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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열의 리셋] 축의금 논란으로 본 세 가지 '인간형', 당신은 어디에?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3.01.16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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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질문. 당신은 ‘기버’(giver)와 ‘매처’(matcher), ‘테이커’(taker) 중 어느 유형인가?

크게 세 가지 부류가 있다고 한다. ‘기버’는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조건 없이 베푸는 호인들이다. ‘매처’는 받은 만큼만 주고, 주는 만큼만 받으려는 ‘공평’ 신봉자다. 테이커는 주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는 이기주의자들이다.

10년 전 큰 화제를 모았던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라는 책에 나온 내용이다. 세계 3대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에서 최연소 종신교수에 임명된 조직심리학자인 애덤 그랜트가 타고난 재능과 노력, 행운 외에 성공의 4요소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역설하면서 한 말이다.

최근 결혼식 축의금을 놓고 말들이 많다. 대체 그 이유는 뭘까?  [사진 = 엽합뉴스]
최근 결혼식 축의금을 놓고 말들이 많다. 대체 그 이유는 뭘까? [사진 = 엽합뉴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디에 속하는가? 잘 모르겠다면 최근 뜨겁게 논란이 일고 있는 결혼식 축의금과 관련한 현실적인 질문으로 하나 더 던져본다.

‘지인이 내 결혼식에 기대 이상의 거액 축의금을 낸다면 어떨까?’ ①상당히 부담스럽다. ②자신을 특별히 대접해주는 것 같아 무척 기분 좋고 고맙다.

①을 선택한 이들은 기버나 매처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기버는 상대방이 준 금액보다 더 주고자 하며, 매처도 받은 만큼 줘야 하므로 일종의 빚으로 다가오는 까닭이다. ②를 선택한 이들은 테이커일 공산이 크다. 똑같이 줄 마음이 없어 흔쾌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깨달았는가. 물론 테이커가 무조건 받기만 하는 건 아니다. 이용 가치가 있는 이들에겐 적극 베푼다. 미래에 더 큰 이득을 위해 기버의 탈을 쓰기도 한다.

아직도 자신의 실체를 모른다면 한 번 더 질문을 건넨다.

‘절친 부부가 자녀의 호텔결혼식에 축하하러 왔다. 한데 사정이 여의찮아 빈손으로 왔다. 당신 입장은?’ ①먼 길 와 준 것이 감사하다. ②안 오는 것이 도와주는 건데 굳이 왜?

①을 골랐다면 당신은 기버다. ②를 선택했다면 안타깝게도 당신은 테이커다. 주고받는 것을 깐깐하게 따지는 매처의 경우도 진짜 사정이 어려워 그랬다면 양해하기 때문이다.

“축의금 장사냐? 축하하러 온 것만도 고마운데.” vs “축의금 적으면 손절이다.”

요즘 축의금 기준을 놓고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을 보면 기버와 매처, 테이커 간에 높고 두꺼운 장벽이 가로놓여 있음을 절감한다. 3인 3색, 그들이 주장하는 셈법과 상식은 각각 다르다. 비단 결혼식 축의금뿐만이 아니다. 설날에는 세뱃돈, 조사(弔事)에는 조의금을 둘러싸고 물밑에서 크고 작은 ‘쩐의 논란과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이제 자신의 유형을 꿰뚫어 보았다면 주변을 살펴보라. 그들이 하는 주장에 따라 누가 기버이고 누가 테이커이며 누가 매처인지 감정(鑑定)이 가능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들 중 누가 축의금과 조의금 관련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장본인인지 찾아보라.

자신도 머잖아 갚아야 할 상황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타인의 축의금 또는 조의금이 적다고 불평하고 비난하는 이라면? 자신은 다다익선이라며 많이 받길 원하고 타인에겐 인색하게 찔끔 주거나 특별한 사정없이 ‘먹튀’한 이라면? 그는 기버 또는 매처, 아니면 테이커일까?

테이커에게 충고한다. 남들도 자신과 같을 거라며 속내를 드러냈다간 숨겨진 정체가 탄로 날 수 있다. 그 이기적인 입을 꾹 다물라. 종국에는 들통날 수밖에 없더라도.

이제 책으로 다시 가보자. 저자는 “‘독한 놈이 성공한다’는 오랜 명제는 틀렸으며, ‘양보하고, 배려하고, 베풀고, 희생하고, 조건 없이 주는 사람’이 성공 사다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기버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무조건 퍼주는 기버의 경우 테이커에게 무한정 빨렸다간 ‘호구’되기 십상이다. 테이커를 냉정하게 차단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또 그는 “‘남을 돕는 일’은 생산성의 적, 즉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시간 낭비가 아니며 오히려 생산성과 창의성 증대를 자극하는 동기부여 요소”라고 설파한다.

첨단 네트워크로 인해 관계의 힘이 성공을 이끄는 시대다. 베풂의 근육은 모두에게 있다고 하니 테이커들은 지금처럼 소탐대실할 것인지 아니면 잊고 살았던 근육을 찾고 키워, 현명한 기버의 성공 삶으로 궤도 수정할지 진지하게 성찰해 봐야 할 시점은 아닐까.

발행인


글쓴이는? - 1990년 결혼했다. 당시만 해도 축의금 관련해 이런 논란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설령 불만 있어도 돈 이야기 자체를 꺼내는 것은 불미스러우며 자기 얼굴에 침 뱉기처럼 여겨져 입을 열지 못한 상황일 수도 있다. 요즘에는 익명이 가능해 자유롭다. 시대 상황도 달라졌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이 잦아 직장 동료는 수시로 바뀐다. N포 세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젊은 세대의 불안과 두려움은 이전 세대와는 비교 불가다. 결국 ‘이악한’ 테이커들이 고개를 들고 활개 치며 득세하는, 씁쓸한 조건과 환경은 아닐까.

후기 -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호화 결혼식을 치러 주변인들로부터 한몫 챙기려 한다면 어느 인간형에 속할까. 축의금 액수로 저울질하는 작금의 결혼식 문화는 달라져야 한다. 특히 ‘비혼’ 선언하는 이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근육이 누구보다 강한 기버가 우리 사회를 위한다는 대의명분으로 앞장서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스몰웨딩이 대안일 수 있다. 그러면 합리적인 공정거래를 추구하는 매처 또한 동참할 수 있다. 그것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 테이커 또한 별수가 없어 대한민국 결혼문화의 일대 혁신이 이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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