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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열의 리셋] 우리 딸과 아들이 부모 때문에 아파합니다!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1.14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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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 부모들이 이렇게나 밉고 싫다고?!”

부지불식간에 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참으로 절절했고 절박해 보였습니다. 사연을 읽다 여러 번 울컥 울컥했습니다. 마치 자식의 울음과 비명이요, 절규처럼 들린 까닭입니다.

젊은 세대의 가족, 특히 부모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듣고, 두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혹 우리 자식들도 그런 것은 아닌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자아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즘 MZ세대 가운데 가족관계로 상처받고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가족관계 솔루션 관련 영상에 달린 댓글을 읽다보면 그 속내가 복잡 미묘합니다.

​부모와 소통이 안돼 고통받고 있는 MZ세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사진은 부모와 자식의 첨예한 갈등을 다룬 영화 사도의 한 장면.​
​부모와 소통이 안돼 고통받고 있는 MZ세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사진은 부모와 자식의 첨예한 갈등을 다룬 영화 사도의 한 장면.​

그 가운데 그들이 특히 아파하며 갈망하는 것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독립적인 인격체이니 경계를 인정하고,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면 존중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사랑이라는 빌미로 경계 침범, 간섭과 강요, 지배와 통제하려고 하는 것에 바짝 날을 세웠습니다. 부모의 ‘따뜻한 무관심’ 속에 자율적으로, 독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열망이 컸습니다. 간혹 부부 싸움으로 늘 눈치 보며 살게 하고 일상적인 폭력과 폭언으로 주눅 들게 한 부모에 대한 깊은 상처와 증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부모가 상처받을까봐 걱정하기도 하고 철벽처럼 대화가 통하지 않는 ‘답정너’ 부모에게 낙담하고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세상과 작별한 김주수 교수는 “가부장적 가족제도 아래서 자란 사람은 민주시민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는데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게 합니다.

자녀 세대의 부모를 향한 비판적 시선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적극적인 자기표현의 일환으로 시대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우선 양육의 목적이 자녀 독립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자녀들이 자존감도 더 큽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도 위 지시에 따라 일하는 수동형 타율 인간보다 자기가 알아서 하는 능동형 자율 인간을 인재로 더 선호합니다.

은퇴한 부모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바야흐로 백세시대, 자녀가 제때 독립하지 않으면 ‘자녀리스크’에 속을 시커멓게 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리스크란 자녀 양육에 모든 자금을 쏟아 붓다가 결국 노후에 파산되는 위험성을 뜻합니다. 전문가들은 자녀리스크 탈출이야말로 안전한 노후설계 전략 1순위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이런 점에서 독립적 인격체로 존중해달라는 그들의 말은 정당하게 들립니다.

놀라운 점은 또 있습니다. 부모 자녀 간 상호 의존 관계가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지난 2016년 2월 CBS 라디오 ‘시사자키’는 정성국 박사(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와의 인터뷰를 내보냈는데 ‘한국 가족살해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실로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가족 살해 사건은 당시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살인사건에서 5% 정도 차지하는데 영국(1%) 미국(2%)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정 박사는 “가장 큰 원인은 문화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자식의 양육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또 자식은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이 높고 부모도 자식에게 기대하는 것이 높기 때문에 괴리가 생겼을 경우 굉장히 혼란이 오는 것 같다.”고 진단합니다.

‘가족의 정’을 중시하는 한국 가족문화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족관계 유형은 다양합니다. 자녀가 어떤 가족 관계에서 성장했는지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에 따라 개인 성격은 물론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도 영향주기 때문입니다. 많은 갈등과 억압 등 문제투성이 가족 관계였다면 사회적인 관계 구축에도 애를 먹을 수 있겠지요. 그럴 경우 인생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자칫 대물림 된다면 악순환의 고리로 작동할 수 있기에 가족관계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시대는 변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관계 또한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성큼 다가온 미래의 첨단 과학기술시대, 가족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바람직할까요. 가족 구성원의 장래가 여기서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 늦기 전에 부모-자녀 세대가 머리 맞대고 자신들만의 가족관계 솔루션을 찾아 과감히 ‘리셋’ 해야 할 시점은 아닐까요. 우리 가족 또한 진솔한 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자녀를 위해, 부모를 위해! 새해 가족관계를 고민하는 이들의 성공을 빕니다.

발행인

 

글쓴이는? - 30대와 20대 MZ세대 두 아들을 둔 50대 끄트머리 부모세대다. 먹고 살기 바쁜 부모 아래서 2남2녀의 막내이다 보니 방목에 가깝게 여기저기서 사고(?) 치며 자율적으로 성장했다.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사는 팔순 노모의 영향 때문에 가족 관계에 대해 큰 문제의식 없이 살다가 자녀세대의 심각한 고민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후기 - 의존, 지배, 방임하는 가족관계는 나쁘다고 한다. 전문가 해법은 같다. 거리두기다. 자녀세대들은 각박한 세상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데 가족이 발목 잡는다고 원망을 쏟아낸다. 사회 안전망이 튼실하지 않은 가운데 노후 문제 등 가족이 풀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세대 갈등 대신 세대 화합이 절실하다. 백세시대가 재앙으로 다가오지 않기 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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