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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열의 리셋] '결혼 언제 하니?' 잔소리하는 큰아버지 큰고모를 위한 변명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1.24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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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언제 할 거냐’(35.7%), ‘취업 했니’(13.5%), ‘○○은 ○○했다던데’(8.3%).

‘추석에 가장 듣기 싫은 질문’들이라고 한다. 사람인이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성인 3033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다. 스트레스 주는 사람으로는 ‘사촌, 부모님의 친인척’(48.8%·복수응답)이 첫 손에 꼽힌다.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가족·친지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52.7%·복수응답) ▲개인사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부담돼서(47.8%)를 꼽았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명절 스트레스가 변화했느냐’는 질문에 77.3%가 ‘(친인척 등을) 안 봐도 될 이유가 생겨서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다. 대상은 비혼자다.

설날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꼭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그만큼 MZ세대들의 고충이 많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한마디로 일방적인 잔소리요 대화 단절, 소통 부재를 의미한다.

사진은 영화 '고령화가족' 스틸컷
사진은 영화 '고령화가족' 스틸컷

상황이 이러하니 명절을 앞두고서는 이런 난감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꿀 팁까지 나돈다. 2018년 9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의 한 교수는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며 정체성을 묻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라고 조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어쨌든 명절만 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쉽게 조우할 수 있는 익숙한 광경이다.

이 시대를 사는 중장년이라면 젊은 세대를 불편하게 하는 ‘사촌, 부모님의 친인척’ 중 한명일 수 있다. 하여 이 자리에서는 그들을 위한 변명을 늘어놓을까 한다.

먼저 대화가 겉돌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부모의 형제 등 가까운 친척일 경우라도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게 고작이고 서로 바쁘면 간격은 더 벌어진다. 만나는 시간마저 조금 과장하면 찰나처럼 짧다. 오전에 차례 지내거나 오후에 잠시 방문했다 곧 헤어지기 일쑤다.

평소 왕래가 없다면, 각자 살기 바빠 근황조차도 모르는 경우도 많거니와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바로바로 업데이트 되지 않으므로 흉금 터놓는 대화를 하기란 언강생심이다.

한데 어린 시절부터 성장해 온 이력과 스토리를 지켜봐온 어른들은 조카를 만나면 그 때 그 시절 추억과 감성으로 쉽게 빠져든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고 반듯하게 성장한 모습이 대견하다. 그리고 그동안 궁금한 것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결혼은 언제 하니? 결혼 했으면 애는 언제 낳니? 첫째 낳았다면 둘째는? 첫째가 아들이면 둘째는 딸 낳아야지? 등등.

대부분 과거 어른들로부터 들어왔던 물음이다. 젊은 시절에는 부담스럽게 여길 법한 질문이었으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감정은 무뎌지고 희미해져 앵무새처럼 읊조린다. 거의 관성적이다.

한데 그 질문의 의도와 목적은 무엇일까? 젊은 조카들을 골탕 먹이거나 괴롭히기 위함일까. 세상에 그런 큰아버지나 고모, 외삼촌과 이모는 없다. 과거 때 되면 밥 먹었니? 물어보듯 큰 뜻 없이 하는 의례적인 인사일 따름이다. 일종의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다.

어쩌면 그것은 대화의 목적인 정보 전달은 물론 감정 교감에도 한 몫 한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만큼 너를 관심 있게 늘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처럼.

하지만 젊은 세대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미래불안 속에 허덕허덕 거리며 현재를 살고 있다. 결혼과 출산 등등 많은 것을 포기한다는 N포세대로 불릴 정도다. 또 이전 세대와 달리 개인 프라이버시는 물론 자신만의 경계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 아무리 친해도 선 넘는 질문은 불편하다. 답도 없는 데다 딱히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없으니 더 당혹스럽다.

오랜만에 만나면 이때다 싶어 반년 치 또는 일이년 치 관심 세례를 퍼붓는 어른세대와 그것을 정중히 사양하고픈 젊은 세대의 동상이몽이 아닐 수 없다.

점점 1인 가구 시대로 분화 중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일상이 된지 오래다. 앞으로 20년 30년 뒤 명절 문화도 바뀔게 분명하다. 친척 만남도 줄어들어 이 고민 자체가 추억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그 때는 복작복작 살던 대가족 삶이 그리워지는 것은 아닌지 궁금한 일이다.   발행인

 

 

■ 글쓴이는? - 양가 합쳐 14명 조카가 있다. 상대에게 불편한 질문이라면 삼가는 것이 맞다. 설령 대상이 자식이라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향한 배려와 존중 차원에서 더 그렇다. 하지만 젊은 세대보다는 어른세대의 경우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그 방식 그대로 애정과 관심을 표하다가 괜한 미움을 사기도 한다. 그들이 마구 질문을 던지는 본심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젊은 세대의 명절 스트레스가 그나마 줄지 않을까하는 바람으로 끄적였다.

■ 후기 - 아들 형제만 둔 부부는 젊은 시절 “이제 딸 낳아야지?”하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처음에는 응대해주다가 나중에는 “네네”하고 형식적으로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40대 초반 직장을 나와 사업 하던 초기에는 “무슨 사업 하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설명해줘도 그때뿐. 또 만나면 같은 사람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 때 알았다. 무슨 사업 하는지 궁금한 것보다 관심 차원에서 묻고 있다는 것을. 웃프게도 지금도 반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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