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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고립 청년들이 현재 삶을 표현한 단어는… (中)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5.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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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청년들은 고립을 촉발한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물리적 고립 경험자와 정서적 고립 경험자 모두 취업 및 진로 등에서의 실패 경험, 내성적인 성격이나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본인의 심리 상태, 경제적 상태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청년들은 이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본인의 고립이 촉발됐다고 보고 있었다.

정서적 고립 고위험군에 속하는 한 청년은 “그냥 나가기 싫고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무기력했다”면서 “시간이 그냥 흘렀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어렵고 우울감 증대로 정서적 고립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고립 경험자가 지목한 실제 고립 원인 [사진=오늘은의 ‘2022 청년세대의 고립 보고서’ 캡처]
고립 경험자가 지목한 실제 고립 원인 [사진=오늘은의 ‘2022 청년세대의 고립 보고서’ 캡처]

안타까운 것은 이들 고립 경험자의 56.2%만이 고립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고립이 장기화한 고위험군의 경우, 절반이 넘는 이들이 고립 해결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가진 비율이 다른 청년들에 비해 매우 낮았다.

그렇다고 고립 경험자들이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고립 경험자의 52%가 취미 여가나 문화 활동을 통해 고립을 해결하려 노력했고, 자발적으로 의지를 강화하려 노력하거나, 가족이나 지인과의 상담을 시도한 이들도 절반 가까이에 달했다.

반면 전문가 상담을 통해 치료를 시도한 이들은 17.2%에 불과했다. 그러나 직접 시도로 이어지지 못했을 뿐, 고립 경험자 10명 중 7명 이상은 고립 해결 방안으로 전문가 상담 및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고립 경험자들이 고립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것은 ‘자발적인 의지 강화 노력’이었다. 이는 고립 해결의 실마리가 결국 고립 청년 본인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는 사실을 뜻한다.

한 청년은 “오롯이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자책을 이어가다가 결국 내가 그 알을 깨고 나오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느꼈다”면서 “뭘 하려고 하더라도 의지와 의욕이 있어야 가능한데, 본인이 의지나 의욕이 없다면 다시 고립 상태에 빠질 것은 겪어보지 않아도 뻔히 보이는 결과였다”고 말했다.

고립 해결을 위해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주체 [사진=동 보고서 캡처]
고립 해결을 위해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주체 [사진=동 보고서 캡처]

하지만 모든 책임을 본인에게 돌리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립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립 당사자의 개선 의지도 중요하지만, 가족이나 지인 등 주변의 관심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립 해결 방안 중 ‘가족 또는 지인의 관심’은 고립 당사자 본인의 개선 의지 강화만큼이나 높은 중요도 점수를 받았다. 다만 고립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의 경우, 고립 해결을 위해 도움이 되는 주체로 가족이나 지인을 꼽은 경향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이는 이들의 고립이 장기화한 만큼,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고 여겨 이미 체념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고립 해결을 위한 주체로서 개인의 노력에 더해 사회의 보조적인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이러한 사회적 노력에는 개인별 맞춤형 상담 및 치료 기회 제공, 청년고립 맞춤형 정책개발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최우선 과제로 꼽힌 것은 취업문제나 경쟁풍토 등 기존 사회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였다. 한 청년은 “한국 사회에는 ‘몇 살이 되면 무엇을 해야 한다’는 나이에 따른 목표치가 존재해서 시간이 갈수록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고 설움을 토로했다.

현재의 삶을 표현한 단어 [사진=동 보고서 캡처]
현재의 삶을 표현한 단어. 고립을 경험한 적 없는 청년들이 답한 단어(왼쪽)와 3개월 이상 고립을 경함한 청년들이 답한 단어. [사진=동 보고서 캡처]

고립 경험이 없는 이들과 있는 이들, 특히 3개월 이상 고립을 경험한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들 간의 차이는 극명했다. 현재의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고립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선택한 단어는 ‘평범’, ‘행복’, ‘보통’, ‘그냥’, ‘지루함’ 등이었다.

고립 고위험군들의 경우는 어땠을까? 고립 고위험군에 속한 청년들이 택한 건 ‘잉여’, ‘평범’, ‘지옥’, ‘우울’, ‘실패’, ‘망함’ 등이었다. 얼핏 봐도 정신적 피로와 피폐함이 한껏 묻어나는 단어들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여기까지다. 길다면 긴 보고서를 이처럼 정리해 설명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우선은 이들 청년이 자신만이 고립을 겪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일말의 위로를 얻기를 바랐기 때문이며, 좀 더 객관적으로 본인의 상태를 진단함으로써 고립을 해결하기 위한 주체적 의지를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또 주위에 고립을 겪는 청년들이 있다면 작지만 꾸준한 관심이 이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었고, 끝으로 저만의 꿈과 포부를 품고 한창 무언가에 매진하고 있을 나이의 많은 청년들의 열정의 불씨마저 앗아간 우리 사회가 자성할 기회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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