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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MCU, BTS? 민지(MZ)야, 어떤 세계관에 꽂혔니?(上)

  • Editor. 정태겸 객원기자
  • 입력 2022.04.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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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물밑에서 그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의미와 맥락을 짚고자 합니다. 그것은 이 시대의 풍속도요, 미래 변화상의 단초일 수 있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동향 분석이기도 합니다.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세상, 그 흐름을 놓치지 마세요.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정태겸 객원기자] 히브리대학 역사학 교수이자 세계적으로 저명한 저자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제치고 지구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획득할 수 있던 비결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집단으로 믿는 상상력’이라고 설명한다.

유발 하라리는 이야기 덕분에 인간은 다른 종과 달리 수십, 수백 개체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넘어 수만, 수십만, 심지어 억 단위 개체의 협력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공통된 이야기를 믿을 수 있기에 생전 일면식 없는 이를 만나도 쉽게 동질감을 느끼고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야기는 인간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동반자다. 심지어 인간의 본질이 이야기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영문학자 존 닐(John Niels)은 1999년 자신의 저서에서 인간을 호모나랜스(Homo Narrans)라고 지칭한다. 이는 라틴어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는 인간은 이야기하려는 본능이 있고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이해한다고 말한다. 국가나 종교, 문화 또한 공유된 공통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서로를 이해한다.

존 닐의 주장이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하지만 최근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보면 존 닐의 주장이 결코 흰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호모나랜스들은 이야기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시작하고, 그 안에서 놀고 소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호모나랜스들이 창조한 새로운 연결고리, 젊은 세대는 이를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이미지 = 픽사베이]
[이미지 = 픽사베이]

◇ 호모나랜스, 또 다른 세계를 만들다

세계관(世界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세계관의 의미는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독일어 ‘Weltanschauung(Welt는 세계·Anschauung는 직관)’를 번역한 철학 용어다. 세계관은 안경과 비슷하다. 안경을 통해 세계를 보지만 안경 자체를 보지는 못하듯, 내가 특정한 세계관으로 세계를 보지만 정작 나의 세계관은 보지 못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층에서 쓰는 세계관은 이 같은 철학적 개념이 아닌, 게임에서 사용되는 ‘서사’, ‘연속성 있는 배경 스토리’ 등을 의미한다. 게임에서 시나리오를 이루는 시공간 배경의 서사를 세계관이라 부른다.

젊은 세대가 이야기하는 세계관에 가장 가까운 개념은 마블의 ‘유니버스’(Universe) 개념이다. 스파이더맨, 어벤져스 등 마블 히어로 캐릭터들은 각각 다른 세계에 살지만 큰 그림에선 하나의 우주 안에서 거미줄처럼 연결된다.

그래서 최근 젊은 층에서 쓰이는 세계관은 이야기(story)가 쌓여 조금 더 구체화된 서사(narrative, 敍事)에 가깝다. 수많은 이야기가 쌓여 서사가 되고, 이 서사가 얼개를 이뤄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이렇게 세계관을 서사라는 관점으로 돌려놓으면 간단해진다. 즉, 세계관은 ‘우리끼리 공유한 서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세계관들을 한 번 알아보자.

[이미지 = 연합뉴스]
[이미지 = 연합뉴스]

■ 유니버스의 대표주자, MCU

국내에 세계관 열풍의 시발점이 됐다고 봐도 무방한, 세계관 하면 떠오르는 대표주자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다. MCU는 마블에 판권이 있는 캐릭터가 주연인 영화와 드라마들이 공유하는 하나의 단일 세계관을 일컫는 용어다. 마블은 아이언맨, 토르, 스파이더맨, 헐크, 블랙팬서, 캡틴 아메리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의 개별 영화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들이 ‘어벤져스’에서 뭉치면서 세계관의 시너지 폭발을 일으켰고, 대중들은 열광했다.

MCU는 마블 유니버스의 여러 세계관(우주) 중 하나로서 마블 코믹스에서 주로 다루는 ‘지구-616’과는 또 다른 ‘지구-199999(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다루고 있다. MCU는 일종의 여러 ‘평행우주’ 중 하나다. 그렇기에 코믹스에서의 이야기와 비슷한 듯하나 똑같지 않게, MCU 세계관 고유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즉, 코믹스는 MCU 세계관의 토대가 되는 원작이 된다. 단지 MCU와 스토리가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이다. 그렇기에 코믹스를 알고 있다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더 많은 단서를 잡는 등 시청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MCU만의 특수성이 부각되는 요소들이 다분한데다가, 독립된 세계관이다보니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 필수적인 부분은 모두 MCU 안에서 소화된다. 한마디로 MCU는 코믹스와 뿌리는 같지만 상호 독립적인 관계를 취하는 별도의 세계관인 셈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중인 BTS

엑소부터 에스파까지, 아이돌들도 세계관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현재 가장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한 아이돌로는 방탄소년단(BTS)이 꼽힌다. BTS는 가히 철학돌(철학+아이돌)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BTS는 앨범 콘셉트와 뮤직비디오, 가사에 문학이나 영화 대사를 참조한 부분이 많다. 화양연화 pt.1, 화양연화 pt.2, 화양연화 Young Forever 앨범 시리즈에서는 영화 ‘화양연화’를, WINGS 앨범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각각 테마로 잡아 세계관을 구축했다.

봄날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여관 오멜라스는 어슐러 K. 르 귄의 단편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서 따왔다. 이외에도 가사 곳곳에 문학 구절과 영화 대사를 차용한 것들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단적으로 눈에 띄는 예시로 ‘Serendipity’에서 사용한 김춘수의 ‘꽃’, ‘Pied Piper’에서 등장하는 영화 ‘아가씨’의 대사 등이다.

BTS의 세계관인 BU에서 펼처지는 이야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앨범이 나올 때마다 세계관이 좀 더 명확해진다. 팬들은 의미를 찾고 해석하며 노래를 듣는다.

BTS는 2015년 ‘화양연화’ 3부작 시리즈부터 본격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이 시리즈에선 멤버들이 각자의 트라우마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지만 이를 극복하고 성장의 계기를 마련한다. 이어 2016년 정규 앨범 중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는 방황을 끝낸 소년들이 ‘관념적 공간’에서 유혹에 빠진다는 설정이다. 선과 악을 만나 부딪치고 타락도 하지만 결국 스스로의 판단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노래한다.

2017년 발매된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는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시리즈는 ‘화양연화’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 ‘석진’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시작된다. 석진은 시간여행을 통해 화양연화 시절로 돌아가 과거 소년들의 불행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의 뮤직비디오는 석진의 시간여행을 눈치 채고 진실을 좇는 정국과 이를 외면하는 멤버들, 이기적 사랑을 위해 다른 관계를 희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2019년 발매한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에서는 ‘자아 찾기’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앨범은 융 심리학 전문가 머리 스타인 박사가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이론을 지도 제작 과정에 빗대 쉽게 풀어낸 개론서 ‘융의 영혼의 지도’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소나는 문화, 사회적 환경에 적응하며 형성된 인물, 즉 우리가 타인과 사회적 교류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얼굴(가면)이다. 사람은 상황과 역할에 따라 여러 개 페르소나를 지니므로, 융은 자신의 한 단면인 페르소나를 자아와 동일시하는 것을 경계한다. 원형의 자아인 ‘있는 그대로의 나’(I am)가 사라질 수 있어서다.

이처럼 BU에 포함 되는 영상들은 유튜브 ibighit 채널에 업로드 된 영상의 ‘BU content certified by Big Hit Entertainment’라는 문구가 따로 표시돼 있다.

[이미지 = 아케인 화면 캡처]
[이미지 = 아케인 화면 캡처]

■ 역대 넷플릭스 작품 중 최고 평점을 기록한 아케인, 리그오브레전드의 서사

“룬테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가슴을 뛰게 하는,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다. 룬테라는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의 세계 배경이 되는 행성이다.

그리고 이 같은 룬테라의 도시 필트오버와 자운을 배경으로, 징크스와 바이의 탄생과 비극을 그린 스팀펑크 드라마가 ‘아케인: 리그오브레전드’(아케인)다. 아케인은 지난해 11월 7일 처음 공개된 이래 평단으로부터 애니메이션의 미래라는 찬사와 함께 작화, 스토리, 연출, 캐릭터, 대사, 성우 연기 등 모든 면에서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중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얻어 개봉 일주일 만에 전 세계 52개국 탑 10위 차트에서 1위를 차지, 역대 넷플릭스 작품 중 최고 평점을 기록한 시리즈가 되는 신기록을 세우며 최고의 화제작이 되었다.

[이미지 = 연합뉴스]
[이미지 = 연합뉴스]

■ 웹툰도 이제는 세계관, 네이버 웹툰의 슈퍼스트링

슈퍼스트링은 와이랩 작품들을 연계해 만든 하나의 세계관이다. 불교의 윤회사상과 현대 물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웹툰의 세계관을 잇는 프로젝트다. 웹툰 ‘신석기녀’, ‘하우스키퍼’, ‘호러전파상’, ‘테러맨’, ‘부활남’, ‘아일랜드’, ‘심연의 하늘’, ‘테러 대 부활’, ‘정글쥬스’ 등 16개 작품이 연재됐다.

본격적인 IP의 활용은 영상, 게임, 도서 등의 2차 창작물로 이어진다. 와이랩은 최근 스튜디오드래곤과 슈퍼스트링 IP의 영상화 공동제작 독점권을 골자로 한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스튜디오드래곤은 슈퍼스트링을 주제로 한 영상 제작을 와이랩과 함께한다. 첫 번째 영상화 작품은 ‘아일랜드’로 배우 김남길·서예지가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2차 콘텐츠는 비단 영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와이랩은 슈퍼스트링 세계관을 총망라한 ‘슈퍼스트링 대백과’를 출간했다. 슈퍼스트링 백과사전은 슈퍼스트링 프로젝트를 과거, 현대, 미래와 다른 차원 등 세 가지 파트로 구분했다. 각 작품들의 규칙과 작품간 연결 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저자와 와이랩 수석 작가들이 연구한 결과물을 담았다.

슈퍼스트링 세계관에서 활약을 펼치는 히어로와 그들이 상대하는 빌런들 외에도 주조연급 등장인물 및 세부 설정까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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