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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하는 '인구 오너스' 시대의 저성장 수준과 산업계 목소리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5.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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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한 사회의 인구구조 변천 과정에서 가까운 미래에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중이 줄어들어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현상을 ‘인구 오너스(onus)’라 한다. 경제활동을 수행할 인구는 줄어드는 데 부양인구가 늘어나니 경제가 활력을 잃고 사회적 부담(오너스)은 커지게 된다. 인구 오너스 시기에 진입한 나라는 구조적인 소비 부진으로 중장기적으로 저성장, 경기침체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베이비부머 세대를 주축으로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고도성장을 이룬 것이 대표적인 효과로 꼽히는 ‘인구 보너스’와는 반대 개념이다. 경제성장에서 인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개념들인데, 한국은 반세기도 안 돼 인구효과에서 급속하게 명암이 엇갈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구 오너스 시대에 한국이 맞닥뜨릴 저성장 수준에 대한 추산이 나왔다. 생산가능인구가 1%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은 0.59% 줄어들고, 피부양 인구가 1% 증가하면 GDP는 0.17%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인구구조 변화가 GDP에 미치는 영향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면서 이같이 추산했다.

유엔 인구자료에 따르면 2050년 우리나라 총 인구 수는 4577만명으로 지난해(5182만명) 대비 11.67%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는 3676만명에서 2398만명으로 34.8% 줄며, 피부양 인구는 1506만명에서 2179만명으로 44.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한경연은 인구구조 변화가 GDP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패널 자료를 활용해 실증분석을 진행한 결과, 다른 요인은 일정하다는 가정 아래 생산가능인구가 1% 감소할 때 GDP는 0.59% 줄고, 피부양 인구가 1% 증가하면 GDP는 0.17%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2050년 GDP 추정치는 지난해 대비 28.3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연평균 증가율로 환산하면 연평균(2022~2050년) 1.18%의 GDP 감소가 예상됐다.

유진성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어남에 따라 재정부담의 증가, 미래투자 감소 등 경제활력이 저하되면서 GDP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고용률을 높이는 방안과 노동 관련 규제 완화, 외국인 근로자 활용, 노동 생산성 향상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외국인 생산인력 활용이 산업계에서 중요 이슈로 부상하는 것과 관련해 “숙련 근로자와 우수 해외인재 유치가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이민법제와 시스템을 선진화하고 컨트롤타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14%, 20% 돌파 시점을 단계별로 고령화 수준으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 2017년 고령사회에 들어섰으며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2026년 예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광속' 고령화로 인해 이같이 경제성장 경로에서 험로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국내총생산 추정 [자료=전경련 제공]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국내총생산 추정 [자료=전경련 제공]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전망뿐 아니라 국가 신용도 악화 우려도 위기감을 키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3대 다국적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관계자들을 인용해 세계적으로 날로 심각해지는 고령화 현상을 방치할 경우 국가의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면서 아시아에서 특히 한국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에서 노동 인력이 감소하는 상황을 볼 때 연금·보건 서비스 등의 재정지출이 늘어난다면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디트마르 호르눙 무디스 부사장은 “과거에는 인구 통계가 중장기적인 고려 사항이었지만, 이제는 이미 국가 신용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S&P는 고령화 관련 재정정책에 대한 개혁이 없을 경우 지구촌의 주요국은 2060년까지 GDP 대비 9.1%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2025년 전망치 2.4%에서 크게 악화한 수준이다. 또한 연금 개혁 등을 시행하지 않으면 2060년까지 주요국 중 절반가량의 국가신용등급이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연금개혁에서 혼란을 겪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과감히 강등한 피치의 에드워드 파커 국가신용리서치 글로벌책임자는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인구통계학적 압박으로 인해 재정 위험이 심각하다는데 주목했다. 그러면서 고령화에 따른 경제적 타격에 대해 “2050년을 내다본다면 한국, 대만, 중국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꼴찌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서 초고속 고령화에 따른 성장 제약과 국가경쟁력 약화가 이처럼 예고되는 만큼 산업계에서도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기계, 반도체, 자동차, 전자정보통신 등 16개 업종별 단체가 연합해 만들어진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지난 3월 '인구 오너스 시대 도래에 따른 산업계 영향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열고 다양한 대안을 모색했다.

허진욱 인천대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발표를 통해 "생산성 향상 속도가 낮다는 전제의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 경제는 2050년 이후 0% 미만의 성장률이 전망된다"며 "노동집약도가 낮아지는 방향으로의 기술 진보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합리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규제 개선을 강조했다.

황남희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장은 핵심생산연령인구(25~49세) 비중이 2020년 51%(1908만명)에서 2070년 46.2%(803만명)로 감소하고,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중은 같은 기간 15.7%에서 46.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인구구조 변화는 기업 존폐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기업 참여를 제고할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1990년대부터 일본이 급속한 고령화로 고도성장의 동력을 잃어버리는 인구 오너스를 맞으면서 산업 전반의 수요 감소로 장기간 경기침체를 겪었던 만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통해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 우리 정부의 저출생 고령화 대책 재정비에 산업계의 시각이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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