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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두달째 꺾였지만...4분기 4대 상방 리스크는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0.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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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두 달째 누그러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류 상승률이 낮아진 영향이 컸다. 다만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의 오름폭이 다시 커지면서 물가 정점통과(피크아웃)를 낙관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4분기 전기·가스요금이 다시 오르는 가운데 수입물가를 부추기는 환율 불안과 오일패권국의 감산에 따른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도 물가 상방 리스크로 꼽히면서 고물가 기조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년 100 기준)으로 1년 전보다 5.6% 상승, 전달 오름세보다 0.1%포인트(p) 축소됐다. 지난 7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 상승률인 6.3%를 찍은 뒤 8월 5.7%, 9월 5.6%로 두 달 연속 오름세가 둔화한 것이다.

단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0.3% 상승했다. 8월 0.1% 감소해 21개 만에 맞은 하락세도 한 달 새 다시 증가세로 되돌린 것이다.

통계청이 외식물가가 30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는 등 9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6% 올랐다고 발표한 5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외식물가가 30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는 등 9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6% 올랐다고 발표한 5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사진=연합뉴스]

물가 오름세가 두 달째 하강 곡선을 그린 것은 국제 유가 하락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 6월 평균 배럴당 115.7달러에서 지난달 90.6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공업제품은 가공식품이 8.7%, 석유류가 16.6% 각각 오르면서 6.7% 상승했는데, 공업제품의 물가 기여도는 8월 2.44%p에서 한 달 새 2.32%p로 떨어졌다. 가공식품의 상승률은 2009년 6월(9.0%)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석유류의 경우 경유가 28.4%, 휘발유가 5.2% 올랐다. 석유류 상승률은 7월 35.1%, 8월 19.7%에서 상승세가 더 꺾여 16%대로 내려섰다.

농산물 물가 상승세도 8월 10.4%에서 지난달 8.7%로 둔화하는 등 상품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7.2%였으며, 물가 기여도는 3.37%를 차지했다.

상품과 더불어 지수를 이루는 다른 축인 개인서비스는 4.2% 상승률(물가 기여도 2.21%p)을 기록했다. 그중 개인서비스는 6.4%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외식 상승률은 9.0%로 1992년 7월(9.0%)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갔고, 외식 외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4.5%로 2008년 9~12월(4.9%) 이후 최고 오름폭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세가 두 달째 꺾였다고는 하지만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5%대를 기록,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 물가 수준을 맞을 것이 확실시된다. 소비자물가수준(평균)을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한 변동률인 누계비 물가 상승률은 8월 5.0%(1~8월)로 올해 처음 5%대에 진입했는데, 9월에도 5.0%(1~9월)를 유지했다.

앞으로 남은 4분기에 물가 상방 리스크가 많아 한국은행이 지난 8월 0.7%p 높여 제시한 연간 수정 전망치(5.2%)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10월부터 동시에 오른 공공요금인 전기·가스요금이 물가에 반영돼 상승률을 올리게 된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약 5%, 도시가스 요금은 약 16% 각각 인상된다. 지난달 30일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상을 발표하면서 추산한 인상 부담은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 월 2270원, 가스요금 월 5400원이다.

정부가 가중치·기여도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전기·가스요금 동시 인상으로 10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p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 인상이 0.1%p, 가스요금 인상이 0.2%p를 밀어 올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소비자물가 항목 중 전기·가스·수도의 상승률은 지난 4월 전기·가스요금 동반 인상으로 5월 9.6%로 오른 데 이어 다시 동시 인상이 이뤄진 7월에는 15.7%까지 뛰었다. 2010년 1월 집계 시작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른 오름폭은 9월 14.6%로 둔화했지만 10월부터 동시 인상분이 반영되면 전체 소비자물가의 6%대 재진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9월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 정부의 정책 노력 등으로 2개월 연속 상승 폭이 축소되며 5%대 흐름을 기록했지만 10월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꺾이지 않은 근원물가도 변수다. 한국은행은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연 뒤 “소비자물가는 주춤했지만 근원물가가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어 소비자물가가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상당기간’은 통상 반년 정도를 뜻하는 만큼 내년 초까지는 고물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9월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는 소비자물가와 달리 오름세를 유지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5% 상승, 8월(4.4%)보다는 오름폭이 소폭 커졌다. 1~9월 전년 누계비로는 3.9%다. 전월 대비로는 7월 0.1%, 8월 0.2%, 9월 0.3%로 점차 커지는 흐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4.1% 올라 2008년 12월(4.5%) 이후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 보합을 보였지만, 전년 누계비로는 1월(2.6%)부터 9월(3.4%)까지 매월 0.1%p씩 쌓아가는 추세를 이어갔다.

3분기까지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친 국제 유가와 환율 변수도 물가 연착륙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 OPEC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가 5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대면 정례회의를 열고 원유 감산 규모를 논의한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배럴당 120달러선까지 치솟았다가 넉 달째 하락세 속에 배럴당 80~90달러선을 오르내리는 국제 원유 가격을 올려 ‘슈퍼 달러’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하루 평균 100만~200만배럴의 감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물가 지수에 포함되는 458개의 주요 품목 중 물가 상승률이 6%가 넘는 품목이 9월 204개로 전체의 44.5%를 차지, 연초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점에 주목하면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수요 발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기 위해서는 유가 하락이 중요하지만, 유가는 단기 저점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그는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유가는 빠르게 하락하자, OPEC+ 는 유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감산을 논의 중“이라며 ”설비투자 미비 등으로 생산 한도보다 생산량이 적었던 점을 고려하면 OPEC+의 감산으로 인한 시장의 영향이 클 것이며 유가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둔화는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바지물가지수 구성 품폭의 가격 상승률 비중 변화.  KB증권은 9월 물가 지수에 포함된 458개의 주요 품목 중 물가 상승률이 4~6% 미만은 65개로 14.2%를 차지하고 있으며, 6%가 넘는 품목은 204개로 전체의 44.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연초 6%를 넘는 품목이 120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배 가량 증가. 반면,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53개로 연초 87개보다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료=KB증권 제공] 
소바지물가지수 구성 품폭의 가격 상승률 비중 변화.  KB증권은 9월 물가 지수에 포함된 458개의 주요 품목 중 물가 상승률이 4~6% 미만은 65개로 14.2%를 차지하고 있으며, 6%가 넘는 품목은 204개로 전체의 44.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연초 6%를 넘는 품목이 120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배 가량 증가. 반면,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53개로 연초 87개보다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료=KB증권 제공]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반 만에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하며 경제 위기감을 높이고 있는 고환율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지난달에만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11차례나 경신하는 등 달러당 1500원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환율이 수입물가를 높여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올해 한국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p 높아지면 소비자물가는 0.1%p 오른다는 분석을 내놓았고, 한국은행도 환율이 1%p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6%p 높아진다고 추정한 바 있다. 미국 달러화만 ‘나홀로 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원화 약세가 해소될 가능성이 적은 만큼 미국발 ‘긴축 트랩’에 갇힌 원·달러 환율은 올해 남은 석 달 동안 국내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물가 정점 통과와 전망에 대해 "10월부터 OPEC+의 감산 결정에 따른 석유류 가격이 다음달 물가 상승 폭을 결정하는데 크게 영향을 줄 것"이라며 "물가 상승세 축소에 가장 주요한 영향을 주는 석유류 가격 둔화 흐름이 지속된다면 (상승률이 6.3%를 찍은) 7월 물가가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상승이 만만치 않으니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10월에 전기요금·도시가스요금 인상이 예정됐으니 오름세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기획부 국정감사에서 그간 예상했던 ‘9~10월 물가 정점론'을 확인하는 질의에 ”변함이 없다.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에는 정점을 전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점을 찍으면 내려와야 하는데 내려오는 속도는 완만하게 내려올 것"이라며 상당기간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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