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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지수 30개월만에 '위기'...커지는 '시스템 리스크' 우려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2.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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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미국발 고강도 통화긴축 충격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신용 경색까지 더해지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에 30개월 만에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불안지수(FSI)’가 역대 세 번째로 ‘위기단계’까지 치솟으면서다.

국가 전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넘어선 가계와 기업의 빚,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이 금리 상승기의 유동성 축소를 계기로 금융시스템 불안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스템 리스크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부문 20개 월별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종합지수(0~100)인 FSI가 지난 10월 ‘위기단계(임계치 22)’에 진입했다.

부동산PF 부실이 커질 경우 금융시스템 리스크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PF 부실이 커질 경우 금융시스템 리스크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한은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하반기 들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금융시장에서 안정성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주요국 통화긴축 강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신용경계감이 높아진 가운데 우발적인 신용사건이 가세하며 채권 및 단기자금 시장의 자금중개 기능이 일부 제약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FSI가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터지면서 지난 10월 23.6으로 위기단계에 들어섰고,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방안 등을 내놓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시장안정화조치 영향으로 지난달에는 23.0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위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 8.6으로 '주의단계'에 진입한 뒤 7개월 만에 불안 상황이 격상된 것이다.

FSI는 지수가 높을수록 그만큼 금융 불안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8을 넘으면 '주의단계', 22를 넘으면 '위기단계'로 구분된다. 금융불안지수가 위기단계에 들어선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인 2020년 이후 세 번째다.

위기단계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글로벌 긴축기조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불투명하다. 2008년 1월 9.2로 주의단계에 진입한 지 8개월 뒤 27.0으로 위기단계에 들어선 첫 '위험기' 때는 전 세계적으로 충격파가 큰 탓에 10개월 연속 지속된 적이 있는데, 그해 12월엔 57.6로 사상 최고치를 찍기까지 했다. 2020년 4월엔 24.5까지 치솟았지만 한달 만에 주의단계로 내려선 뒤 코로나19 백신 보급 영향으로 지난해 0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다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금융시스템 내 중장기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의 경우 3분기 44.9로 지난해 2분기(58.5) 이후 5분기째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36.8)을 웃돌고 있다.

한은은 하반기 들어 금융부문의 자금중개 기능은 양호한 금융기관의 복원력과 대외건전성을 바탕으로 대체로 원활히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 강화 등으로 국내의 높은 가계부채 수준, 코로나19 이후 증대된 부동산금융,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등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금융불안지수 추이 [지료=한국은행 제공]
금융불안지수 추이 [지료=한국은행 제공]

가계와 기업의 신용(빚)은 국내총생산(GDP)의 2.2배를 넘어섰고, 빠르게 증가하는 기업대출은 잠재적 위험으로 꼽힌다.

3분기 말 기준으로 명목 GDP 대비 민간 신용(가계와 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3.7%로 전분기보다 1.4%포인트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가계신용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는데, 한 분기 새 105.7%에서 105.2%로 떨어졌다.

반면 기업신용은 116.6%에서 118.5%로 급등했다. 기업대출은 3분기에 1722조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로 15% 늘어난 규모다. 자본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회사채와 CP발행 여건이 악화된 데다 환율·원자재가격이 상승하면서 자금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은 양호한 상황인 반면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이자지급 증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기에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도 커진다. 자영업자 대출은 3분기 말 1014조원으로, 연 14.3%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매출 회복세는 둔화하는 가운데 금융지원정책 효과도 사라지게 되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험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은 내년 GDP성장률이 -0.3%로 떨어지고, 주식·주택가격이 최고점 대비 각 50%, 20% 하락하는 ‘극심한 충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일부 보험·증권사와 저축은행의 자본 비율이 규제 기준을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 불균형 위험이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있지만, 시장금리 상승이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과 맞물려 금융 부문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잠재리스크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짚으면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취약 부문에 대한 선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조짐이 있는 경우 미시적 시장 안정 조치 등을 통한 선제적 대응으로 불확실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부채 관리, 금융기관 복원력 제고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융불안지수가 한 달 새 다소 낮아졌지만 각종 요인 분석으로는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경고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경기침체를 동반한 경제위기보다 금융위기의 충격이 더 크다는 시각이 많은 편이다. 경제위기가 닥치면 수출과 내수 진작 정책 등으로 산업활동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끌어낼 수 있지만, 금융시스템이 무너지면 풀뿌리부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전방위로 커지고 그만큼 회복에도 많은 고통과 시간이 따른다는 점에서 금융불안 상황을 예의주시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 10명 중 6명은 1년 이내에 국내 금융시스템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단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더욱 주목받게 되는 이유다.

한은이 지난달 국내외 금융·경제전문가 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하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를 보면 1년 이내에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단기 충격 발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이 58.3%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상반기 조사 응답 수준(26.9%)과 견줘 두 배가량 늘면서 2012년 관련 서베이 시작 이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중기(1~3년) 충격 발생 가능성에 대해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도 40.3%로 상반기(32.9%)보다 올라갔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리스크로는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및 상환부담 증가(69.4%)'이 꼽혔다.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따른 부실위험 증가'(62.5%),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 및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48.6%), '국내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43.1%), '부동산 시장 침체'(36.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추이. (범례 22하=2022년 하반기) [자료=한국은행 제공]

향후 3년간의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에 대해서는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이 상반기 53.2%에서 36.1%로 대폭 하락했다. 금융취약성이 가장 부각할 금융업권에 대해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저축은행, 증권사, 캐피탈사 등 비은행업권을 꼽았다.

금융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에 대해 한은은 "그간 누적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이 금리 상승에 따른 유동성 축소를 계기로 금융 시스템 불안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정책 방안은 △자금시장 경색 방지를 위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및 시장과의 소통 강화△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관리 및 잠재리스크 파악을 위한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강화 △가계부채 및 경기침체 등을 고려한 금리인상 속도 조절 등이다. 한은은 “앞으로도 금융당국은 이번 조사 결과를 참고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은 그간 누증됐던 금융불균형 위험이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효과를 끌어냈지만 금융 불안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시장은 그 부작용이 깊어질 경우 금융시스템 위험도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화정책 수장도 물가 안정에 우선적인 초점을 둔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조절론을 대입하면서 금융안정을 고려하는 비중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 이에 따른 금융안정 저하 가능성, 우리 경제 각 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각별히 살펴보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위기 방지에 도 정책적인 무게를 둘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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