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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당신의 이야기와 세계관, 그 본질에 대하여(下)

  • Editor. 정태겸 객원기자
  • 입력 2022.04.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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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잘 생긴 청년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응원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BTS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팬이 됐어요. BTS가 전하는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정말 중요하지만, 평소에는 잊히기 너무 쉬운 말이거든요. 하지만 BTS 멤버들이 아티스트로서,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꾸준히 전달하는 서사의 메시지가 아직까지 BTS의 팬으로 남아 있는 이유예요. BTS와 관련된 콘텐츠를 접할 때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떠올리게 되거든요.”

BTS를 데뷔 때부터 지켜봤다는 40대 직장인 A씨. A씨에게는 더 이상 BTS는 단순한 아이돌이 아닌, 힘들 때 자신을 회복시켜주고 삶의 중심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처음 MCU에 빠진 건 아이언맨 때문이었어요. 그 당시 나온 영화치고 그래픽과 액션의 수준이 정말 차원이 달랐거든요.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MCU 팬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영웅조차 미숙한 존재이며, 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련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모습이 MCU를 계속해서 찾아보게 되는 이유예요.”

10대 때부터 MCU에 빠져들었다는 30대 직장인 B씨. B씨는 이제 마블 영화의 결말보다, 주인공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가 영화관을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B씨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결말을 다 알고 영화를 봤지만, 아이언맨이 최후의 희생을 하는 장면을 보며 느낀 감동은 결말을 아는 것과 전혀 무관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한 세계관의 팬이 되지만, 이 세계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감동’, ‘위로’, ‘성장’과 같은 키워드를 손에 꼽는다.

[이미지 = 픽사베이]
[이미지 = 픽사베이]

◇ 세계관, 또 다른 삶이 되다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건, 단순히 하나의 서사를 공유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계관은 수많은 놀이를 파생시키고, 생활방식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놀이를 통해 수많은 활동이 파생된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전달하고자 하는 서사가 매력적이면 대중에게 다가서기 용이해진다. 특히 감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에게는 이 같은 ‘세계관’에 기반한 마케팅이 먹히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자신의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2’에서 10개의 트렌드 중 하나로 ‘내러티브 자본(Tell Me Your Narrative)’을 꼽았다. 김 교수는 “서사는 힘이 세다. 강력한 서사, 즉 내러티브를 갖추는 순간, 당장은 매출이 보잘것없는 회사의 주식도 천정부지로 값이 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의 부상과 함께 등장한 젊은 소비자들은 ‘소비자의 돈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소비자가 중시하는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세계관은 현대의 비즈니스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미국의 의류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이 같은 세계관 브랜딩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의류기업이면서 환경을 위해 옷을 사지 말라는 광고가 대표적이다. 아예 사지 말라는 게 아니고 ‘슬로 패션’으로 튼튼하고 오래 입는 옷을 만들어 버려지는 옷을 최소화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다.

실제로 연 수익의 1%를 ‘자연세’라는 명목으로 지구를 위해 사용하며, 환경단체 시위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적극 후원하기도 한다. 2020년 미국 대선에도 참여를 독려했는데, ‘빌어먹을 놈들 떨어뜨려라(Vote the Assholes out)’라고 쓰인 태그가 붙은 하프 팬츠를 한정 판매하는 등 기후변화를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낙선을 호소하기도 했다.

파타고니아는 진정성 있는 행동을 통해서 더욱 강력한 세계관을 만들어간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 좋은 이야기가 모여 매력적인 세계관을 만든다

세계관부터 브랜딩, 마케팅, 광고까지. 곰곰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삶은 수많은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모인 서사가 곧 세계관이 되고, 브랜드가 되며, 광고가 된다. 매력적인 서사의 힘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IP’, ‘브랜드 가치’ 등과 같은 이름으로 이미 알려졌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며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영구히 기록되는 시대가 됐다. 과거 휘발성을 띠던 이야기들도 이제는 영구성을 띠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야기가 갖는 힘은 더욱 더 강력해졌다.

작지만 나쁜 이야기가 하나의 세계관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세상인 만큼 매력적인 세계관은 만들어지기 어렵지만, 그렇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궤도에 오른다면 아주 강력한 위력을 지닌다.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며 팬덤을 형성하고, 지속적인 소비를 창출하며, 세계관을 끊임없이 확장시켜나갈 가능성의 튼실한 토대가 된다.

그렇다면 좋은 이야기는, 매력적인 세계관은 무엇일까?

이야기의 형태는 계속해서 변해왔지만, 과거부터 ‘명작’이라 불리며 구전되는 수많은 이야기들에는 몇 가지 공통된 요인(혹은 본질)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야기를 접한 이들이 공감하고, 성장하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놀랍지 않은가? 수십 세대가 흘러도 수십만의 사람들이 하나의 이야기에 공감과 위로를 받으며 성장하고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 이를 토대로 추론해 보건대, 아마 인류가 가진 ‘본질적 특성’이 있는 것은 아닐는지….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야기 주인공들은 변한 세상에 맞춰 계속해 모습을 바꾸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더 본질이 중요해진 시대가 아닐까? 수천만 년 인류 역사상 변치 않는 추상적이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본질. 그 중요한 본질에 당신은 무어라 이름을 붙일 것인가?

결국 답은 각자의 내면에 있으리라!

[이미지 = 네이버 시리즈 캡처]
[이미지 = 네이버 시리즈 캡처]

◇ ‘나’라는 존재의 서사, 당신은 얼마나 읽었는가?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웹소설이 있다. 주인공은 한 소설에 푹 빠진 독자로, 이름도 ‘김독자’다. 이 소설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재된 소설을 끝까지 읽은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의 앞에 소설이 실제로 시작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제목과 주인공에서 느낄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의 소재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영혼을 ‘존재가 겪어온 이야기’라고 정의하는 대목이었다. ‘이야기’는 ‘독자’가 있으므로 그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당신의 이야기에 독자는 있는가?

‘성공하는 방법’ 혹은 ‘돈 많이 버는 방법 등’ 수많은 외부의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듣는 당신. 당신은 ‘나’ 스스로의 이야기는 얼마나 귀 기울여 듣는가? 세상에서 매일매일 넘쳐나는 ‘남’의 이야기를 듣느라, 정작 ‘나’의 이야기는 전혀 하지도, 전혀 듣지도 못하고 살고 있지 않는가? ‘나’가 없는 내 삶이라는 이야기는 정녕 허전하고 공허하지 않은가?

‘나’라는 이야기를 쓰고, 살며, 읽을 수 있는, 나를 완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바로 나 자신임을 잊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타인 이야기는 결코 나 자신을 완벽하게 채울 수 없다.

각박하고 팍팍한 우리의 현실세계에서 ‘나’의 성장스토리, 현실 좌절 낙담 극복스토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어쩌면 자신만 모를 뿐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 이야기가 모여모여 또 다른 21세기 대한민국 민지(MZ)들이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길 진심으로 응원하고 성원한다.

 

■ 글쓴이는? – 뉴스라는 단편 이야기를 다루는 직업을 가진 직장인이다. 어젠다 키핑이 아닌 에센셜 키핑(Essential Keeping, 본질 지키기)을 한다는 철학에 입각해 업에 임하고 있다. 수많은 사건들 속에 개연성을 찾아내고 가치를 부여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중이다.

■ 취재후기 – 그동안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많은 세계를 방문하다보니, 내가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이야기 속에서 나를 찾는 걸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의 공통점을 곰곰이 곱씹다보면, 그 안에는 결국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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