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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를수록 떨어지는 출산율...절실해지는 '핀셋 대응'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4.01.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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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첫 자녀는 집값, 둘째부터는 사교육비. 

대한민국 저출산의 경제적 장애요인으로 높은 주택·전세가격과 고비용의 교육구조가 핵심이라는 진단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국토연구원이 3일 공개한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순위별로 주택가격, 사교육비, 전년도 출산율 등이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2022년 출산율과 주택 매맷값·전셋값, 사교육비, 경제성장률, 실업률, 1인당 소득증감률,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등을 활용해 출산율 결정 요인을 분석한 결과다.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첫째 자녀 출산에는 집값·전셋값 상승이 가장 큰 결정 요인으로 분석됐다. 전국 기준으로 주택가격(매매·전세)이 차지하는 비율이 30.4%로 가장 높았고, 전년도 출산율(27.9%), 사교육비(5.5%)가 뒤를 이었다. 1990년대까지는 정부의 인구 억제 정책이, 외환위기 이후인 1990년대 후반에는 경제적 요인이 출산율 하락에 각각 기여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는 주택가격이 저출산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주택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상승할 때마다 출산율도 떨어졌다.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동태패널 모형 분석 결과, 주택 매맷값이 1% 오를 때마다 이듬해 출산율은 0.00203명이 감소했고, 전셋값이 1% 오르면 이듬해 출산율이 0.00247명 줄었다.

둘째와 셋째 자녀 출산에는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외에도 사교육비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했다. 둘째 자녀는 주택가격 요인이 28.7%로 다소 낮아지고, 사교육비가 9.1%로 높아졌다. 셋째 자녀의 경우 주택가격 요인이 27.5%로 더 줄고, 사교육비는 14.3%로 높아졌다. 전년도 출산율의 기여도는 둘째에서 28.4%로 높아졌다가 셋째에선 26.1%로 낮아졌다.

주택매매가격이 자녀 순위별로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도 달랐다. 첫째 자녀는 시기에 상관없이 집값 상승 충격이 발생하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출산율이 하락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대 말에는 이 하락 반응이 10개월 이상 걸렸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더욱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자녀 출산율 하락 반응의 시차는 2015년 이후 빨라졌으며, 2020년 전후에는 주택가격 상승 충격에 따른 하락세가 심화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8년(0.977명) 1명선이 무너진 뒤 2020년 0.837명, 2022년 0.778명으로 급락해 세계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출산율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자녀순위에 따른 단계적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합계출산율 1.0명 회복, 중장기적으로는 인구대체수준인 2.1명 회복을 정책 목표로 설정해 단기 과제로 첫째 자녀 출산, 중장기 과제로 둘째 자녀 출산을 장려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첫째 자녀 출산 장려책으로는 무주택 유자녀 가구에 대해 추가 청약가점 부여, 생애주기를 고려한 주택취득세 면제제도 도입, 특별공급물량 확대 등을 통해 주택취득기회 강화가 꼽혔다. 아울러 주택공급을 확대하되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주택, 지분적립형 등 다양한 저렴주택 공급을 통해 자금력이 부족한 신혼부부의 주거안정과 자산형성을 지원하고,거주주택 마련 목적의 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범위 내 금리를 인하해 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둘째 자녀 출산 확대를 위해서는 정책의 실효성 강화 차원에서 다자녀 기준을 2자녀로 확대하면서 2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특별공급물량 확대, 특별공급 주택의 주택면적 상향, 2자녀부터 교육비 면제 등 교육 지원 강화 등이 제안됐다. 연구진은 “주거안정과 자녀 양육, 보육, 교육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해야 하는 부모는 주거의 안정만큼이나 자녀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 또한 중요하므로 자녀 키우기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모델로는 육아친화마을이 대표적 사례다”라고 밝혔다.

자녀 순위별 출산율 경정요인 기여도 [자료=국토연구원 제공] 
자녀 순위별 출산율 결정요인 기여도 [자료=국토연구원 제공] 

외환위기 때인 1998년(1.464명) 1.5명선이 깨진 합계출산율이 경제적 이유로 만혼, 결혼과 출산 포기 현상이 확대되고 집값·사교육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25년 만에 반 토막 난 만큼 실체적인 저출산 대응은 갈수록 절박해진다. 정부가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하고 5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통해 수많은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 왔지만, 백약이 무효인 실정이다. 각종 연구기관에서 저출산 원인에 대해 주택, 교육 부문 등으로 좁혀 핀셋 분석을 내놓으면서 정책도 실효성에 방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구체화될 필요성이 커진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이어지는 올해의 경우 주택문제 차원에서 접근해 신생아 특례구입·전세자금 대출을 도입하고 신생아 특별공급제도를 신설한 게 저출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핀셋 대응'으로 꼽힌다.

이달부터 신생아 출산 가구에 주택 구입·전세에 대한 자금 융자가 파격적으로 지원된다. 주택 구입자금 대출의 경우 주택가격 9억원 이하, 자산 5억600만원 이하, 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 조건을 만족하면 연 1.6∼3.3% 금리로 5억원까지 빌려준다. 전세자금 대출도 조건을 충족할 경우 연 1.1∼3.0% 금리로 최대 3억원을 대출해준다. 또한 오는 5월에는 신생아 특별공급 제도가 도입돼 연 7만 가구 수준의 공공·민간 주택이 공급된다. 주택시장 연착륙과 저출산 대응의 이중효과를 겨냥한 정책 변화인 셈이다.

최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칼럼을 통해 한국의 인구 감소가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한다”고 짚으면서 저출산 문제의 위기감이 다시 한번 고조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문제는 우리가 상황을 더욱 엄중하게 인식하고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그동안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며 “시간이 많지 않다. 모든 부처가 함께 비상한 각오로 저출산 문제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올해는 1월 신년 업무보고도 기존 개별 부처 중심에서 주제별로 형식이 바뀌게 되는데, 저출산 주제로도 소관 기관인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이 모여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해 주택문제뿐 아니라 실증적인 분석에 따른 사교육비 경감, 공교육 회복 대안 등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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