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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공매도에 관한 오해와 진실 사이 (下) -3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6.17 16:3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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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8 : 차입한 주식 상환 기간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유리하게 설정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 시 별도의 상환 기간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상환 기간을 90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지난해 11월 이전까지는 60일에 불과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차입한 뒤 무한정 갚지 않아도 되니 애당초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냐는 원성이 쏟아지고 있는데,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이러한 상환 기간 관련 사항은 국제대차거래 표준약관(GMSLA)에 근거, 해외 주요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또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개인 투자자의 사정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우선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위해 반드시 체결해야 하는 대차계약은 대여자와 차입자 간 상호 합의로 이뤄지며, 상환 만기와 관련된 사항도 이때 정해진다. 하지만 대여자의 중도상환 요청이 있는 경우 차입자는 이를 반드시 상환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원치 않는 때 원치 않는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거나 다른 대여자로부터 다시 차입해야 하므로 상환 기간이 보장된 개인 투자자보다 훨씬 큰 부담을 받게 된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상환 기간이 명시적으로 보장돼 있으므로 대여자의 중도상환 요청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 따라서 이러한 규정이 오히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개인 투자자가 상시적인 상환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돕는다는 게 예탁원 등의 설명이다.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되는 국내 주식시장. 이는 운동장 위에서 서로 달음박질하는 선수 중 일부에게만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애당초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을 지적할 때 쓰이는 말이다. [사진=영월군시설관리공단 제공]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되는 국내 주식시장. 이는 운동장 위에서 서로 달음박질하는 선수 중 일부에게만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애당초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을 지적할 때 쓰이는 말이다. [사진=영월군시설관리공단 제공]

일견 타당해 보이는 주장이긴 하나, 이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 상승기에 자칫 잘못 공매도하는 바람에 속을 바짝 태우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아니라면, 상환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은 때에 따라서 큰 강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마다의 투자 계획에 따라 투자 기간도 다를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상환 기간을 일부 개인 투자자의 주장대로 축소해 규정하는 것도 합당치는 않아 보인다. 오히려 투자자 각자가 투자의 결과에 오롯이 책임지도록 한다는 원칙 아래 개인 투자자의 주식 상환 기간 또한 규정하지 않는 편이 좀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선 지난해 11월부터 주식 상환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90일로 늘림과 동시에 개인 투자자도 수차례 만기 연장이 가능해지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서 사실상 개인 투자자도 오랜 시간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개인 투자자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금융위가 발표한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5.3일~9.17일) 개인 투자자 공매도 동향 및 접근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개인의 공매도 평균 상환 기간은 9.0일로, 75.1일인 외국인과 64.8일인 기관에 비해 매우 짧았다. 상환 기간을 늘리고 수차례 연장할 수 있게 한 조치가 무색하게도 이미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가 기존 60일보다도 훨씬 이전에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오해 9 :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 시 증거금을 안 넣어도 된다?

기사를 작성하는 동안 상당수의 언론에서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를 위해 매우 적은 증거금만 넣거나 아예 증거금을 넣지 않아도 된다고 보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보도는 자칫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예탁원 주식대차팀 관계자로부터 상세한 내용의 답변을 들었다.

우선 현재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하기 위해서는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대주거래를 통해야 한다. 이러한 대주거래는 주식을 빌리는 것과 빌린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하나의 패키지처럼 묶인 거래로, 개인은 증권사에서 요구하는 일정액의 증거금만 넣으면 바로 이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목이 오해를 부르기 쉬운데, 사실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와 빌린 주식을 파는 공매도 거래는 엄연히 구분된 거래로서, 개인과 달리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 거래 이전에 반드시 대차거래부터 해야 한다.

이러한 대차거래는 예탁원이나 한국증권금융 또는 증권사 등 준비기관을 통해 할 수 있으며, 담보비율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진 않지만, 너무 적게 설정할 경우 자칫 채무 불이행 위험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이들 준비기관은 현재 최소 105%의 담보비율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 105%란 일반적으로 차입할 주식 전일 종가의 105%에 상응하는 현금을 말하며, 만약 현금이 아닌 다른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78%의 헤어컷(증권의 평가절하)을 적용받아 105%가 아닌 135%에 상응하는 규모의 주식을 담보로 넣어야 한다.

다만 이들 준비기관이 차입자의 채무 불이행 시 그 이행을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담보권자가 아니라, 주식을 대여하는 자 스스로 담보권자로서 직접 채무 불이행 위험을 관리하겠다고 한다면 굳이 차입자가 준비기관에 담보를 넣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여자가 정상적인 기관이라면 다른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에게 담보 없이 주식을 대여해주진 않을 것이며, 준비기관이 요구하는 105%의 담보비율보다 보수적이면 보수적이었지, 그보다 낮춰줄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어쨌거나 이런 대차계약을 통해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계좌에는 차입한 주식이 입고되고, 그런 후에야 그 주식에 대해 매도주문을 낼 수 있다. 이것이 결국 공매도인데, 이미 계좌에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는 데 굳이 개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증권사에 증거금을 넣을 필요는 없다. 이는 외관상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와 전혀 다를 게 없으며,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 주식을 매수를 통해 확보한 것이 아니라 소정의 담보를 제공하고 빌려왔다는 데 있다.

개인이 주식을 빌리는 행위와 빌린 주식을 파는 행위가 하나로 묶인 대주거래를 위해 증거금을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 전 대차계약에서 담보를 제공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증거금’ 없이 공매도할 수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긴 하나, 아무런 ‘담보’도 제공하지 않고 무한정으로 공매도할 수 있다는 것은 엄연히 틀린 말이다.

하나 더. 은행에서 우량 기업이 대출을 받을 때와 개인이 대출을 받을 때 그 신용도와 지급능력에 따라 적용받는 우대금리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담보비율과 개인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담보유지비율이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에게는 담보유지비율로 140%가 요구되는데, 담보유지비율 미달 시 증권사는 개인 투자자에게 담보의 추가 납입을 요구하며, 만약 추가 납입이 제때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자자 의사와 무관하게 해당 주식을 임의처분한다. 이를 반대매매라 한다.

오해 10 : 국내만 주식의 대여와 차입이 수기나 간단한 메시지로 진행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비난하는 이유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차입이 수기나 간단명료한 메시지만으로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인즉슨, 차입자가 대여자에게 “오늘 나 A주식 1000주만 빌릴게”라는 식의 메시지만 보내면 이를 기록으로 인정해 곧바로 공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비난하는 이유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차입이 수기나 간단명료한 메시지만으로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사진=여지훈 기자]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비난하는 이유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차입이 수기나 간단명료한 메시지만으로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사진=여지훈 기자]

하지만 한국거래소에 문의한 결과, 이 역시 사실과는 다르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일일이 예탁원 등을 찾아가 수기로 기록을 남기지는 않는다. 차입을 위한 협의는 전화나 메시지 등 다양한 통신수단을 통해 진행될 수 있으며, 다만 실제 대차거래는 예탁원과 한국증권금융, 증권사 등 중개 기관을 통해 이뤄진다.

또 공매도 목적으로 주식을 차입한 이는 계약체결 일시, 계약상대방, 계약 종목 및 수량, 결제일, 대차기간, 수수료율 등 대차계약 내역을 위변조 또는 훼손을 방지할 수 있는 설비나 시스템을 통해 5년간 전자적 방식으로 보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요청이 있을 시 이를 곧바로 제출해야만 한다.

아울러 지난해 3월 12일 신설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규정 시행세칙 별표 1의2 ‘공매도 점검결과 보고사항’에 따르면, 증권사는 차입한 것보다 공매도한 물량이 많거나, 선매도 후 매수하는 불법 공매도가 확인된 경우 20가지가 넘는 공매도 점검결과를 보고하고 이를 5년간 보관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공매도위반 점검대상거래가 있었던 달의 다음 달 10매매거래일까지 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는 중개 기관인 증권사에 부과되는 의무로서 단순히 메시지 하나만 확보했다고 해서 끝낼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도 “대차거래 시 작성한 5년 의무 보관 기록은 금융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다”면서 “정식적인 대차계약 없이 단순히 메시지 상으로 빌린다고 알리고 공매도하는 선매도 후 결제, 즉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며 적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되는 국내 주식시장. 이는 운동장 위에서 서로 달음박질하는 선수 중 일부에게만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애당초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을 지적할 때 쓰이는 말이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 하더라도 국내 주식시장의 제도와 법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측면이 많았고, 불법 공매도도 공공연히 자행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러한 행위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갔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한바탕 주식시장 붐이 일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어느덧 개인 투자자 1000만 시대를 맞이했고, 이에 훨씬 많은 이들이 주식시장의 불공정한 환경에 관심을 쏟고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금융당국과 관련 기관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제도 개선을 위해 이전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과 감시·적발 시스템 강화, 개인 투자자 공매도 상환 기간 증가 등의 조치는 모두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단번에 진행되진 않겠지만,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올바른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또 이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제도 개선을 위해 힘쓰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국내 주식시장도 조금씩 바뀔 것이란 기대를 품어본다. 세상에 완전히 평평한 경쟁의 장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럼에도 언젠가 그 기울기가 훨씬 완만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바람이다.

경제산업팀장

 

글쓴이는 - 대한민국 1000만 개인 투자자 중 1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증시 하락으로 여느 수많은 개인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계좌엔 두 자릿수 파란 불이 가득하다. 따라서 누구보다도 국내 주식시장이 공정해지고, 개선되길 바라는 1인이기도 하다. 다만, 누군가 비난한다고 해서 최소한의 정보 확인과 검증도 없이 덩달아 특정 대상을 욕하는 것은 국내 주식시장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상호 불신의 골만 깊어지게 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좀 더 정확한 속사정을 파악하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도 바르게 전하고자 기사를 쓰게 됐다.

취재 후기 – 기자의 취재에 응해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증권사 관계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수차례에 걸친 기자의 성가신 질문과 자료 요청에도 선뜻 시간을 할애해 설명해주신 여러분과 같은 분들이 있기에, 국내 주식시장의 미래에 좀 더 희망을 걸 수 있겠단 생각을 취재하는 동안 자연스레 품게 됐다. 기자 역시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쏟으며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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