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무역적자 폭 줄어도 수출감소 폭은 다시 커지고...흔들리는 '상저하고'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6.01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우리나라 무역전선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상저하고’의 기류를 타고 걷힐 수 있을까. 경기 둔화기에 들어선 올해 반환점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하반기 반등’ 시나리오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행진이 이어진 무역수지의 마이너스(-) 폭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지만, 8개월 연속 역성장한 수출의 감소 폭은 다시 커지면서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핵심품목인 반도체와 최대교역파트너인 대중국 수출에서 여전히 호전 기미를 찾을 수 없는 장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저하저’의 비관론마저 불거지고 있다. 일평균 수출액 등 일부 개선 조짐에도 전반적인 수출 지표는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정부의 연간 수출 ‘플러스(+0.2%)’ 유지 목표도 흔들리는 형국이다.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 [사진=연합뉴스]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2% 감소한 522억4000만달러(69조원)로 집계됐고, 수입은 에너지 수입 감소 영향으로 14.0% 줄어든 543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5.8%)부터 8개월째 뒷걸음질 쳤는데, 이는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최장기간 역성장이다. 특히 감소 폭이 다시 확대되는 흐름이 문제다. 지난 2월까지 두 자릿수와 한 자릿수를 오르내리며 감소세가 지속되더니 3월(-13.8%)부터 4월(-14.3), 5월(-15.2%)을 거치며 1%p씩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부진이 전체 수출을 짓누르는 흐름이 지속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73억7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6.2% 감소했다. 4월(-41.0%)보다는 소폭 떨어졌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8월(-7.8%)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11,12월 감소 폭이 29%대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1월 –44.5%까지 악화하더니 이후 –30%~-40%대에서 정체돼 있는 게 전체 수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연간 18.9%에서 지난 2월 11.9%까지 떨어졌다. 4월 12.9%에서 지난달엔 14.1%로 다소 회복된 상태이지만, 여전히 수출 기여도에서 제 몫을 못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반도체 업황 자체가 역대급 한파를 맞고 있는 가운데 K-반도체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행 수출 길도 여전히 넓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내수 진작으로 경제회복 경로를 잡는 바람에 기대했던 차이나 리오프닝(오프라인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떨어지면서 대중국 수출 부진도 지난해 6월(-0.8%)부터 1년째 이어지고 있다.

다만 중국행 수출의 마이너스 흐름은 지난 2월 –33.1%를 정점으로 4월(-26.5%), 5월(-20.8%)로 다소 둔화됐다. 또한 대중 수출 규모는 지난달 106억달러로 두 달 만에 100억달러대를 회복했고, 조업일수를 기준으로 한 일평균 수출액(4억9000만달러)도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국에서 사들인 중간재(반도체)를 가공해 지구촌에 수출하는 중국의 수출 패턴이 회복될 경우 한국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는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수출 부진이 전방위로 확대된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1년 전만 해도 10대 수출 지역 중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영향으로 옛소련연방권인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하나만 수출 감소를 보였지만, 지난달엔 CIS만 빼고 9개 지역 수출이 일제히 뒷걸음했다. 특히 중국에 이어 2위 수출국인 미국행 수출액은 94억8000만달러로 1.5% 감소,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수출 부진 장기화 속에서도 일부 지표에서 개선 기미는 나타났다. 올해 첫 달만 해도 21억6000만달러에 그쳤던 일평균 수출액이 지난달 24억3000만달러까지 회복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 24억달러대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폭도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21억달러를 나타냈는데,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가장 긴 무역역조가 깊어졌지만, 적자 폭은 줄어들고 있다. 올해 지난 1월 월간 역대 최대 적자(125억3000만달러)로 고점을 찍은 이후 2월 53억2000만달러, 3월 47억4000만달러, 4월 26억5000만달러, 5월 21억달러로 점점 축소되는 추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다행스럽게도 지난 1분기보다 무역적자 규모가 축소되고 월별 일평균 수출액은 회복되고 있는 추세”라며 “최근 일평균 수출 추이와 조업일수 확대(5월 21.5일→6월 23일) 등을 감안할 때 6월에는 무역수지가 상당 폭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본격적인 리오프닝 효과가 우리 수출에 조속히 파급될 수 있도록 신성장 제조업의 현지 마케팅을 지원하고, 한국수입상품박람회(7월 칭다오), 국제선물·가정용품 전시회(10월 선전) 등 프리미엄 소비재 중심 전시회 등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월 수출전략회의에서 지난해보다 0.2% 늘어난 6850억달러로 올해 ‘수출 플러스’ 목표를 내건 뒤 유지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무역수지 누적 적자액은 273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477억8500만달러)의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연간 수출액 누계는 2531억7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5% 역성장한 상태다.

수출 증감률과 무역수지 추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수출 증감률과 무역수지 추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분기에 접어들어서도 수출 감소세가 두 자릿수에서 떨어지지 않자 ‘상저하저’의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국채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내놓은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올해 수출은 전기차와 이차전지 등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수요 둔화, 반도체 불황 지속, 대중국 수출 감소 등 영향과 함께 지난해의 기저효과 등으로 6216억달러로 지난해보다 9.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크게 1.4%로 낮췄다. 올해 무역수지 예상치는 353억달러 적자다.

연구원은 통관기준 수출 감소율을 상반기 12.7%, 하반기 5.2%로 내다봤는데, 현재로서는 하반기 수출 플러스 전환이 비관적이다. 1~5월 수출 감소율이 이미 상반기 전망치를 웃돈 상태에서 하반기 반등 폭이 대폭 상승하지 않는 한 수출 역성장은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13대 주력 산업의 상반기 수출이 14.3% 감소하고, 하반기에도 4.3%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정유·섬유·정보통신기기·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은 올해 내내 역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수출의 경우 상반기 –35.1%, 하반기 –12.8%의 역성장을 거치며 연간 24.7%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11개월 연속 두 자릿수(21.8~64.0%) 성장으로 반도체 부진을 그나마 상쇄하며 지난달 수출 비중을 11.9%까지 끌어올린 자동차마저도 하반기 전망은 부정적이다. 자동차 수출은 하반기에 0.2%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돼 상저하고의 회복경로를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보다 지체되거나 떨어지고, 반도체 경기 회복 속도 또한 더딜 경우 그만큼 하반기의 회복 강도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회복경로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이 교차하는 현재로선 ‘상저하중’이 경기 둔화기의 연착륙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