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피크아웃 재촉하는 기대인플레 '반락'...물가전망 품목 영향력 변화로 보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8.23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추석 지나며 서서히 물가 오름세가 주춤해지고 9월, 또는 늦어도 10월에는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락세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1~2개월 사이에 국제 유가가 안정된 모습을 보여서 저희 예상대로 (점진적 금리인상으로)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재정·통화당국 수장이 이달 들어 각각 기자간담회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물가 정점론과 긴축 속도조절론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힌 이후 소비자들의 고물가·고금리 불안심리도 다소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관련 통계 집계 시작 14년 만에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꺾이면서다. 향후 1년간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새 반락,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고물가 기조도 꺾이는 변곡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추석을 고비로 고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재정당국의 발표가 지속적으로 발신되고 상반기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 유가가 최근 안정화되면서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사상 초유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 인상)을 밟았던 선제적 통화정책 대응 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대인플레이션과 국제 유가를 인플레이션 억제의 핵심 변수로 꼽았던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의 보폭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이 23일 내놓은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월보다 0.4%포인트(p) 하락한 4.3%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4.7%로 200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찍은 뒤 한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진 것은 2021년 12월(-0.1%p) 이후 처음이다.

지난 3월까지 14개월 연속 2%대를 유지했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6월 3%대에 이어 7~8월에는 4%대를 기록했다. 지난달엔 0.8%p 급등으로 전월 대비 상승폭까지 최대치를 경신한 뒤 한 달 새 반락했지만 여전히 2011년 10월(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상승률을 뜻하는 '물가인식'은 5.1%로 지난달과 같은 수치를 보였다. 이 또한 관련 통계 작성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8~16일 전국 도시 2500가구(응답 24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소비자동향조사에서 물가상황에 대한 인식은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인식 외에도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으로 세 가지 소비자심리지수(CSI)가 더 있다. 물가수준전망CSI(158)와 주택가격전망CSI(76)는 전월 대비 각각 8p, 6p 하락하고 임금수준전망CSI(117)는 전월과 같았다. 특히 주택가격전망CSI는 고금리 시대에 이자부담이 늘면서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집값 내림세 예상이 확대됐다.

석 달 연속 하락하던 전체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88.8로 7월보다 2.8p 상승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여전히 우세한 부정적인 시각에도 소비자 심리는 다소 개선된 만큼 이제 관심은 한풀 꺾인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방 기조를 유지하고 고물가 피크아웃(정점 통과)도 재촉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린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6대 품목 응답 비중을 보면 변화가 읽힌다. 농축수산물(47.5%), 석유류제품(47.0%), 공공요금(45.6%), 공업제품(19.0%), 개인서비스(14.4%), 집세(13.4)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달까지 6개월 동안 1위를 차지했던 석유류제품이 이달 들어 2위로 밀려난 게 큰 특징이다. 지난 3월 83.7%, 6월 82.5%까지 찍을 정도로 폭등하는 국제 유가를 반영하며 향후 1년간의 CPI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여겨졌는데, 비중이 8월에 50% 아래로 급락한 것이다. 지난달까지 올해 석유류제품이 보인 평균 비중( 68.5%)에도 훨씬 못 미쳐 향후 CPI 전망에서도 영향력이 축소된 셈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조사기간 동안 실제로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산 원유의 가격은 배럴당 평균 95.03달러로 전월 동기 대비 6.21달러가 내린 상태였다.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체감하는 보통휘발유 가격의 경우도 같은 기간 1809.49원으로 나타나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주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1년간 물가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품목 비중. [자료=한국은행 제공] 
향후 1년간 물가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품목 비중. [자료=한국은행 제공] 

반면 농축수산물의 경우 실제 7월 소비자물가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인 6.3% 올랐다는 발표(2일)가 소비자 응답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만해도 0.4%까지 내려간 농축수산물이 다시 오름폭을 키우더니 지난해 12월(7.8%) 이후 최고 수준인 7.1%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 향후 1년 CPI 전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25.9% 급등한 채소류가 상승폭을 키웠고,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6.5%, 3.5% 올랐다.

상반기에 매월 비중 비교에서 버금자리를 지켰던 농축수산물은 지난달까지의 평균 비중(39.7%)을 웃돌며 앞으로 1년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품목에 오른 것이다. 더욱이 지난달 폭염에 이어 이달 들어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식품·채소류 등 생활물가가 오른 상태여서 추석을 전후로 농축수산물의 기대인플레이션 반영 수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4%를 기록한 지난해 8월과 견줘보면 당시 농축수산물(53.4%), 석유류제품(50.3%)이 1,2위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1년 물가전망도 예전의 패턴으로 돌아가는 조짐이 엿보인다. 다만 1년 전에는 주택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하던 탓에 집세(29.6%)가 세번째 비중을 기록한 반면 이달에는 공공요금이 3위 자리에 올랐다는 점을 볼 때 지난달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점화된 공공요금의 추가 오름세를 우려하는 심리도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들이 당국의 통계·전망 발표 등 정보를 받아들여 향후 물가의 눈높이를 조절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반락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다소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금융시장에서도 오는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빅스텝이 아닌 예전의 보폭대로 0.25%p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8월 기대인플레이션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두 달 연속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원·달러 환율이 전날 1330원, 이날 1340원을 연쇄 돌파하면서 원화 가치 급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자물가 상방압력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 인상폭은 베이비스텝으로 조절하되 인상 시기는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소비자들의 금리전망도 글로벌 긴축 흐름에 맞춰 한번은 빅스텝으로 충격을 준 만큼 통화긴축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와 동조화되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4개월 연속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던 소비자들의 금리수준 전망은 이달 들어 149로 한 달 새 3p 하락, 반년 뒤 현재보다 금리가 오를 것으로 응답한 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