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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키우는 무역적자, 수교 30주년에 깊어진 대중 역조까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8.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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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하반기를 시작하면서도 무역전선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지 않았다. 무역수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적자 늪에 빠져 한국 경제의 ‘복합위기’를 키우고 있다. 수출이 역대 7월 중 최고치를 찍었지만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쌓인 무역적자는 150억달러를 돌파, 2008년 금융위기 때의 연간 적자 규모를 넘어섰다. 올해 남은 5개월 동안 무역적자 행진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 경우 26년 전 200억달러를 넘어선 역대 최대 무역적자도 경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대외변수가 수입증가세를 부추겼지만 무엇보다 우리 수출 최대국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대중국 수출 감소 영향이 컸다. 중국과의 무역수지도 30년 만에 3개월 연속 적자에 빠질 정도로 주요 교역국 중에서 교역 상황이 가장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오는 24일로 한중 국교수립 30주년을 맞는 가운데 중국 주요도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봉쇄도 악재로 작용했지만 지난해 이후 확산했던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과의 무역 확대에 한계가 따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46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7월 대비 9.4% 증가한 607억달러, 수입은 21.8% 늘어난 653억7000만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수출액은 역대 7월 최고 실적인 1년 전(555억달러)보다 50억달러 이상 높은 새 기록이다. 수출 증가세는 21개월 연속 이어졌지만 지난 6월(5.4%) 두 자릿수 증가율이 멈춰선 뒤 두 달째 한 자릿수 증가폭에 머물렀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가격 급등으로 수입 증가세가 커지면서 5개월 연속 600억달러를 넘어선 탓에 무역수지는 2008년 6~9월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적자 수렁에 빠져들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150억2500만달러로 2008년 연간 적자 규모(132억7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같은 1~7월 누적 적자 규모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66년 만의 최대치다.

1월 49억달러 적자로 불안하게 출발했던 올해 월간 무역수지는 2~3월 반짝 흑자로 한숨을 돌렸지만 4월 24억8000만달러로 마이너스(-) 전환한 뒤 5월 16억1000만달러, 6월 25억8000만달러를 기록,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적자 규모인 103억56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하반기 첫 달인 7월에도 5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적자폭이 다시 커진 무역역조의 기울기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1996년 기록된 역대 최대 무역적자(206억2000만달러)도 뛰어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출입, 무역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수출입, 무역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 성장세의 둔화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최대 수출·수입국인 중국과의 교역이 역대급으로 악화된 것은 하반기 침체가 우려되는 우리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대목이다. 수교 이후 30년 동안 지속돼 왔던 우리 수출의 텃밭인 중국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7월 대중 무역수지는 5억7000만달러 적자다. 3개월 연속 적자가 지속된 것은 199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132억4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5% 감소한 반면 수입은 138억1000만달러로 19.9% 증가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지난 1월 흑자규모가 2억달러로 쪼그라들면서 우리나라 전체 무역적자에 큰 영향을 준 뒤 다시 흑자폭이 늘어나다가 4월엔 6억2000만달러로 흑자 규모가 줄었다. 2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5월(-10억9000만달러), 6월(-12억1000만달러) 잇따라 커진 적자폭이 7월 그나마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1992년 수교 첫 3개월(8~10월)에 이어 30년 만에 3개월 연속 적자행진은 막지 못했다.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은 늘었지만 중국 경제의 둔화세로 철강(-8.3%), 석유화학(-14.1%) 등 다른 품목의 수출이 줄었다는 게 산업부의 분석이다.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20년 25.9%, 지난해 25.3%, 올 상반기 23.2%로 하락추세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기술 굴기(일어섬)’를 통해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에 대한 국산화로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림에 따라 상대적으로 한국의 수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으로선 여전히 최대 수출국이기에 중국의 경제 둔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무역수지 개선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가치외교' 기치 아래 미국을 구심점으로 중국 견제 경제블록화가 모색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과도한 대중 수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지만 적어도 코로나 팬데믹 끝자락에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톱2 내수시장에서 확실히 통할 수 있는 응급대책으로 흑자 전환을 꾀해야 경제 위기 극복에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6월 이후 수출 증가율도 한 자릿수에 머물면서 수출 성장세 둔화와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달 중으로 그간 우리 수출기업의 활동을 제약해 온 규제 개선과 현장 애로 해소 방안, 주요 업종별 특화 지원 방안 등을 포함한 종합 수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4대 수출국 가운데 지난달 2~3위국인 아세안, 미국, EU(유럽연합) 수출은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로 늘어나면서 줄줄이 지난달 역대 7월 1위 기록을 경신한 반면 1위국 중국만 감소하며 역대 7월 3위 기록에 그쳤다.

그만큼 중국 경제가 하반기에 우리의 무역역조를 개선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부문 책임자는 지난달 28일 IMF 블로그를 통해 "중국의 경기 침체가 지역 교역 상대국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공급망과 중국과 긴밀히 통합된 한국도 외부 수요 약화와 공급망 붕괴로 인해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중 무역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대중 무역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분석한 중국 경제 전망은 코로나 발생초기를 제외하고 중국 이외 지역에서 대유행이 확산했던 2020년처럼 ‘브이(V)자형’으로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데에 수렴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지난달 31일 한은 간행물 '해외경제 포커스'에 올린 '2022년 하반기 중국 경제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는 정부의 안정성장을 위한 정책지원 강화에도 불확실성 확대로 고용·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코로나19가 적절히 통제될 경우 하반기 4%대 중반, 연간으로는 3%대 중반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0%를 기록한 뒤 올 1분기에는 4.8%까지 올라갔지만 2분기에 0.4%로 급락했다.

한은은 중국 경제의 하반기 전망에 대해 “소비가 중국 정부의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지원, 지역 간 이동제약 완화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고용악화, 소비심리 약화 등으로 개선세는 완만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실물경제의 지원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중국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중국산 코로나19 신규 백신 및 치료제가 조기 개발에 성공해 방역부담이 완화될 경우 내수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올해 5.5% 경제 성장률 달성 목표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IMF는 지난달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발 경기 침체를 이유로 중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1.1%포인트 낮춘 3.3%로 제시했다.

한중 수교 출발과 30주년을 마무리하는 양 시기에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공교롭게도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터에 새로운 30년을 시작하는 재정립기에 중국 경제가 그나마 연착륙해 한국 무역전선에도 활로를 열어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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