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Why+] 조직개편, 새정부 출범 이후로...'실용'과 '열린 수렴' 사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4.07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선 조각 인선, 후 조직 개편’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 운영 방향이 이같이 가닥을 잡았다. 현 정부의 정부조직 체계에 맞춰 조각 인선을 단행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의견 수렴을 통해 정부조직을 개편하겠다는 공식 방침이 나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대로 ‘폐지’ 입장을 재확인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조각 인선에 포함돼 지명된다.

윤 당선인이 인수위원회에 ”민생안정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정치적 결단으로 민생에 방점을 둔 국정 운영 출발에 걸림돌이 될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7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의 조직개편과 관련해 "인수위 기간 중 조급하게 결정해 추진하기보다는 당면 국정 현안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과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7일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정부조직개편 관련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과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7일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정부조직개편 관련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인수위 차원에서 심도 있게 검토해 왔다는 정부조직 개편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결정이 나온 배경에 대해서는 대내외적 환경과 다양한 시각차를 꼽았다. 그는 "최근 국내외 경제문제, 외교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했다“며 ”정부조직 개편 문제와 관련해선 야당은 물론 전문가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 정부는 시급한 민생현안을 최우선으로 챙기면서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야당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하겠다"며 "그것을 바탕으로 차분하고 심도 있게, 지금 시대 흐름에 맞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조직법 개편이 논의 자체부터 출범 이후로 미뤄짐에 따라 조직개편의 가장 큰 이슈가 돼온 여가부도 현 체계에 맞춰 장관이 지명되고 ‘선 인선, 후 개편 검토’ 프로세스를 밟게 된다. 안 위원장은 "여가부 장관도 이번 조각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며 "임명된 여가부 장관은 조직을 운영하면서 그 조직에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와 국민을 위해 좀 더 나은 개편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임무를 띤다. 여가부 장관이 그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속도조절론이 나온 배경은 무엇보다 새 정부의 1기 내각을 새로운 조직에 맞춰 출범하는 데 따른 혼란 우려가 크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전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비용 일부(360억원)에 대한 예비비 지출 승인이 이뤄짐에 따라 인수위 측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5월 10일 새 정부가 출범해서 집무가 시작되는 날 윤석열 대통령은 안보의 공백 없이 대통령 집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새로운 ‘용산 시대’를 열며 집무를 시작하는 만큼 내각도 바로 일하는 체제에 들어가야 국정 공백 소지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때부터 논쟁적인 사안에 발목이 잡혀 정부조직 개편 이슈가 정쟁의 대상이 된다면 소모전으로 흘러 국민들이 느끼는 정책피로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직 개편 사안이 여야 대치 속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면 새 정부가 고물가 시대에 시급히 추진해야 할 민생 현안의 법제화 논의는 밀려나거나 아예 묻혀버릴 수 있는 게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유능하고 일 잘하는 정부“라는 윤 당선인의 지론에 맞춰 출범부터 민생 현안에 집중하며 국정수행 속도를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새 틀을 번듯이 갖춘 조직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우선시하는 ‘실용주의’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여소야대의 정국은 무시 못할 현실적인 장벽이다. 참여정부 시절 여가부를 탄생시킨 ‘거야’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내는 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 출범 시기에 정부조직 개편을 두고 드러났던 혼란상을 되짚어 보면 윤 당선인 측으로선 우회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정부조직법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효율성과 시대변화상 반영 등을 이유로 자주 바뀌어 왔는데 5년 주기로 존폐와 개칭 등이 이어지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정부에서 취임 첫해 정부조직에 손을 대지 않는 정권은 노태우·노무현 정부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출범 전에 정부조직을 개편하지 않았고 출범 3년차에야 철도청을 폐지하고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개편하는 등 실용주의 행보를 보였다.

그 이후엔 정부조직법 갈등이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주창하며 5부2처를 줄이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 ”참여정부의 정부조직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라며 "떠나는 대통령이라 해서 소신과 양심에 반하는 법안에 서명을 요구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발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냉각됐다. 거부권 행사까지 시사하자 인수위와 여야 원내대표가 참여해 보름간의 지리한 협상을 벌인 끝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임기 시작 나흘 뒤에야 공포됐다.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 여파로 온전히 내각을 구성하지 못한 채 임기를 시작한 이 대통령의 전철은 이후 정부에서는 취임 뒤에도 혼란이 거듭되는 갈등으로 증폭됐다.

교육과학기술부를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로 나누고 해양수산부를 신설하는 박근혜 정부의 개편안은 일부 부서 명칭과 역할을 둘러싼 쟁점으로 국회 제출 52일, 정부 출범 26일 만에 처리됐다.

현 정부는 물 관리 업무 일원화 이슈 등이 걸림돌이 돼 진통을 겪으면서 미래창조과학부 명칭을 개칭하고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는 내용의 개편안 통과를 발의 이후 41일 동안 기다려야 했다.

정부조직은 새 대통령과 행정부의 국정 철학과 비전을 반영하는 틀이다. 정부 이양기의 정치 지형에 따라서는 국회 통과를 과감하게 추진할 수 없기에 ‘협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도 이날 회견에서 "타정당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가면서 조직개편을 언제, 어떤 규모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견 수렴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협치 차원에서 얼마나 ‘열린 수렴’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일단 그 의견 수렴 시점은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의 취임과 동시에 선거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선에 이어 승리한다면 윤 당선인의 정부조직 개편 구상이 힘을 얻을 수 있고, 패배한다면 야당 의견의 수렴 폭이 커질 수 있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