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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10분기만에 역성장...내수·수출 더불어 부진에 더 커지는 침체 우려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1.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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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파고로 밀려든 경제 복합위기가 끝내 2년 반 만의 역성장까지 불러왔다. 24년 만에 최고조로 치솟은 물가의 피크아웃(정점통과)이 확인되면서 통화긴축이 속도조절에 들어가고 급락하던 원화가치도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내수와 수출이 '더불어 부진'에 빠지면서 올해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연간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의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추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올해 전망치 달성조차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당분간 수출 부진을 탈피하기 어려운 데다 그나마 버텨주던 내수도 소비심리가 뚜렷이 살아나는 모멘텀을 확인할 수 없기에 올 1분기가 경기 침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 대비)은 -0.4%로 집계돼 2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분기 기준으로 GDP 성장률이 역성장한 것은 코로나19 충격파가 밀려들어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에 빠졌던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이다. 지난해 1분기(0.6%)와 2분기(0.7%), 3분기(0.3%)까지 플러스(+) 가도를 달려오다 덜컥 역성장의 늪에 빠진 것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우리 경제를 양대 축으로 지탱했던 수출과 민간소비가 나란히 부진에 빠진 게 역성장의 직접적인 요인이다.

지난해 1분기 3.6% 늘었던 수출은 2분기(3.1%) 뒷걸음질 친 뒤 3분기(1.1%) 회복했지만 4분기에 5.8%나 급감했다. 전체 수출의 20% 가까이를 책임지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2021년 29%(전년 대비)에서 지난해 1%로 곤두박질하는 등 주력 품목의 부진 영향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전체 수출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민간소비마저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0.5%) 감소했지만 수출 둔화가 표면화하기 시작한 2분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맞물려 2.9% 증가세로 돌아섰던 민간소비는 3분기(1.7%)에도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4분기 들어 재화·서비스 소비 감소로 0.4% 뒷걸음했다. 하반기부터 거래절벽이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침체기에 뻐져든 가운데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역자산효과로 소비 부진이 이어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과 내수 부진은 정부의 재정효과로 메웠다. 정부 소비증가율은 3분기 0.1%에서 4분기 3.2%로 급증했다. 4분기 성장기여도에서 민간소비와 순수출(수출-수입)이 각각 –0.2%포인트(p), -0.6%p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와 수출이 성장률을 0.8%p 끌어내린 셈이다. 반면 정부 소비(0.6%p)와 설비투자(0.2%p), 건설투자(0.1%p)가 플러스를 보이며 그나마 역성장 폭의 확대를 막았다.

2년 반 만의 마이너스 성장에도 지난해 연간 기준 GDP 성장률은 한국은행 전망치(11월 수정) 2.6%를 달성했다.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2.2%에서 코로나19 충격파가 밀려든 2020년 0.7% 역성장한 뒤 2021년 4.1% 성장으로 반등했다가 다시 2%대로 낮아진 채 성장기조를 지켰다.

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은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2.0%)를 밑도는 1.7%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팬데믹 첫해인 2020년을 제외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이후 최저 수준이 된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 9곳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집계한 평균치는 1.1%에 머물렀다.

문제는 1%대의 성장률 달성조차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지난해 4분기로 끝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GDP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 통상 기술적인 의미의 경기 침체로 평가하는 만큼 올 1분기가 그 분수령이 된다.

수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제조업이 지난해 4분기 4.1% 감소를 보이면서 3개 분기 연속 역성장한 추세가 1분기에도 이어진다면 침체는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제조업이 3개 분기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때 4개 분기 연속(1997년 3분기~1998년 2분기) 감소 이후 24년 만이다. 제조업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1분기(–0.7%) 2분기(–8.8%) 연속 역성장한 게 최근의 가장 큰 부진으로 꼽힌다. 2021년에도 2개 분기 연속(2분기 –0.4%, 3분기 –0.3%) 감소하기도 했지만 그 폭은 비교적 작았다.

지난해 4분기 경제활동별 GDP 증감에서 유일하게 제조업만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3.3% 증가한 덕에 연간으로는 플러스(1.4%)를 기록했지만 2분기 –0.7%, 3분기 –0.8%, 4분기 –4.1%로 마이너스 폭이 커지고 있는 게 우려를 키운다.

새해 들어서도 수출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 집계의 이달 1~20일(통관기준)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줄었고, 일평균 수출액은 8.8%나 급감했다.

지난해처럼 내수도 버텨준다면 기술적 경기 침체의 고비를 넘길 수 있지만 소비심리가 뚜렷하게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이 이날 내놓은 '2023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0.5p 오른 90.7로 2개월째 상승세를 보였다. 지수가 기준값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보다 비관적임을 뜻하는데, CCSI는 지난해 6월 96.4로 기준값 밑으로 떨어진 뒤 7월엔 90선도 붕괴되는 등 8개월째 100을 하회,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CCSI는 2020년 2월부터 13개월 동안 100를 밑돈 뒤 2021년 3월부터는 15개월 간 100을 상회했다. 이 소비자심리 지표는 2020년 역성장과 2021년 반등성장과 맞물려 경기 변동을 반영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도 어둡다. CCSI의 6개 구성지수 중에서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 경기를 예상한 향후경기전망지수는 60으로 전월보다 2p 하락했다. 기준선(100)과 견줘서도 지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낮아 올해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은 더욱 비관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한국 경제성장 전망치 [자료=한국은행 제공]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한국 경제성장 전망치 [자료=한국은행 제공]

이같은 비관적인 지표에도 경제사령탑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물연대 운송거부 등 일시적 요인이 겹쳐 지난해 4분기 역성장했지만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저효과, 중국 경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 및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 경기 보완을 위해 340조원 규모의 재정·공공투자·민간사업 조기 집행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설명했다.

경제정책 당국은 기술적 경기 침체 우려는 기우라는 스탠스를 취했지만, 한국은행은 최근의 하방리스크를 반영해 경제성장률 전망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1월에는 1.7%로 봤는데 그 사이 여러 지표를 볼 때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보낼 수 있다“고 강조한 만큼 1분기에도 수출과 성장률이 당초 전망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반영해 하향 조정을 시사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첫 2023년 경제전망에서 민간소비는 2.7%(상반기 4.3%, 하반기 1.3%)로 ‘상고하저’, 수출은 0.7%(상반기 –3.7%, 하반기 4.9%)로 ‘상저하고’를 보일 것이며, 전체적으로 GDP는 상반기(1.3%)보다 하반기(2.1%)에 그 성장 폭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중국의 방역완화 이후 경제회복 속도, 주요국의 경기 둔화 정도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경제 여건의 변화, 최근 경제 지표 등을 반영해 다음달 새로운 연간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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