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여지훈의 이야기力] 주가 하락의 주범은 공매도? (中)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6.17 16:3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체적인 일정도 그와 관련된 사항도 아직 아무것도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이달 초 공매도 전면 재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답한 말이다. 최근 몇몇 언론사에서 군불을 지피는 것과 달리 현재 일부 종목으로 제한된 공매도의 전 종목 확대 적용이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내비치는 말이다.

그러나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한 우려는 쉽게 잠잠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추진해온 국내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선 공매도 전면 재개가 선결돼야 하는 탓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공매도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공매도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공매도가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는 모양새다. MSCI 편입 문제도 있거니와, 해를 넘기며 이어져 온 긴 하락장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원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달 31일 불법 공매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위한 공매도 조사전담반을 설치 및 운영할 것을 지시하면서 공매도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증시에서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는 지난해 5월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에 한해 일부 재개됐다.

그보다 한 달 앞선 4월 6일부터는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차입 없이 공매도할 경우 과징금 부과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등 형사처벌이 가능해졌으며, 이에 따라 공매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기록도 최소 5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의 주범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공매도다. 많은 개인 투자자가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로 인해 국내증시가 다른 주요국 증시가 오름에도 함께 오르지 못하고, 다른 주요국 증시가 내릴 때는 더욱 급격히 내린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 개인 투자자가 기관과 외국인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긴 하나, 실제 국내 공매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다.

한국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공매도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80%로서 단연 압도적이다. 일례로 지난 14일 하루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발생한 총 공매도 거래대금 5713억원 중 외국인에 의한 거래는 4530억원으로 전체의 79.3%를 차지했다. 이날 기관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8.2%인 1042억원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된 이후 국내증시는 어땠을까? 정말 공매도 시행 전보다 주가가 크게 하락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분적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해 5월 이후 3개월가량 보합세를 보이던 국내증시는 해를 넘긴 6월 현재까지 10개월 가까이 내림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하락을 시작한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주요국 증시에 비하면 훨씬 이른 움직임이다.

심지어 보합세를 보인 3개월의 기간도 높은 가격에 팔수록 이익이 커지는 공매도 물량을 쌓기 위한 사전 작업 기간으로 해석할 여지는 충분하다. 실제로 해당 기간 대차거래 잔고와 공매도 잔고 모두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 무차입 공매도는 엄연한 불법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따라서 국내 공매도 시장을 주도하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대여자와 차입자 간 대차계약이 반드시 체결돼야 하며, 한국거래소가 매일 발표하는 대차거래 잔고와 공매도 잔고의 증감 추이를 통해 향후 공매도 진행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지난해 4월 초 52조원 수준이었던 대차거래 잔고는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된 5월 3일부터 급격히 증가해 6월 말 70조원을 돌파했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중순에는 80조원에 달했으며,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70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만 하더라도 5조원을 밑돌았던 공매도 잔고 역시 5월부터 꾸준히 늘어 11월 말 1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달 12조원대까지 치솟은 뒤 현재는 11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새삼스러운 수치는 아니다. 코로나19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던 2020년 3월 이전에도 공매도 잔고는 꾸준히 10조~12조원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또 공매도가 국내 주식시장만의 유별난 특징인 것도 아니다. 이미 해외 많은 금융시장에서는 공매도가 주가 거품을 걷어낸다는 이유로, 즉 성장률이나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된 기업의 주가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되돌린다는 이유로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같은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기업 전망을 높이 평가하는 주주들과 공매도 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히려 이들 증시에서의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국내증시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

공매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헤지거래를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선 공매도가 없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간간이 매도 물량이 나오긴 하겠으나, 앞의 행복 시나리오에서처럼 주가는 지속해서 상승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점차 커지는 수익률을 즐기며 주식을 계속 보유하려고만 들 것이다.

주식의 발행물량은 제한돼 있는데 점점 많은 이들이 장기 보유를 한다면, 유통되는 주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소수 거래만으로도 주가 변동폭이 급격히 커지는 현상이 잦아지게 된다. 그러나 공매도를 통해 누군가 많은 물량을 쏟아낸다면, 이는 거래를 활발히 만들어 주가가 보다 안정된 가격에서 움직이도록 돕고, 다른 투자자가 저가에서 추가 물량을 확보할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공매도는 헤지 전략을 위해서도 활용될 수 있다. 헤지란, 현재 투자자가 구축한 포지션의 자산 가격이 시장 대내외적인 위험으로 변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상쇄할 만한 다른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A기업의 주식 5주를 보유한 경우, 주가가 하락하면 그대로 수익률 감소나 손실로 이어지지만, 5주를 보유한 상태에서 2주를 공매도했다면, 주가 하락 시 공매도 포지션에서 수익이 발생하면서 향후 실현 수익을 A기업 주식의 추가 매수나 다른 목적 등으로 이용할 여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