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둔촌주공 계약률과 부동산시장 경고음

  • Editor. 조근우 기자
  • 입력 2023.01.20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조근우 기자] “정부의 맞춤형 지원까지 계약률이 60~70%라는 건 실패라고 봐야 한다. 입지가 안 좋은 가구가 남은 만큼 상당수 물량이 미분양인 채로 사업이 진행될 수도 있다.”

“부동산 상승기와 지금은 대외적으로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이정도 계약률은 상당히 선방했다고 보인다. 분양이 되지 않은 세대는 소형 평수거나 입지가 좋지 않은 곳이 다수인데, 이는 부동산 호황기에도 미분양이 나온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 일반분양이 끝난 가운데 ‘실패’ 또는 ‘선방’이라며 의견이 분분하다. 

단지의 규모와 입지 등을 감안할 때 주택시장에서 둔촌 주공의 상징성은 상당했다. 그렇기에 둔촌 주공 분양이 실패할 경우 부동산 침체를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완료된 둔촌 주공의 계약률은 60~70% 선이다.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맞춤형 지원이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원이 없었다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문제가 발생했을 법한 계약률이다. 둔촌주공은 1만2032가구 규모로, 4786가구가 일반·특별공급으로 나왔다. 전용 84㎡ 분양가는 13억원이다.  

결국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규제완화를 비롯해 수많은 혜택을 주며 둔촌 주공 재개발 사업의 리스크를 제거했고, 이로 인해 계약률이 상당히 올라갔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정부에서 돈을 빌려 둔촌 주공을 사라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문제는 한국 부동산과 관련해 계속해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시장에 계속해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시장에 계속해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둔촌주공 재개발 사업 ‘리스크’를 제거해준 정부

지난해 10월 둔촌주공은 PF 연장을 위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에 실패해 4개 시공사가 70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단기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이 위기를 해결한 건 정부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인 채권안정펀드의 참여를 요청했다. 원 장관은 당시 “대표 우량 사업장인 둔촌 주공까지 PF 자금 만기 연장에 실패한다면 부동산시장에 과도한 주름살을 짓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채권안정펀드는 건설사 PF에 투자하지 않는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채권안정펀드가 매입할 수 있는 기준은 신용등급 A1인데, 둔촌주공 건설사 4곳 중 현대건설을 제외한 3곳(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안정펀드가 900억원 가량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B증권(5423억원)과 한국투자증권(1800억원)이 참여해 총 7200억 가량의 PF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을 마무리했다. 만기는 83일(2023년 1월19일)이다. 

또한 시공사업단 중 현대건설(2005억원), 롯데건설(1710억원), 대우건설(1708억원)이 대출채권에 대한 연대 보증을 했다. 둔촌주공 계약기간 만료일인 17일인 만큼, 계약금이 들어오면 PF상환에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부동산침체기는 계속됐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진행된 둔촌 주공 청약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1순위 청약은 3.7대1에 그쳤고, 계약률이 40%에 그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계약률이 77% 이상 돼야만 PF대출 상환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제기됐기에 또다시 위기였다. 

또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 △12억원 이하 아파트에만 허용하던 중도금 대출 규제를 폐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수도권의 민영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도 폐지 △당첨자의 실거주 의무 폐지 △기존 주택 처분 의무 폐지 △최장 10년인 전매 제한 기간 대폭 완화를 발표한다. 소급적용도 해주기로 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HUG가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했다. 지난 12일 HUG는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 조합에 총 75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보증 공급을 결정했다. HUG의 보증이 있을 경우 국내 시중은행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19일 만기 예정이었던 7200억원 규모의 PF 관련 어음 및 사채 상환에 문제가 없어졌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경고음이 계속돼 부동산 시장 리스크를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사진=연합뉴스]

■ IMF도 한은도 ‘부동산 시장 경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코로나19 기간 저금리 영향으로 급등한 한국 부동산 가격이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보고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택시장 안정성과 적정 부담’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많은 국가의 집값에 상당한 하방 위험이 있다”며 “금리 상승이 집값 하락 위험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에 ‘금리 인상’의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금융 안정과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상쇄)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뒤늦게 반영되며 주요국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유로 지역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요금 상승률은 40%를 상회했지만, 한국에서는 13%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유가 수준이 지난해보다 낮아지더라도 한국의 경우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올해 전기·가스요금에 뒤늦게 반영되며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주요국보다 더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금융 안정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어려움도 커질 것"이라며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사진=연합뉴스]

■ 미분양 증가세도 ‘위험선’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5만8027호로 전달 대비 1만810호, 22.9% 증가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1월 주택 통계를 보면 수도권은 10월 대비 2761호, 지방은 8049호 늘었다. 12월 통계를 집계하면 미분양은 6만2000가구를 넘을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보는데, 매달 1만 가구씩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3만220건으로 2021년 11월 6만 7159건과 비교해 55% 감소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761건에 그치며 2006년 1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임대차 신고제와 확정일자 신고 자료를 합친 전·월세 거래량은 20만 3420건으로 2021년 11월 19만 2990건 대비 5.4%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후행하는 시장이다. 금리가 다시 하락하지 않는다면 위험한 상황인건 맞다”며 “미국의 기준금리는 당분간 쉽게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현재 인플레이션이 둔화됐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