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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청년고립? 말도 안돼, 한창 팔팔한 나이에?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5.2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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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시력, 청력, 근력, 정신력…. 사람이 지닌 힘의 종류는 많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여러분의 '이야기력'은 어떤가요? 이야기력은 '내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뜻합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쌓아왔고, 어떤 이야기를 꿈꾸며,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여지훈의 이야기力]은 “좋은 이야기가 좋은 세계를 만든다”는 믿음 아래, 차근하고도 꾸준히 좋은 이야기를 쌓고 나누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편집자 주>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사회적 고립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지고 있다. 특히 고립 문제가 60대 이상의 고령층 위주로 발생할 것이란 통념과 달리, 젊은 세대 가운데서도 심각해짐에 따라 사회 사각지대에 있을 청년들을 향한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적 고립이란, 사회와의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사회적 관계망이 축소되다가 결국 외부와 단절돼 사회 일원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로부터 배제되고, 고독감 등 부정적인 심리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664만3000가구로, 전체 가구 중 가장 많은 31.7%를 차지했다. 그중 20대가 19.1%로 가장 많았으며 30대가 16.8%로 그다음이었다. 1인 가구 셋 중 하나는 20·30세대란 이야기다.

특히 세종, 대전, 서울은 1인 가구 중 젊은 세대 비중이 유난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중 40세 미만의 비중은 세종이 55.5%로 가장 높았으며, 대전과 서울도 49.5% 수준을 기록하며 바로 뒤를 이었다.

홀로 사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청년고립이 조명받고 있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홀로 사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청년고립이 조명받고 있다. [사진출처=언스플래시]

왜 이렇게 홀로 사는 젊은 세대가 많은 걸까?

당시 20·30대 모두 ‘본인의 학업이나 직장 때문’을 가장 주된 사유로 지목했다. 그다음으로는 ‘혼자 살고 싶어서’를 꼽았다. 학업이나 직장이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라면, 혼자 살고 싶다는 것은 좀 더 자발적인 이유에 가깝다.

그렇다면 전체 1인 가구의 36%를 차지하는 20·30대 청년들은 과연 사회적 고립 문제로부터 자유로울까?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어? 젊은 사람들이야 신체적으로 기운이 넘치니 외부활동도 많고, 심리적으로도 건강할 것 같은데? 가뜩이나 요즘 유튜브나 게임 등 여가를 보낼 만한 놀잇거리도 많으니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나 있겠어?”

이렇게 생각했다면 ‘땡!’이다. 최근 청년고립과 관련해 이뤄진 심층 조사 결과는 청년들 사이에서도 고립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려준다.

청년층을 위한 문화예술 비영리 사단법인 ‘오늘은’은 지난 16일 ‘2022 청년세대의 고립 보고서’를 발표했다. 청년층 중 고립을 경험한 당사자에 대한 기초통계를 확보하고, 고립 비경험자와의 차이를 통해 보다 폭넓은 이해에 도달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아울러 최근 청년세대의 고립과 은둔이 확산하는 가운데 청년들이 고립에 이른 원인을 탐색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목적도 있었다.

설문조사는 만19~34세 남녀 총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4일부터 24일까지 3주에 걸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또 고립 경험이 있는 청년 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도 진행해 정성적 측면을 보강했다.

우선 명확한 개념 확보를 위해 ‘고립’이란 개념부터 정의하자.

이번 조사에서는 고립을 물리적 고립과 정서적 고립으로 구분했다. 물리적 고립은 가족을 제외한 타인과 직접적인 접촉 없이 생활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외출만을 하거나 전혀 외출하지 않는 상태를 뜻하며, 정서적 고립은 물리적 단절과는 무관하게 가족을 제외한 타인으로부터 정서적 지지나 안정, 위로를 받지 못하는 상태로 규정했다.

조사에 따르면, 두 형태의 고립 중 하나라도 경험한 적이 있는 청년의 비율은 73.3%였으며, 둘 모두를 경험한 청년의 비율도 50.8%로 절반을 넘어섰다. 또 청년들 대부분은 물리적 고립과 정서적 고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청년고립 경험 [사진=오늘은의 ‘2022 청년세대의 고립 보고서’ 캡처]
청년고립 경험 [사진=오늘은의 ‘2022 청년세대의 고립 보고서’ 캡처]

청년 중 44%는 1주일 이상 물리적 고립을 경험했으며, 3개월 이상 물리적 고립 경험을 겪은 고위험군도 13.8%에 달했다. 정서적 고립을 1주일 이상 경험한 청년도 44%로 동일했으며, 3개월 이상의 정서적 고립을 겪은 고위험군도 14.5%에 이르렀다. 이들 고위험군에 속한 이들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고립 문제를 개선할 수 없고, 타인이나 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를 의미한다. 적어도 청년 10명 중 1명 이상이 이런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이야기였다.

청년고립에 대한 청년들 자신의 인식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었다. 청년 중 과반수는 청년고립 문제가 점차 개인화·파편화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응답했는데, 이로 인해 고립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청년들 본인의 노력이 소홀해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또 청년 중 85.5%는 청년고립에 대해 들어본 적 없거나, 들어봤어도 잘 알지 못한다고 답해 실제로 많은 청년이 고립을 경험하면서도 본인의 상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고립 상태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렇다고 고립이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고립 경험이 있는 586명의 청년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1.4%의 청년이 ‘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 감소’를 고립의 긍정적 효과로 꼽았으며, ‘시간적 여유 확보’, ‘자아 성찰의 기회 부여’라고 답한 이들도 절반 가까이에 달했다.

실제로 한 청년은 “고립 상태에서 인간관계를 맺지 않음으로써 외적인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답했고, 또 다른 청년은 “은둔하면서 내게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됐고,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찾아간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 고립의 장기화는 반드시 경계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청년고립에 대한 인지 정도 [사진=동 보고서 캡처]
청년고립에 대한 인지 정도 [사진=동 보고서 캡처]

청년고립이 청년들의 삶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을 살펴보자. 조사 결과, 고립의 경험 여부는 청년들이 본인의 삶에 느끼는 불만족 정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고립 경험이 없는 청년 중에서는 오직 12.1%만이 삶에 불만족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고립 경험이 있는 청년의 경우는 그 비율이 36.2%로 3배에 달했다.

특히 3개월 이상 고립을 경험한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이 삶에 느끼는 불만족 수준은 매우 높았다. 물리적 고립 고위험군과 정서적 고립 고위험군 모두 과반이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해, 고립의 장기화가 삶의 질을 대폭 떨어뜨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같은 고립 경험자라도 물리적 고립 경험자와 정서적 고립 경험자가 느끼는 본인 삶에 대한 인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본인 삶에 가장 가까운 표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물리적 고립 고위험군에서는 ‘지루하다’고 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고, 정서적 고립 고위험군에서는 ‘외롭다’고 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직업의 유무는 삶의 질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 중에선 24.4%만이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던 반면,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의 경우는 40.4%, 구직의사가 없는 청년의 경우는 68.3%가 현재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청년들이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직업이 없어서 받는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고립 경험자든 비경험자든 청년들은 삶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 1위로 ‘경제적 상태’를, 2위로 ‘취업 및 진로’를 꼽았다. 이는 청년들의 삶에 직업의 유무나 경제적 활동 여부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청년들이 미래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 요소로 선정한 것도 ‘경제적 상태’였다. 청년 10명 중 8명은 경제적 상태를 미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으며, 건강 상태나 심리·정서 상태라고 답한 비율은 그보다 한참 낮은 59%, 50%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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