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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첫달부터 '사상 최대' 적자...환율 재급등과 맞물린 여파는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3.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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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지난달 한국은행이 2023년 수정 경계전망을 통해 제시한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는 260억달러다. 수출 부진 속 경기 둔화를 반영해 11년 만에 가장 낮았던 지난해 경상수지 규모(298억달러)보다 눈높이를 낮추면서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했다. 

상반기 44억달러 적자, 하반기 304억달러 흑자를 내다봤는데 출발부터 삐끗했다. 새해 첫 달 ‘국가의 대외 가계부’가 적자로 돌아서며 그 폭도 사상 최대로 커지면서다. 지난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 적자로 한 달치만으로 한은의 상반기 전망치를 넘어선 것이다. 올해 연간으로 끌어올려야 할 수준(38억달러) 이상을 한 달 만에 까먹은 셈이다.

한국 경제의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최대 폭으로 적자 전환하면서 둔화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 당분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 경상수지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되살아나는 미국발 긴축 공포 속에 최근 환율이 들썩이는 상황과 맞물려 수출 부진과 물가 불안의 불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째 상승한 가운데 132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10일 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째 상승한 가운데 132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5조9664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의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 폭의 적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67억6000억달러 급감했다. 지난해 마지막 달 26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적자 전환한 것이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8월(-29억1000만달러), 11월(-2억2000만달러)에 비해 적자 폭이 확대됐으며,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한 2020년 4월(-40억2000만달러)보다도 악화했다.

연초부터 적자로 출발한 것은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대중국 수출의 동반 부진 장기화에 따른 무역적자 심화로 상품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고, 해외출국자 수 증가로 서비스수지도 나빠진 영향이 컸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15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1년 전과 견줘 90억달러나 급감, 74억6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전월(4억8000만 달러)보다는 15배 넘게 확대된 1월 적자 규모는 경상수지와 마찬가지로 통계 작성 이후 43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4개월째 마이너스 수지가 이어졌는데, 외환위기 때(1996년 1월~1997년 4월) 이후 최장기간이다.

고질적인 서비스수지 적자는 9개월째 이어졌다. 해외여행 확대로 여행수지 적자 규모가 1년 새 5억5000만달러에서 14억9000만달러로 늘어난 영향으로 32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나라 밖에서 발생한 이익을 국내로 송금할 때 법인세 혜택을 주는 익금불산입제도가 올해 도입되면서 본원소득수지가 63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1년 전(18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대폭 커졌다. 

배당소득수지 흑자(56억6000만달러)가 1년 새 45억5000만달러나 급증하는 등 그간 씨를 뿌린 해외투자가 효과를 거두면서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당분간 상품수지 적자 부분을 메우는 완충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지탱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한은이 상반기에서 예상한 본원소득수지는 97억달러 흑자로, 상품(-33억달러)·서비스수지(-87억달러) 예상 적자 폭을 홀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경상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무엇보다 경상수지 흑자 회복이 시급하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못한 게 문제다. 경상수지 악화가 지난해 밀어닥친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 복합위기를 고착화시킬 불안 요인으로 부각하면서다.

가장 민감한 대목이 환율 재급등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훌쩍 넘으면서 물가 상승세 둔화가 제한됐고, 그만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기조는 길어졌던 지난해 하반기 때처럼 다시 환율 불안이 꿈틀대는 분위기다. 지난달 1200원대 초반으로 안정화됐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00원 넘게 급등하면서 1400원선을 다시 넘보는 상황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329.0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한 뒤 전날 종가보다 2.0원 오른 달러당 1324.2원에 마감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외국 자본의 유출 등을 불러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환율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는 다시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수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며, 수입물가도 끌어올려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경상수지 악화는 갈 길 바쁜 우리나라 경제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물가가 다시 뜰썩이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경상수지의 파급효과는 실로 크다고 볼 수 있다.

경상수지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금리 상승기에 금융시장에서 우려하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요인보다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환율 급등기인 지난해 10월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1%포인트(p) 하락하면 환율은 1.89%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으로 조사한 한·미 단기금리 격차에 따른 상승 영향 폭(1.45%p)보다 높은 것이다.

경상수지 비율 등 환율 변화율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제공]
경상수지 비율 등 환율 변화율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제공]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지난해 1.8%로 하락했는데, 2011년(1.3%)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12년(3.8%)부터 2021년(4.7%)까지 최소 3.8%~최대 7.2%(2015년)를 보여온 끝에 지난해 10년 평균선(5.1%)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1980년부터 집계된 경상수지 비율은 1980~85년(이하 평균 –5.8%), 1990~92년(-1.4%), 1994~97년(-2.2%) 등 세 시기만 빼곤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추세를 보면 올해도 큰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가 전날 내놓은 ‘한국 경상수지에 대한 해외시각' 브리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지난 1월 말 7개 기관 평균 기준으로 올해 한국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GDP 대비 1.6%로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GDP 대비 경상수지비율 전망치보다 1.0%p나 낮출 정도로 전망을 어둡게 본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우리나라 대외건전성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여전히 양호한 편이나 수출 부진 등으로 경상수지 회복이 지연될 경우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경상수지 회복이 지연되면서 외환수급 여건 악화 상태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원화의 민감도 문제가 다시 대두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으로 우려되는 경상수지 여파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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