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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미국 디커플링에 중국 첫 반격...커지는 반도체발 지경학적 리스크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5.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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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2019년 5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글로벌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수출통제 리스트에 올리면서 미·중 간 갈등은 본격 발화했다. 경제·기술안보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대권 경쟁자가 틀을 다진 대중국 제재 기조만큼은 온전히 이어받은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해 빗장을 더 굳게 걸었다. 두 달 뒤에는 중국의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YMTC(양쯔메모리) 등 36개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동맹의 경제안보 결속 차원에서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통제에서 기술경쟁력이 높은 일본, 네덜란드의 동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같은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공급망 배제) 공세가 점차 거세지자 마침내 중국이 ‘맞불’을 놓으며 반발했다. 21일 글로벌 3위의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내들면서다.

마이크론 메모리반도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론 메모리반도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일본 히로시마에서 서방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항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창설키로 하는 전방위 견제 내용을 경제안보 공동성명에 담아 발표한 다음날이자 G7 정상회의 폐막일에 맞춰 반격에 나선 것이다. 사실상 최초의 미 반도체 업체에 대한 제재를 통해 대중 디커플링 화살이 미국 기업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전날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발견돼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하고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며 인터넷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어 “법률에 근거해 (교통·수송·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정보 인프라 운영자는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지난 3월 말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사이버 안보 심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지 채 두 달도 안 돼 전격적으로 내려진 제재 결정이다. 외국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사이버 안보 심사를 실시한 것도 마이크론이 처음이고, 구매 금지라는 제재도 첫 사례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G7 공동성명에 맞춰 준비된 듯 나온 중국의 반격 조치는 그간 시진핑 주석이 프랑스, 독일 정상 등과 꾸준히 만나 협력에 공을 들여온 유럽 등을 미국과 갈라치기하면서 미국의 디커플링 압박이 확산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한편 미국과의 ‘반도체 전면전’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읽힌다.

로이터에 따르면 ‘반도체 전쟁: 세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을 향한 싸움’의 저자인 크로스토퍼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중국의 반격 시기에 대해 ”G7의 노력에 대한 초기 시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세지는 대중국 견제에 중국의 반발이 현실화하면서 제재 대상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메모리 칩은 이미 미중 긴장의 발화점이었다. 메모리 칩은 특정 소프트웨어나 코드 실행이 필요하지 않고 대부분 저장 용도로만 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사이버 보안 위험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대부분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사용되는 트랜지스터의 기본 그리드이므로 일반적으로 해커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국가안보를 내세웠지만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인데, 그만큼 보복성을 띤다는 것이다. 

이어 "퀄컴, 브로드컴, 인텔 등 다른 미국 반도체 업체에도 새로운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짚으며 미국 기업을 향해 제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이 미국의 연쇄 빗장에 ‘반도체 굴기(대도약)’에 차질이 불가피해지자 세계 최대인 중국시장을 내세운 판매 금지로 반격에 나서면서 미·중 반도체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과 글로벌 3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만큼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부지리 기대와 양자택일 부담 사이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D램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42.7%) SK하이닉스(27.0%), 마이크론(25.9%) 순이다. 블룸버그는 마이크론 제품의 대부분은 산업 표준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중국에 생산공장까지 두고 있는 한국 ‘빅2’의 칩으로 쉽게 교체할 수 있어 이번에 중국의 첫 제재 타깃이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디커플링이 거세지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대로 반격에 나섰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디커플링이 거세지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대로 반격에 나섰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이에 근거하지만,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제품에 대해 중국에서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질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부족분을 채우지 말아 달라고 미국이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국 정부는 어떤 확인이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막상 마이크론 제재가 현실화하자 한국 정부와 국내 반도체업계는 고민이 깊어지게 된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매출액의 16%인 52억달러(6조8000억원)를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거뒀는데, K-반도체가 미국을 의식하지 않고 이 매출을 대체하려 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경기 둔화기에 진입한 한국으로서는 품목이나 대상지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대중국 수출 회복이 절실하지만, 중국을 향한 반도체 수출 확대를 자제해달라는 미국이 요구가 표면화할 경우 매우 곤혹스러운 양자택일의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미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홀든 트리프릿 트렌치코트 자문사 창업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번 CAC 결정을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보복이 아닌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어떤 외국 기업도 이번 (결정 발표에 따른) 속임수에 속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치적 조치이며, 어떠한 기업이든 다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시각에서라면 미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중국은 언제든 '정치적으로' 결단하고, 그에 따라 중국에서 제품을 파는 어떤 기업도 피해를 입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K-반도체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마이크론 물량 확보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은 터에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반도체발 지경학(geo-economics)적 리스크만 커지고 있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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