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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커리큘럼] 가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나'③

  • Editor. 박다온 객원기자
  • 입력 2022.01.17 11: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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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박다온 객원기자] 양창순 대표는 행복한 가족관계를 위해 아래의 방법을 제시했다.

양 대표는 “상담을 해보면 사람들이 가족관계에서 원하는 건 딱 하나다. ‘나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달라는 것”이라며 “가족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 사랑(Love) △나와 상대방 사이의 울타리 인정하기(Limits) △신뢰를 기반으로 한 느슨한 간섭(Loose integration) △정신적인 독립(Let them go) 등 '4L'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사랑과 경계선과 느슨한 간섭과 그리고 정신적인 독립과 이별을 온 가족이 동시에 하는 것”이라며 “가장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신뢰하고 편하게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불안이 없는 관계”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힘든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마음껏 ‘미움’을 인정해야 한다. 양 대표는 “가족 간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상대방을 미워하는 게 당연하고, 거기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고 미워하기만 해도 감정이 줄어든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두 번째는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정말 가까운 사이에서는 내가 왜 상처를 받았고 뭘 원하는지 말을 못한다. 그런데 얘기해서 상대가 미안하다고 하면 미움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방법은 거리두기다. 그는 “(가족이) 정말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된다. 정말 내가 힘들면 안 볼 수도 있는 거다. 우리가 그럴 때 불필요한 죄책감, 자책감이 드는 이유는 가족이라서 이래야 한다는 프레임 때문인데 그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족을 그냥 인간관계 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선영 상담사도 인터뷰를 통해 “자아분화 수준을 높이면서 가족관계를 개선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너무 힘들 경우 일단은 가족으로부터 분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만성 불안을 가진 경우 순기능적인 가족이 아닌 역기능적인 가족이라고 한다. 그럴 때 더 건강한 아이는 집을 떠나는 아이다. 자신의 분화수준을 높이기 위해 정서적 단절이 필요하기도 하다”며 “내면이 탄탄해지면 가족의 부정적인 면으로부터 영향을 크게 안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때 가족과 화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앞서 언급한 영상에는 가족으로부터 멀어진 뒤 더 행복하다는 사람들의 댓글이 심심찮게 보였다.

“가족이랑 정말 안 맞아서 군 시절이 행복했다고 느낀 1인입니다. 취업 때문에 독립해서 살고 있는데 삶의 질이 엄청 올라가서 지금 많이 행복합니다”(렉*).

“댓글들이 위로가 되는 경험은 처음이네요. 연을 끊었더니 40년 평생 앓던 우울증과 지병이 나았습니다. 왜 늦게 끊었나, 아쉬움이 들 정도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꼭 대화는 해 봤니 노력은 해 봤니 하는데 할 만큼 해 봤고 깨달은 점은 노력하고 대화해서 될 사람들이었으면 애초에 저한테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박**).

하지만 가족갈등을 급하게 마무리했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내면의 상처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치유하지 못하면 그 불화는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 때 다시 나타난다. 불행함에 익숙해진 사람이 그 상황을 다시 재현하기 때문이다.
 

# 가족 불화와 갈등을 대물림할까 두려운 사람들
 

“자상한 친구 부모님 봤을 때 눈물이 났었다. 친구를 대하는 따듯한 말투와 손짓, 눈길 이런 게 너무 부러웠다. 역시나 어머니가 저렇게 하시니까 저 친구도 저렇게 따뜻하게 말할 수 있는 거구나 생각했다. 나는 독설을 듣고 자라서 그렇게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가끔 친구의 기분을 헤아리지 않고 무례하게 독설을 퍼부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나는 남을 지나치게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방식이나 사고가 흐르는 구조가 정말 닮기 싫었던 엄마의 말투랑 너무 비슷하다는 것도”(MY*).

“내가 결혼하기가 두려운 이유. 1. 나도 내 배우자에게 상처를 줄까봐 2. 태어날 나의 아이에게 나도 상처를 줄까봐”(PAL****).

“전 부모의 더러운 피를 끝내기 위해 결혼 안 하려고요. 저도 잘 케어 못하는데 자식을 낳아서 나쁘게 키우는 것보다 저 혼자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요”(_E***).

정신의학자 프로이트는 이러한 상황들을 ‘반복강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복강박이란 성장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던 자기파괴적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대받고 자란 아이가 커서 자신의 자식을 학대하거나 비슷한 타입의 배우자를 만나는 것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반복강박은 상처가 지닌 힘과 관련이 있다. 본인도 모르게 불행한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만약 가족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환경에서 자랐다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그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며 과거의 부모를 재현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반복강박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 패턴을 제대로 인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신에게 나타나는 부정적인 패턴이 과거에도 비슷하게 일어났는지 고민하고, 어렸을 때의 생각과 감정들을 돌이켜 봐야 한다는 것. 그 후에는 더 이상 불행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내야만 대물림을 끊어낼 수 있다.

“타인의 관점에서 떠드는 시끄러운 이야기에 내면의 소리가 묻히지 않게 하라. 내면의 소리와 직감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신의 마음과 직관은 당신이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 지 이미 알고 있다. 다른 것은 부차적인 문제들일 뿐이다.”

애플의 창시자 故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교 강의에서 했던 말이다. 이처럼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다양한 해결방법이 결국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신뢰를 갖고 그 궤적을 따라가야 한다.

‘왜 이런 감정이 들었지?’, ‘아 그때는 그런 마음이 들었구나’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혼자서 문제를 인식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바람직하다.

설과 추석 등 명절이 성큼 다가오면 가족들과 만나는 상상만으로도 불편하다면, 이 기회에 감춰뒀던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이 자라나는 환경에서 필요한 방식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그게 설령 삶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우리는 현재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

[사진출처 = 픽사베이]
[사진출처 = 픽사베이]

# 글쓴이는 - 30대 초반의 싱글여성이다. ‘자존감’을 높이고 싶어서 심리센터를 찾았다가 모난 구석 중 많은 부분이 ‘가족관계’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됐다. 최근 친구들에게 이 경험에 대해 말했는데, 처음엔 공감만 하던 친구들이 ‘가족관계에서 받았던 상처’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용은 제각기 달랐지만, 가족이 미우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은 비슷했다. 20년 이상 친구면서도 몰랐던 이야기들에 공감하며 같이 눈물을 훔쳤다.

# 취재 후기 -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난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가족 내 불화를 불행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고, ‘제 얼굴에 침 뱉기’라 말도 못하는, 크고 작은 아픔들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고자 이 글을 썼다. 조금 더 나를 아껴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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