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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열의 리셋] 우리는 '미션임파서블'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12.21 0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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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올 한해 어떤 역할에 힘쓰며 살았나요?

조기 은퇴한 아버지는 아직 독립을 못 한 자녀들 뒷바라지하느라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어머니 또한 벌이가 예전 같지 않은 남편을 도와 생활전선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미혼인 아들딸은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에서 버텨내기 위해 종횡무진 뛰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자신이 맡은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며 삽니다.

영화 '미션임파서블'의 한 장면.
영화 '미션임파서블'의 한 장면.

 

자녀를 둔 30대 후반 직장인의 실제 역할은 어떨까요.

□가장 역할 □아빠 역할 □남편 역할 □장남 역할 □사위 역할 □팀장 역할 등.

어느 역할도 만만한 게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결혼해 자녀가 있는 직장인이라면 최소 1인 6역은 기본입니다. 발이 넓거나 사회관계망 구축에 힘을 쏟는다면, 또 형제가 많은 가족이라면 역할은 증가합니다. □친구 동료 및 선후배 역할 □형제 역할 등등.

당신이 하는 역할은 몇 개인가요? 사실 역할 수가 많아도 힘들지만, 그 수가 적더라도 어마어마한 무게와 쏠림이 있다면 감당키 어렵습니다. 아픈 자녀를 돌봐야 하는 엄마아빠, 부모 대신 가장의 짐을 짊어진 아들딸 등 안타까운 사연은 넘칩니다.

보통의 경우는 어떨까요. 강력한 부모 찬스 덕분에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다면 모를까, 그 역할을 모두 완수하기란 버겁습니다. 자녀를 낳기만 하면 알아서 크는, 가장이 돈만 벌어오면 아내가 도맡아 하는 시대도 아닙니다. 가장으로 돈은 기본이요, 자녀 양육 과정에서 아버지 관심과 참여는 이에 못잖게 중요합니다. 맞벌이가 대세인 요즘 공동 육아, 공동 가사 분담은 필수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한데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고용은 불안정합니다. 평균 수명은 길어져 노후까지 스스로 챙겨야 합니다. 조건은 열악해지고 책임은 가중됐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애면글면하는 여성 삶은 말해 뭐합니까. 엄마 역할만도 숨 가쁩니다.

그러면서 배우자 역할도 야무지게 소화해야 합니다. ‘가장1’의 고단한 짐에다 아빠 역할, ‘가장2’(서로 바뀔 수도 있음)의 부담에다 엄마 역할을 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부부는 종종 파열음을 냅니다. 간혹 밖에서 일하다 스트레스받으면 까칠해지고 뾰족해져 만만한 상대를 찌릅니다. 언성을 높이고 다툼 발발과 냉각기, 화해의 과정을 반복하며 삽니다. 무한한 사랑과 이해심, 인내가 넘치면 좋으련만 솔직히 수월치 않습니다.

여기에 아들딸 역할도 추가입니다.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 자식이 되고자 남이 하는 것은 다 해드리고 싶은데 가랑이 찢어지기 일쑤입니다. 장남 장녀라면 책임감은 더 커집니다. 또 사위 며느리 역할은 서로 눈치 보느라 ‘과속’ 페달을 밟다 지치곤 합니다.

직장에서 팀장 역할은 어떨까요. 늘 긴장 모드입니다. 잘하면 본전이지만 못하면 도중하차이다 보니 노심초사합니다. 행여 윗사람 눈 밖에 나지 않을까, 예스맨을 자처합니다. 팀원이라고 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인간관계 속에 인정받기 위해 매진합니다.

역할을 위한 줄타기 곡예는 끝나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 또는 사회생활 하면서 정을 나눴던 친구들이 이따금 그립습니다. 자신이 외로울 때 위로해주던 친구들이 역으로 자신을 찾으면 언제든 만사 제쳐두고 나가야 ‘의리’입니다. 그렇지 않았다간 한순간 손절 당합니다. 친구가 한둘이 아니거나 직장 동료나 선후배까지 더해지면 허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역할 요구하는 이들도 불쑥불쑥 튀어나옵니다. 이렇게 주어진 역할에 쫓겨 살다 보면 자연인 누구의 삶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역할극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해야 하는’ 역할 외에 ‘하고 싶은’ 자기실현 역할까지 가세하면,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랍니다.

□가장 □부모 □배우자 □자녀 □사위 며느리 □형제 □팀장(팀원) □친구 동료 □자기 성장을 위한 역할 등등. 기혼 여부, 자녀 유무에 따라 역할은 달라집니다. 해당 항목에서 당신 점수는 어떻습니까. 만족할만한 점수라면 당신은 한국판 영화 '미션임파서블' 주인공과 진배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주어진 역할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해왔습니다.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역할은 자신의 책임과 의무 크기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지는데 배우자 또는 대상의 기대치와 현격한 차를 드러내면 갈등과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 자원은 한정돼 있어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한데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다시 새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 한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자 애쓴 자신에게 따스한 칭찬과 격려를 진심으로 해줘야 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혹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너무 힘들다면 내년에는 역할 리스트 만들어 직접 마주 보고, 눈높이를 낮추거나 과감히 구조 조정해 절망 대신 희망, 슬픔 대신 기쁨의 삶에 한발 더 다가가길 바랍니다.

2022년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한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발행인


글쓴이는? -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가장 역할을 영순위로 뒀다. 그리고 밤낮없이 닥치는 대로 일에 몸을 던졌다. 어디 아파도 어디 다쳐도 아랑곳없이 무쇠처럼 견뎠다. 그래야 자녀 교육 하고 입에 풀칠하는 고된 시절이라고 여겼다. 우리 자녀 세대는 모든 역할을 잘하는 ‘멀티 플레이어’를 원한다. 돈도 잘 벌고 요리 등 가사도 잘하는 만점 배우자와 자상한 부모와 사위 며느리이길 바란다. 어느 시대 어느 아버지 어머니의 삶이든 실로 팍팍하다.

후기 - “전원 버튼이 있는 컴퓨터가 부러웠다.” 지난해 가을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출연한 젊은 배우의 고백이었다. 쉬고 싶은데 쉴 수 없는 처지를 빗댄 말인데 당시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갖은 악재와 불리에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이들을 보노라면 고개가 숙여진다. 행여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을 ‘역할의 줄’로 꽁꽁 묶어 사방에서 잡아당기고 있는 건 아닐까. 옴짝달싹 못 하게. 입으론 ‘사랑한다’, ‘행복하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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