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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열의 리셋] '이생망' 씨, '재벌집 막내아들'로 다시 태어나겠습니까?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11.3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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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흙수저 출신의 40대 중반 윤현우(송중기)는 순양그룹 미래자산관리팀 팀장이다. 그는 오너 일가에 충성을 다한다. 어느 날 해외 비자금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룹에 귀속시키라는 장손의 특명을 받고 나섰으나 이유도 모른 채 살해당한다. 그리고 1987년 그 재벌가 막내 손자로 환생한다. 의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한번 산 시대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자인 조부(이성민)의 신임을 쌓아가며 재물을 모은 뒤 사지로 내몬 이들에게 복수의 칼끝을 겨눈다.

#2. 요즘 인기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기본 줄거리다. 원작인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을 리메이크했다. 우선 ‘회·빙·환’을 아시는가? 회귀·빙의·환생의 앞 자를 딴 합성어다. 젊은이들이 즐겨 읽는 웹툰과 웹소설에서 하나의 장치로 활용하는 코드다.

​사진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포스터.​
​사진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포스터.​

‘회·빙·환’이 웹툰과 웹소설의 한 장르가 되고 드라마까지 확대 재생산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말한다. 계층 이동과 성장의 사다리가 끊어진 암담한 현실에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절망의 정서에 빠진 한국 청년들이 현실의 아픔을 잊고 다시 시작하고픈 욕망을 판타지를 통해 대리만족한다고.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재벌로 인생 재부팅하고 통쾌한 복수극을 펼치면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만끽한다고 분석한다.

#3. 한데 궁금한 것이 있다. 우리는 이 땅에서 다시 태어나길 정녕 원할까?

2014년 2월 실시된 한 설문조사는 씁쓸하기 짝이 없다. 왜냐, 응답자 56.9%가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답한 까닭이다. 이것은 모바일 설문조사 전문기관 두잇서베이가 그해 2월 5일부터 7일간 인터넷과 두잇서베이 앱 사용자 50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20대가 60.2%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한다.

2016년 1월 설문도 충격적이긴 매한가지다. ‘국적이나 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거나 ‘금수저’, ‘만수르’로 태어나고 싶다’는 쪽이 많기 때문이다. 돌덩이, 고양이, 나무 등으로 태어나고 싶다, 또는 아예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한다. 이는 경향신문이 당시 20~34세 청년 1000명에게 ‘이번 생이 망했다고 생각해 본 적 있는지’를 묻고 그리 응답한 413명(41.3%)에게 ‘다음 생에 원하는 것’, ‘바꾸고 싶은 것’을 묻자 나온 대답이다.

같은 시기에 보도한 한국과 덴마크, 일본, 브라질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일보의 4개국 행복 국제비교 설문조사 또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이 나라 국민으로 태어나는 게 좋을 것 같은가’란 질문에 한국인 39.8%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긍정은 50%. 덴마크(75.2%), 일본(73.6%)보다 낮고 브라질(51%)과 비슷했다.

#4. 시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호기심이 발동해 남녀노소 막론하고 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행히 20,30대 청년들은 인생 재도전 의사를 밝힌다. 개 중에는 “신산한 인생 또 살아요?”라거나 “굳이 그럴 필요가?”라면서 고개를 흔든 이들도 적잖았다.

중장년 노년 몇몇에게도 물었다. 환생을 선택한 이도 있지만 자연 소멸을 원하는 이도 있었다. 고단한 삶을 또 산다는 것이 싫단다. “살얼음판 인생, 운 좋게 주어진 숙제를 겨우 마무리했는데 또 하라면 자신 없다”며 손사래 친다. 더 이상 여한 없다는 이도 있다.

환생 거부파(派)의 밑바닥에는 인생은 고행이라는 정서가 깃들어 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은 여전히 울림을 지닌다.

#5. 인간 삶 자체가 고달프다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 이 땅에 두발 딛고 사는 이들, 특히 향후 이 사회를 짊어질 젊은 세대가 그렇다면야 실로 심각한 지경이 아닐 수 없다. ▲자살은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청년 자살률 증가세 등 몇몇 뉴스만 보더라도 참담하다. 더군다나 어른 세대라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성실하게 일하면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 돈이 없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가는 나라. 큰 불행이 닥쳐도 혹은 늙어도 품위를 유지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나라. 재능만 있으면 부모 찬스 없더라도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 착하게 사는 사람은 대우받고 나쁘게 사는 사람은 벌 받는 사회. 동료와 이성, 또는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따스한 관심 속에 존중 배려하며 기꺼이 돕는 사회. 대형 참사가 없는 안전한 사회 등등.

청년 MZ들이 바라는 이런 나라는 헛된 망상일까.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9년 5월 내놓은 저서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에서 불신·불만·불안이 만연한 ‘3불 사회’에서 ‘품격 사회’로 가기 위해선 ‘정의·평등·연대·역량’이라는 4가지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곰곰 곱씹어보자.

#6. 앞으로 10년 또는 20년 뒤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환생과 복수의 서사가 난무할까.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미래의 건설적인 이야기가 더 많아지고 인기도 높아졌으면 좋겠다. 인간의 한계, 세상의 경계를 뛰어넘는 꿈과 도전, 성취 그리고 상생과 공존, 평화가 큰 축인 문화 콘텐츠들이 주류가 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발행인


글쓴이는? - “또 기회가 주어지면 가슴 뛸 일인데 왜 전혀 설레지 않을까?” 한 친구는 반문했다. 다시 태어날 생각이 없다는 말과 함께. 대단하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순조로운 삶이었다. 청년층 시각으로 보면 산업화 시대를 맞아 지금보다 모든 것이 수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럴싸한 기업에 취업했고 적당한 짝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 사고…. 한데 왜? 혹시 겉은 번듯하지만, 고속 압축성장에 치여 또는 책임과 의무만 있는 두 축의 톱니바퀴 일상에 심신이 갈리고 영혼까지 털려 방전 상태는 아닌지 슬픈 일이다.

후기 - 한때는 신세대였다. 기성세대들에게 박박 대들기도 했다. 변화와 혁신, 젊음의 특권처럼 목청껏 외쳤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MZ세대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는 기성세대다. 두뇌 회전도 느려지고 몸도 굼떠졌다. 말과 행동은 예전 같지 않다. 변화에 둔감해졌다. MZ들이여, 기존 체제와 구조를 맘껏 비판하라. 크게는 세상을 바꾸자고 작게는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변화를 이끌자고 목소리 내라. 그래야만 세상은 조금이나마 움직이거니와 머잖아 세상의 중심에 섰을 때 기성세대처럼 변심하지 않고 그 가치와 의지를 곧추세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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