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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뚝뚝 떨어져도 주택구입부담은 쑥쑥 '최악'...고금리 개선 더디다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1.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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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국내 가구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내집 마련이라는 안전판을 넘어 주택을 자산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여기는 특성이 강한 만큼 소득 대비 주택 구매력 지표는 집값의 적정성 평가의 잣대로 주목받는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2021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발표한 자가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Price Income Ratio)에서 서울이 14.1배, 수도권이 10.1배를 각각 기록했다. 월급을 쓰지 않고 꼬박 모아 집을 마련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뜻하는 PIR에서 1년 새 서울은 1.6년이 늘어 14.1년, 수도권은 1.9년 증가해 10.1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더 밀어올린 집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이렇듯 PIR이 1년 만에 역대 최대기록을 경신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2022년 실태조사에서 이 지표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급매물만 근근이 소화되는 최근의 역대급 거래절벽 상황은 집 장만에 호기가 될 수 있지만, 10년 만에 기준금리가 3%선을 뚫은 고금리 시대에는 금융부담이 주택가격 하락 효과를 상쇄한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대출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뚝뚝 떨어지는 주택을 제대로 구매하지 못하는 딜레마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새해 첫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새해 첫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PIR과 더불어 핵심 주택가격 적정성 지표로 꼽히는 주택구입부담지수(K-HAI)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주택시장을 더욱 냉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2일 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최근 집계된 지난해 3분기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89.3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4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1년 4분기(83.5) 사상 처음으로 80선을 뚫으면서 종전 최고치(2008년 2분기 76.2)를 경신하더니 지난해 1분기 84.6, 2분기 84.9에 이어 3분기 89.3까지 4개 분기 연속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부담지수는 중간소득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의 상환 부담치를 보여준다. 대출상환가능소득(원리금상환액/총부채상환비율·DTI)을 중간가구 월소득으로 나눠 100%을 곱한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으로 가구소득의 약 25%를 부담하면 이 지수는 100으로 산출되는데, 지수가 높을수록 구입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뜻한다.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통계 집계 시작 이후 18년간의 평균치 62.2보다 143.6% 높은 수준이다. 원리금 부담치는 22.3%다. 

지역별로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충북(43.6) 전북(40.7) 경남(48.3) 세종(134.6)을 제외하고 모두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서울의 부담지수는 214.6으로, 2분기(204.0) 대비 10.6포인트(p)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의 절반 넘게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원리금 부담치는 53.7%로 17개 시도 중 가장 컸다. 시장에서는 서울의 경우 적정 원리금 부담선을 35% 안팎으로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인데, 2017년 급상승세를 탄 이후 지난해 1분기 지수가 200을 돌파하면서 부담 수준이 50%까지 뛰어넘었다. 또한 지수 자체는 평균선(127.3)보다 168.5% 늘어난 수준으로 비교 대상 시도 중 역시 가장 높았다.

경기는 120.5로 평균치(78.5)보다 153.5% 높은 수준이다. 원리금 부담은 30.1%로 서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수가 100을 넘은 지역은 3개인데, 그중 세종은 134.6으로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유일하게 평균치(137.5)보다는 밑도는 수준(98.1%)을 보였다. 인천(98.9), 제주(90.9) 등이 100에 근접한 가운데 부산(88.1), 대전(86.6), 대구(80.6), 광주(66.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가 4개 분기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하는 데도 금리 상승기를 타고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 최저치가 2020년 1분기 49.7이었다는 점을 볼 때 이후 2년 반 동안 부담지표가 무려 40p가량 급등한 것은 두 시기로 나눠보면 확인된다. 역대 최저점에서 2021년 2분기(68.3)까지의 오름 폭이 18.9인데 비해, 2021년 8월 한국은행이 ‘포스트 코로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긴축 기조로 돌아선 이후엔 4연속 고점경신 속에 21p나 뛰었다.

한국은행 정책금리는 지난해 11월까지 15개월 동안 3.25%까지 2.75%p 인상됐다. 이에 따라 한은의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같은 기간 4.74%까지 1.86%p 올랐다. 분기 기준으로는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2021년 2분기 2.74%에서 지난해 3분기 4.79%로 2.05%p 상승했다.

통계청 조사의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자료와 노동부 조사의 5인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 월급여 총액의 전국대비 지역별 환산비율을 이용해 산출한 중간가구소득은 같은 기간 532만원에서 561만4000원으로 5.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택구입부담지수를 산출하는 토대인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서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은 11월까지 누적 기준 4.79% 하락, 2003년 12월 조사 시작 이후 같은 기간과 더불어 연간 기준으로도 최대 내림 폭을 기록했다.

더욱이 주요 기관들이 내다보는 침체기의 주택시장의 새해 기상도도 어두운 편이다. 올해 전국 주택가격이 2.5% 하락(건설산업연구원)하고,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8.5% 급락(주택산업연구원)하며,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경우 3~4% 하락(대한건설정책연구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듯 주택 가격 하락세가 심화하는데도 소득이 고금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집을 사고 싶어도 못 사 안절부절하게 만드는 상황의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새해 들어서도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를 해제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30%로 적용하는 등 부동산 금융규제에 대한 완화책 시행을 지난해 12월 예고했지만, 가계대출의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만큼은 유지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주택 구입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는 데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주담대 보유차주의 평균 DSR은 60.6%로 3년 6개월 만에 60%선을 재돌파한 상태다.

전국,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전국,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가계 소득과 금리, 집값을 모두 아우르는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주택가격의 고평가 또는 저평가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라는 점에서 계속 구매 부담이 가중될 경우 빙하기에 접어든 주택시장의 해빙 시기도 그만큼 지연되고, 경착륙 우려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소비자조사에서는 다소 더디게나마 개선 심리가 싹트고 있어 시선을 끈다. 한국은행의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3.4p 올라 석 달 만에 반등한 가운데 주택가격전망지수는 그 오름 폭에는 못 미쳤지만 1p 올랐다. 지난 6월 98로 기준치(100) 아래로 떨어진 뒤 7월(82), 8월(76) 9월(67) 10월(64), 11월(61) 5개월 연속 역대 최저점을 찍으며 추락하다가 12월에 62으로 그나마 소폭 반등했다. 여전히 지수 자체가 낮은 수준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1년 후 집값 전망에는 일단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타났다.

집값 자체보다 얼어붙고 있는 주택 시장을 녹일 변수로 떠오른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은 주목할 대목이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7월 역대급 레벨인 152까지 치솟았다가 140대~150대에서 오르내리다 12월 들어 133으로 무려 18p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6개월 후 금리가 현재보다 오를 것이라고 응답이 감소하는 추세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셈이다.

소비자 물가가 정점을 찍은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대체적인 터미널 레이트(최종금리) 수준을 각각 5.1%, 3.5%로 가늠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하고 대출금리의 급등을 경계하는 금융당국의 주시도 커지면서 금리 불안 심리가 점차 잦아드는 모양새다. 이달부터 한은과 연준이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착점(최종금리)을 어떻게 최종 설정하고, 출구전략에 따라 마무리 인상 폭과 시기를 어떻게 조절할지에 따라 부동산 시장 밑바닥에 착 달라붙은 최악의 주택구매부담 수준도 개선의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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