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대인플레 내림세 속 고물가 정점 기대의 안팎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9.27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고물가 불안 심리가 잦아드는 시그널일까.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인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물가 급등세 진정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물가인식은 석 달째 제자리걸음하고,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예상도 두 달째 내리막을 타면서 물가 정점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일단 국제 유가 하락이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환율 급등이라는 상방요인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물가의 피크아웃(정점 통과)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9월 소비자동향조사(13~20일, 2500가구 대상) 결과‘에 따르면 이달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보다 0.1%포인트(p) 낮은 4.2%로 집계됐다. 물가가 상승세를 지속해 1년 후 4.2%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정책수단 실행의 핵심지표로 꼽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안정목표치(2%) 수준인 2%대를 14개월 연속 유지해오다 지난 4~6월 3%대로 높아진 뒤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8월 4.3%, 9월 4.2%로 하락 안정세를 찾았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체감상승률을 보여주는 물가인식은 지난 7월 5.1%로 올라선 뒤 3개월째 같은 수치를 유지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체감물가가 적어도 높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물가 불안 심리는 잡혀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7월 6.3%(전년 동월 대비)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솟은 이후 8월 5.7%로 떨어지면서 고점론이 제기됐는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연속 하락과 맞물려 고물가 진정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소비심리는 물가 부담으로 여전히 위축돼 있지만 다소 오름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1.4로 지난달보다 2.6포인트 오르며 두 달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6월 96.4로 기준선 100 아래(비관적)로 내려선 뒤  두 자릿수에 머물러 있지만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가운데 5개가 전월보다 올랐다. 향후경기전망(62·+4p), 생활형편전망(86·+3p)·현재경기판단(50·+3p)·가계수입전망(96·+2p)·현재생활형편(85·+2p) 순으로 오름폭이 컸다.

다만 소비지출전망만이 코로나19 방역 해제 이후 '펜트업' 소비가 살아나면서 기준선 100을 넘은 가운데 이달 유일하게 하락(–1p)했다. 최근 3개월치 지수만 견줘보면 내림세를 보인 지수는 소비지출전망뿐이다.

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했다고는 하지만 소비를 위해 지갑을 열만큼은 아닐 정도로 여전히 팍팍한 여건이라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대인플레이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올해 기대인플레이션율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고물가에 대응한 금리 상승기에 소비를 애써 통제하려는 일반인의 인식은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 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공개한 '하반기 국민 소비 지출 계획' 설문조사 결과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고물가에 맞서 소비를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9.7%는 올해 하반기 소비 지출을 상반기 대비 축소(평균 3.6%)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물가 급등(46.3%), 고용·소득 불확실성 확대(11.5%), 채무 상환 부담 증가(10.6%) 순으로 많았다. 하반기 소비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는 물가 상승세 지속(51.0%)과 금리 인상(28.6%)이 1,2위를 기록했다. 소비 활성화 시점에 대한 예상은 내년(46.8%)이 가장 많았고, 올 하반기는 4.1%에 불과했다.

하반기 계획한 소비를 이행하는 것과 관련해 소비 여력 부족(53.1%), 매우 부족(15.1%)’이라는 응답이 70%에 육박한 것은 고물가·고금리 시대를 견뎌내는 국민의 ’고통‘ 수준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기대인플레이션 심리가 누그러지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정점을 건너고는 있는 고물가에 ’소비긴축‘으로 맞서야 하는 고단한 현실을 보여준다. 민생 안정과 소비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 물가 안정(48.2%)과 금리 인상 속도조절(17.9%)을 희망하는 응답이 대다수이기에 정밀한 정책대응은 더욱 중요해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22년 하반기 국민 소비 지출 계획' 설문조사 결과. [자료=전경련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22년 하반기 국민 소비 지출 계획' 설문조사 결과. [자료=전경련 제공]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을 완화할 수 있는 물가 정점론을 놓고 볼 때 재정·통화당국 수장의 시각은 다소 결이 다르다. 앞서 추석을 전후로 물가 피크아웃에 대한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최근 국제 유가는 하락했지만 수입물가를 부추겨 물가 상승을 부르는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까지 급등하면서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국제유가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고, 장마나 태풍을 거치며 농산물 가격도 안정될 듯하다"며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엔 소비자물가가 정점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현재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최근 원화가치 급락에 따른 물가 부담이 따르기는 하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그렇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유가가 지난 2~3개월 동안 많이 떨어져 물가가 많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환율이 이를 막아 물가가 하락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데이터로 볼 때는 10월을 정점으로 보고 있는데, 국제 유가가 빨리 떨어졌지만 환율이 절하돼 그 효과가 상쇄돼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에너지 가격이 더 크게 뛴다든가 미국이 금리를 더 올려 원화가치가 더 절하된다면 정점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점이 확인되더라도 향후 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두 수장 모두 같다. 추 부총리는 "이후부터는 물가가 서서히 조금씩 내려가겠지만, 내려가는 속도는 굉장히 완만하다 보니 높은 수준 물가는 일정,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정점이라는 의미가 잘못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정점이 오더라도 더 걱정되는 것은 내려오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내년 선진국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5% 위·아래의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기대인플레이션 완화라는 호재에도 환율 불안이라는 악재가 사라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통화당국의 고민은 계속 깊어지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