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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도 가파르게 최고치...금리대응의 비용과 편익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7.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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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경제주체의 주관적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이 사상 최고조에 달했다. 24년 만에 6%대로 치솟은 소비자물가 충격 속에 소비자들이 향후 1년 동안 전망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단숨에 4%대 후반까지 솟구치면서 복합 경제위기의 골을 깊게 만드는 형국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2분기 한국 경제를 떠받쳤던 민간소비의 둔화가 예상된다. 물가 정점론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수출 부진을 상쇄했던 내수까지 하반기에 위축되면 경제성장의 두 축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어 통화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3.9%)보다 0.8%포인트(p) 오른 4.7%로 나타났다. 2008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최고치이고, 전월 대비 상승폭 또한 두 달째 최대기록을 경신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오름세가 가파른 게 심상치 않다. 지난해 3월 2.0%로 올라선 이후 14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해왔다. 올해 1월 2.6%으로 시작해 2월(2.7%), 3월(2.9%)까지 점증하다가 4월 3%대(3.1%)에 진입한 뒤에는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5월 3.3%에 이어 6월에 3.9%로 치솟아 오름폭을 키우더니 이달에는 무려 0.8%p 점프하며 5%선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연초 대비 2.1%p나 뛰어오른 역대 최대의 상승폭에서 급속히 커진 소비자들의 물가 불안심리가 읽힌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월부터 14개월간, 유럽 재정위기와 동일본 대지진이 맞물렸던 2011년 6월부터 10개월간 4%대를 유지한 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급속히 상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3%대에 진입한 이후 2008년 10월 종전 최고기록 4.6%를 찍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이번엔 3%선을 넘은 지 불과 3개월 만에 4.7%로 최고치까지 갈아치운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응답 분포를 보면 한 달새 5~6%가 19.6%로 5.5%p 늘었고, 6% 이상은 가장 많은 24.4%를 차지하면서 10.0%p나 급등했다.

소비자가 지난 1년간 주관적으로 체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뜻하는 '물가인식'도 5.1%로 한 달새 1.1%p 높아졌다. 역시 역대 최대폭.

이번 조사는 지난 11∼18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돼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로 단행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의 영향이 온전히 반영됐다고는 볼 수 없다.

기데인플레이션 올해 상승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기데인플레이션 올해 상승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하지만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은 6월보다 3p 높아져 역대 최고치를 찍은 금리수준전망지수(152)에서 확인된다. ‘6개월 뒤 금리가 현재보다 더 오를 것’으로 응답한 일반인이 많으면 100을 웃도는데, 5개월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위시해 ‘빅스텝이 뉴노멀(새 기준)’로 흐르는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와 지난해 8월부터 6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리며 선제적으로 대응한 한은의 긴축 행보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 25일 발간한 '우리나라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과 같이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지면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돼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한 터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저마다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 기조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처럼 한은도 우선 순위를 물가 기대심리 억제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올해 남은 세 차례(8·10·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폭과 속도가 얼마나 될지에 쏠리는 만큼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물가의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한 금리 대응 수단을 확대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컨트롤타워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에는 물가가 정점을 나타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수장인 이창용 한은 총재도 빅스텝 단행 때 “물가 정점은 기본적으로 올해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관측에 따라 정점을 확인하고 후행적으로 정책대응을 맞출 수는 없기에 딜레마는 더욱 커진다.

게다가 경제 성장에 금리 인상이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날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 성장률이 0.7%로 발표되면서 수출 부진 속에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1.4%p로 가장 높았다. 외생변수가 워낙 크기 때문에 수출이 하반기에 가파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방역 해제 이후로 살아난 민간소비가 일정 기간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대신 맡아줘야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소비 둔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인데, 한은의 연구결과에서도 ‘내수 역할론’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금리의 소비 및 투자 영향 [자료=한국은행 제공]
금리의 소비 및 투자 영향 [자료=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이날 내놓은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지는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민간소비가 향후 성장률을 끌어내릴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 동향분석팀이 거시모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민간소비의 금리 탄력성은 평균 0.04∼0.15%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0.25%p 오를 경우 민간소비가 최대 0.15%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금리 인상의 영향이 아직 실물경제에 뚜렷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으나 시차를 두고 점차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금리인상의 효과는 비용(수요 둔화)뿐만 아니라 편익(인플레이션 완화)도 함께 고려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기준금리를 1.75%p까지 올리면서 연간 경제 성장률을 0.4%p 낮춘 효과가 있는 만큼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나온다.

서영경 한은 금통위원은 이날 ‘한은금요강좌’ 대면 재개 기념 특강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동시에 성장 하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성장-물가 간 '트레이드 오프(상쇄)' 관계가 심화된다면 통화정책 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향후 금리인상 속도가 점진적인 인상경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긴축 행보를 멈출 경우 나중엔 더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고 성장 손실도 불가피하다는 역사적 경험도 되짚어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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