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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좋은 이야기가 좋은 세계를 만든다"(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2.16 15: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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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시력, 청력, 근력, 정신력…. 사람이 지닌 힘의 종류는 많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여러분의 '이야기력'은 어떤가요? 이야기력은 '내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뜻합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쌓아왔고, 어떤 이야기를 꿈꾸며,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여지훈의 이야기力]은 “좋은 이야기가 좋은 세계를 만든다”는 믿음 아래, 차근하고도 꾸준히 좋은 이야기를 쌓고 나누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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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검색 포털의 하루 자 메인에 뜬 기사 제목을 무작위로 추려봤다. 일견하는 것만으로 근심과 두려움을 주는 제목이 있는 반면, 쉽게 내용을 짐작하지 못해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도 있다.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고취하는 이야기, 단순한 날씨 정보 같지만 실제로는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야기도 있다.

국내 모바일 빅데이터 솔루션 제공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국내 대표 포털 중 하나인 '네이버'의 지난 2021년 평균 MAU(Monthly Active Users, 월간 활성 이용자)는 4,000만 명을 웃돌았다. MAU는 순 방문자 수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한 이용자가 특정 기간 여러 차례 서비스를 이용했더라도 1명으로 산정한다. 다시 말해 5,200만여 명의 대한민국 국민 중 약 80%에 이르는 이들이 적어도 한 달에 1회 이상 '네이버'를 방문했다는 말이다. ‘다음’이나 ‘구글’ 등 그 외의 포털까지 고려한다면, 방문자 수는 훨씬 많아질 것이다.

포털을 방문하는 목적이 무엇이든, 이들이 접하는 다수의 콘텐츠는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활자화된 콘텐츠뿐 아니라 그림, 영상, 음악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현된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 전달을 위한 기사든, 홍보성 광고든, 제품 설명서든, 상대와 주고받은 이메일이든, 웹툰이든, 노래든 본질은 다르지 않다. 모두 나름의 서사구조를 지닌 이야기다. 포털은 실로 이야기의 천국이며, 이야기의 총합,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포털을 구성하고 있다 [사진=Unsplash]
수많은 이야기가 포털을 구성하고 있다 [사진=Unsplash]

■ 인간에게 이야기란 1 : 낯선 이로부터 신뢰를 이끌어내는 원동력

히브리대학 역사학 교수이자 세계적으로 저명한 스테디셀러인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에서 인간이 여타 종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지구에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집단적 상상력'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때론 정교하게, 때론 얼키설키 짜인 신화, 설화, 종교적 교리가 이러한 집단적 상상력의 내용물에 해당하며, 오늘날에는 '자유주의', '국가', ‘민족’, ‘기업’ 등에 관한 이야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야기 덕분에 인간은 다른 종과 달리 수십, 수백 개체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넘어 수만, 수십만, 심지어 억 단위 개체의 협력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하나의 공통된 이야기를 믿을 수 있기에 생전 일면식 없는 이를 만나도 쉽게 동질감을 느끼고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낯선 문화, 낯선 행색의 사람으로 가득한 타지를 여행한 적 있는 이라면, 오랜만에 우연히 들려온 모국어에 큰 반가움을 느낀 경험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주장대로라면, 이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 간에는 역사, 문화, 가치관 등 공유할 수 있는 비슷한 이야기를 갖고 있으리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내가 쌓아온 이야기와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을 낯선 상대로부터 발견했을 때, 상대방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그는 어느새 안도와 편안함을 주는 대상으로 변모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 인간에게 이야기란 2 : 세계의 얼개를 구성하는 유일한 수단

현대 언어철학자 중 하나인 비트겐슈타인은 일찍이 그의 저서 '철학적 탐구'에서, "만일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연 그렇다. 콘크리트 숲에서 태어나 이족 보행을 하고, 활자와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며 살아온 인간은 저 드넓은 사바나의 사자와 교집합이라곤 전연 없는 삶의 형식을 고수해 왔다. 설령 인간과 소통을 시도하려는 사자가 있을지라도, 인간이 사자의 말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사자와 소통하고 사자를 이해한다는 건 ‘오즈의 마법사’ 같은 동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인 것이다.

인간에게 이야기란, 세계의 얼개를 규정하는 유일무이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 본질적 가치가 있다. 같은 대상을 보고 어떻게 이야기하는지에 따라 대상에 대한 이해가 확연히 달라지며, 어떤 이야기를 믿고 내재화할지에 따라 개인이나 공동체의 정체성과 행동방식이 갈리게 된다. 인간은 이야기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으며, 이야기야말로 인간 삶을 다른 종의 그것과 구별 짓는 핵심이다.

이야기로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에 대응해 나가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에 심취할 수밖에 없다. 호모나랜스(Homo Narrans). '이야기하는 사람'이란 뜻의 이 라틴어는, 인간 존재를 규정하는 필수 요소 중 하나가 이야기임을 드러낸다. 오늘날 비약적으로 발달한 인터넷 공간에서 활발히 이야기를 생산하고 공유, 전파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주로 쓰이는데, 이는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오던 인간의 재능이 제약 없는 디지털 공간을 만나 날개를 달았음을 암시한다.

디지털 발달에 힘입어 오늘날에는 약간의 수고만 감수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대중에 전할 수 있고, 평소 듣고 싶던 타인의 이야기도 쉽게 들을 수도 있다. 기존에는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이해할 수 없던 다른 국가의 이야기조차 번역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몇 초 만에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재구성할 수 있으며, 심지어 상대와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그 결과, 디지털 공간에서 이야기는 어느 때보다 활발히 생산, 교류, 전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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