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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어 5년간 주택 270만호 공급...키워드는 수요자·민간·지방정부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8.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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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취임 100일 하루 앞두고 처음 내놓은 대규모 주택공급계획도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공급에 방점이 찍혔다. 정부 주도형이 아닌 시장 중심형으로 경제 활력을 끌어내겠다는 국정철학이 향후 5년간 총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첫 주택 정책 방향에도 반영된 것이다.

직전 정부에서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다층적으로 강화된 각종 규제를 완화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고 공급 패러다임도 공공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요체다. 공공은 취약계층 주거복지 등 시장기능 보완을 위한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되 전체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국민이 선호하는 민간의 공급 활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수요자들의 도심 선호, 민간 공급의 확대와 더불어 지방정부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 대안을 최적화하는 데도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이 참여하는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기존 주택정책의 한계는 수요자 의견을 무시한 공급자 중심의 공급정책이었다. 과도한 규제, 수요와 맞지 않는 정책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국민들의 주거 상향의 꿈을 앗아갔다“며 ”주택정책 목표는 국민 주거안정으로 살고 싶은 곳에 살기 좋은 주택을 꾸준하고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기록적인 호우 사태로 1주일 연기된 주택 공급 계획 발표에서 국민 주거안정 실현을 위한 5대 전략으로 △선호도 높은 도심에 내집 마련 기회를 늘리는 공급 확대 △주택이 가는 곳에 교통이 따라가는 주거 환경 혁신 및 안전 강화 △주택공급에 걸리는 시간 단축 △끊어진 주거 사다리 복원 △주택품질 확보 등을 제시했다.

직전 정부처럼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후보지를 일방적으로 지정하기보다는 규제정상화, 인허가 절차 합리화 등으로 주민이 원하는 지역에 바텀업(상향식) 방식 공급을 지원하는 기조다. 이를 통해 도시 외곽이 아닌 도심·역세권 등 수요가 많은 입지에 더 많은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수요자 중심의 공급 전환으로 도심의 공급량이 대폭 늘어난다. 2023∼2027년 5년간 공급 물량은 270만호(연평균 54만호)다. 당초 공약인 '250만+α(알파)'에서 추가 퍼즐이 20만호로 맞춰진 것이다.

지역별로 서울(50만호)를 포함한 수도권에만 전체 공급 물량의 58.5%인 총 158만호가 공급되고, 지방은 광역·특별자치시에 52만호 등 총 112만호 공급이 예정됐다.

신규택지는 5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88만호분이 공급되는데, 내년까지 15만호 안팎의 후보지를 선정해 발표하고 그 이후에는 시장 상황을 맞춰 순차적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신규택지는 직주근접 등을 고려해 선정하며, 철도역 인근의 경우 반경 300∼1000m까지 초역세권, 역세권, 배후지역 등으로 나눠 역 접근성에 따라 개발밀도를 높이는 '콤팩트 시티' 개념이 적용된다.

정부가 직접 개발 주체가 돼서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을 최소화하고, 재건축과 도시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민간을 통한 주택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직전 정부와 차별화한 포인트다. 민간 아파트 등의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130만호, 도시정비사업 52만호 등 민간 주도 개발사업을 통해 총 182만호를 공급한다. 반면 국공유지 등 공공택지에 정부 주도 개발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은 88만호로 민간 공급의 48.4% 수준이다.

향후 5년간 주택공급 계획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향후 5년간 주택공급 계획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도심과 민간이라는 새 정부 주택공급의 키워드는 새로운 민간 도심복합사업 추진으로 연결된다. 지난해 2·4대책 발표를 통해 현재 공공만 추진할 수 있는 도심복합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으로 민간에도 사업 주도권이 주어진다. 토지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신탁사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민간도 사업 주체가 돼 도심·부도심·노후역세권 등에서 고밀 도심개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존 공공사업 수준으로 용적률, 세제 혜택, 공원 및 녹지 기준완화 등 인센티브를 주되, 개발이익을 임대주택으로 확보하는 등 적정수준으로 환수하게 된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연말 도심복합개발법 제정을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 중 공모에 착수할 방침이다.

민간 도심복합사업자가 주거중심형으로 개발할 경우 용적률은 최대 500%까지 상향되는데, 필요시 용적률·건폐율과 같은 기존 도시계획 규제를 받지 않는 '도시혁신계획구역'을 신설해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도심 고밀 개발의 길도 열리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용산 정비창과 중구 세운지구 일대에 용적률 제한을 푼 초고밀 복합개발단지 조성 추진 플랜을 밝힌 바 있다.

주택사업 인허가 걸림돌로 지적돼 왔던 각종 규제의 완화도 민간 공급 확대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 정비 및 도시개발사업에도 각종 영향평가를 함께 심의하는 통합심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공공 정비사업과 일반주택사업에는 분야별로 나눠진 심의제도를 합친 통합심의가 의무화된다.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정비구역 지정단계까지의 기간을 단축시켜주는 ‘신통기획(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의 전국화 버전이 되는 셈이다. 100만㎡ 이하의 중소택지의 경우 지구지정과 지구계획수립 절차를 통합하기로 했다. 또한 중소택지 정비사업 변경 및 사업인가 시 총회 의결 등 동일 절차를 일괄 처리하기로 함에 따라 사업기간이 5~6개월 단축될 수 있게 된다.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로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연접한 복수단지가 일정한 사업요건을 충족할 경우 통합개발을 허용하고 사업자에 대한 기금융자 2차보전과 조합원 세제 지원도 강화한다.

특히 공급 속도를 높여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택공급 촉진지역제도'의 도입 도 검토한다. 수요 억제를 위해 대출·세제 문턱이 높아지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과 달리 공급 확대를 위해 지정 시 각종 동의요건 완화, 용적률 상향, 금융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모색되는 것이다. 다만 국토부는 투기 유발 가능성과 특혜 우려 등을 고려해 연구용역, 지방자치단체 의견수렴 등을 거쳐 내년 1분기 중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등이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도 강화하는 등 지방정부의 현실적 정책 실행 효과를 높이는 것은 민간 중심 추진과 더불어 이번 8·16대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민간 재건축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면서 시장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초과이익 환수제와 안전진단 규제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손질한다.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은 도입 17년 만에 감면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2006년 도입된 뒤 시행이 유예됐다가 2018년 부활했지만,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라는 논란과 함께 법 제정 당시 기준이 너무 낮아 과도한 부담금이 부과된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올해 첫 부과가 시작될 재초환은 사업이 진행되는 기간에 오른 집값에서 개발 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이익의 10~50%를 세금으로 환수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도입 이후 한 번도 변경되지 않은 현행 부과기준으로는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조차 과도한 부담금이 예상된다. 대구(1억6000만원), 창원(1억원) 등 지방에서도 세대당 억대 부담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지방의 한 단지에서는 당초 예정액이 수백만원 수준으로 통보됐지만 현재 기준으로 억대 부담금이 예상되면서 조합 내 갈등이 심화됐고, 특히 별도의 소득이 없는 1주택 고령자들은 부담금 납부 방법이 없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국토부는 ”적정선을 넘어선 과도한 부담금은 도심 주택공급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조합원 부담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임대주택과 일반분양을 기다리는 다수의 국민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나친 이익은 환수하되, 사업 자체를 저해하는 수준의 부담금을 적정수준으로 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부과기준을 현실화하고 1주택 장기보유자∙고령자등에 대한 배려방안을 다음달 내로 마련하고, 임대주택 공급 등 공익에 기여하는 사업장은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규제는 평가 기준 중 '구조안정성' 비중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하는 등 제도개선에 착수한다. 구조안정성 비중이 2018년 종전 20%에서 50%로 대폭 상향되고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절차도 의무화됐는데, 변경 전 3년간 56곳에 달했던 안전진단 통과 단지(서울)는 변경 후 5곳으로 급감했다.

원 장관은 재초환 개편과 관련해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국토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어떻게 조정하겠다는 결론을 미리 제시하는 것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변경이 생겼을 때 매우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국회에 입법 과제로 제출하면서 9월 중에 국토부의 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서도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안전진단 기준을 발표해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마다, 노후 주택들마다 사정이 달라 정밀한 접근과 협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여건을 잘 아는 지자체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평가항목 배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의무적으로 받아 왔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지자체 요청 시에만 시행토록 하는 등 지방정부와 협력을 통해 연말까지 최적 대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정부로선 이번 8·16대책에서 얼개가 그려진 정책 중에서 많은 부분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입법화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요자인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주거안정의 현실적 명분과 대안, 지방정부가 시장상황을 반영해주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정밀하게 가다듬어져야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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