위해 우리의 고민과 아픔, 상처를 그대로 마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박다온 객원기자] 2022년 새해가 밝았다. 머잖아 설날 명절이 다가온다. 이맘때만 되면 깊은 고민에 빠지는 이들이 있다. 귀향길에 올라야하는지, 가족모임에 참석해야 하는지 등등 가족관계가 원만치 않아 머리가 복잡한 ‘가족불편러’들이다. 명절 연휴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가족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그 기간이 고되기 마련이다.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되기도 하지만 아주 날카로운 칼이 되기도 하는 존재, 2022년 설 명절을 맞아 가족 안에서 아파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뤄봤다.

2019년 유튜브 채널 ‘세바시 인생질문’에 한 사연이 들어왔다. 풀리지 않는 가족관계에 대한 상담 신청이었다. 그는 “사이가 안 좋은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풀리지가 않아서 연을 끊으려 해도 가족이라 쉽지가 않네요. 무작정 미워하자니 죄책감도 들고요. 그런데 가능하면 정말 안 보고 싶어요. 그래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신의학과 전문의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는 ‘나랑 안맞는 가족 때문에 괴로운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이라는 영상을 통해 몇 가지 답을 제시했다. △갈등을 인정하기 △상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거리두기 등이 그것이다.

그 후 7분 남짓한 이 영상에는 2022년 1월 현재 기준 1만9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댓글도 무려 3100개가 넘게 달렸다. 대부분 가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아픔과 그들을 공감하는 이들의 가슴 먹먹한 메시지였다. 그중 눈에 띄는 글들을 갈무리해 소개한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미리캔버스]

# 가족으로 인해 고통 받고 아파하는 사람들
 

“부모들은 자식에게 스트레스를 푼다. 그러나 자신은 모른다”(별**).

“정말 친구들이 아빠랑 잘 지내는 모습 보면 부럽더라. 부모라는 사람이 정작 자기 잘못은 이해 못하고 내 잘잘못만 따지고 욕하고 때리더라. 다음 생엔 부자도 아니고 정말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는 게 꿈”(lo********).

“좋은 부모님을 만난 아이들이 항상 부러웠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밖의 화를 집안에 가져오지 않고 자식이 힘들다고 하면 공감해줄 줄 알고. 나쁜 부모는 자식들한테 죄책감을 심어준다. 자기 감정을 부정하게 하고 어른이 되어도 아이처럼 살게 만든다” (a*******).

“너무 공감되는 댓글이 많아요. 장녀다 보니 엄마 아빠의 감정을 다 이해하고 받아줘야 했고 부담과 기대에 부합해야 했어요. 아빠는 화가 나면 막말을 하거나 물건을 부수고 아니면 장녀로서 뭔가 나서거나 일을 진행하면 ‘별로’라는 말로 속상하게 했어요. 결국 독립을 선언했는데 엄마는 ‘불효녀다’, ‘너 나가면 연락 끊고 알아서 살아야 한다’며 협박을 하더라고요. (이런) 상황에 대해 죄책감도 있었는데 이제 당당히 나가려고요. 제가 살아야겠어요”(YU**).

“저는 오빠와 남동생한테 동네북처럼 맞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었는데요. 엄마는 오직 아들 편이어서 내가 얻어맞을 때 조금만 때리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미국에 이민 오고 그동안 받았던 몽둥이세례들이 범죄라는 걸 깨닫고 분노하게 됐습니다. 이제 인연을 끊으려고 모두 차단하며 삽니다. 항상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누군가 나한테 잘못하면 그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들을 피하고 삽니다”(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가족 변화에 따른 가족 갈등 양상과 정책과제’(2015)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2.5%가 최근 1년간 가족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갈등 유형으로는 가족 내 세대 갈등(37.5%), 형제자매 갈등(20.6%), 부부 갈등(19.4%) 순이었다. 조사대상 1000명 중 3분의 1이 갈등을 겪은 것이다.

또 한국인들은 전 세계인 가운데서도 가족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고 알려져 있다. 2017년 '세계가족지도'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성인들은 대체로 가족 만족도가 낮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한국 성인들은 30%만이 자신의 가족에 대해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족 간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을 주위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가족은 정이 넘치고 화목해야 한다는 프레임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의무감에 겉과 속이 다른 ‘쇼윈도 가족’들도 넘쳐난다.

아래 댓글만 봐도 그렇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사진출처 = 픽사베이]

# ‘평화로운 가족’이라는 이상과 환상
 

“댓글만 보면 남보다 못한 가족 사이인 분들이 많은데 정작 내 친구들, 지인들은 다들 가족 단톡방이니 가족여행이니 하면서 너무 화목하고 아니면 평범하게라도 산다. 그래서 가까운 친구한테도 나는 이런 지옥 속에서 산다고 말을 못하겠다. 한번 털어놨다가 ‘그래도 가족인데 후회할 거야’ 이런 조언만 되돌아왔을 뿐. 안 겪어봤으면 모른다. 절대”(햅*).

“(주위 사람들이) 다 ‘부모님 돌아가시면 그때 후회하고 깨달아도 소용없다’네. ‘살아 계실 때 잘해드려’ 이 말 듣고 수십년째 다시 맘 약해져서 지옥으로 다시 빨려 들어감”(YN**).

직장 내 괴롭힘을 두고 ‘그래도 직장이니까 참아’라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가족 간의 문제에 대해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뭘까?

이는 한국 사회의 ‘정상가족’에 대한 판타지 때문이다. 개인주의와 자율성을 강조하는 서구 문화와 달리 한국은 집단주의적 관계주의 특성이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가족 간의 화목과 화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강의 기적’은 한국 사회의 ‘가족 판타지’를 한층 심화시켰다. 한국은 아주 급격하게 근대화를 이룬 국가다.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2~3배 빠른 속도 탓에 사회적 안정망까지 갖추기는 어려웠다. 성장이 먼저였던 정부는 분배의 논리는 뒤로 미뤘고 국가가 제공해야 할 복지 서비스들은 개인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중 ‘가족’은 희생이라는 명목으로 짐을 떠넘기기 좋은 집단이었다. 근대화 과정에서 ‘가족주의’가 더 강력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는 ‘정상가족’이라는 프레임으로 묶였다. “결혼해야지”, “애는 둘은 낳아야지”, “그래도 장남이 모셔야지” 등의 발언들은 ‘차별’이라는 사전 인지도 없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또 이를 벗어나면 낙오되는 것만 같은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판타지 세계에서 살기 위해서는 괜찮다고 믿어야만 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심리상담가들은 종종 첫 상담에서 ‘가족관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는 내담자들을 만난다고 한다. 드러내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억을 왜곡함으로써 무의식 속에 문제를 감추는 이들도 많다는 얘기다. 특히 이런 정상가족에 대한 판타지는 부부갈등이 심화됨에도 이혼하지 못하는 부부 사례들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을 한 부모 가정으로 기를 수 없다는 부모의 ‘의지’는 간혹 가족을 망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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