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수출 부진 길어지는데...2분기 유가·환율 불안까지 다시 커진다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4.03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31일 ‘2023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치(2.1%)보다 0.6%포인트(p)나 낮춰 1.5%로 수정 제시했다. 이는 정부(1.6%), 한국은행(1.6%), 국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1.8%), 국제통화기금(IMF·1.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등 국내외 전망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수정 예상치와 견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정처가 2001~2005년 평균 5.5%에서 2016~2020년 평균 2.6%로 하락했다고 분석한 잠재성장률보다 무려 1%p 이상으로 못 미치는 저성장이다. 무엇보다 다른 전망기관보다 늦은 1분기 끝자락에 나온 수정전망이어서 가장 현실적인 눈높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 ‘상저하고(하반기에 반등)’로 꼽은 연간 성장 시나리오의 첫 분기부터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확실하게 걷어내지 못했기에 성장 전망치가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년 전 역성장 국면으로 돌아선 뒤 수출전선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여전히 짙은 데다 지난해 한국경제 둔화를 재촉했던 고유가, 고환율 악재가 다시 꿈틀대고 있어 상반기 경기 회복에 시동을 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반전을 모색해야 할 2분기로 접어든 시점에 복합위기의 실타래가 여전히 엉켜있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하루 50만배럴 감산 기한을 연말까지 늘렸다. [사진=타스통신/연합뉴스]
러시아가 하루 50만배럴 감산 기한을 연말까지 늘렸다. [사진=타스통신/연합뉴스]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 부진이 1분기까지 장기화하고 있는 게 저성장 고착화 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3월 수출액은 551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13.6% 줄어 6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으로 반년간의 역성장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부진도 깊어졌다.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액(86억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34.5% 급감, 8개월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33.4%)에 대한 수출도 10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지난달 수입액은 597억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6.4% 감소, 무역수지는 46억2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적자(-27억7000달러)가 6개월 연속 지속된 가운데 전체 무역적자 행진은 26년 만에 최장기간인 13개월째 이어졌다. 이에 따라 1분기 무역적자만 226억달러로 사상 최대의 연간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절반 수준(47.8%)에 육박했다. 

지난해 민간소비가 그나마 버텨준 덕에 연간 GDP 성장률이 2.6%을 기록했지만 4분기 성장률이 0.4% 뒷걸음질했던 터라 올해 1분기 수출·무역전선의 부진 상황으로 볼 때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으로 ‘기술적 의미의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지난 2월 ‘경기 둔화 진입’을 공식 인정했기 때문에 경기 하강기가 가시화될 수 있는 것이다.

지구촌 경기에 민감한 수출주도형의 한국 경제구조 상 글로벌 수요 감소로 수출 부진이 이처럼 깊어지는 가운데 대외변수도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지난해 상반기 국제 유가 급등, 하반기 원·달러 환율 폭등(원화가치 하락)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던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대로 유가와 환율 불안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에 들어서면서 산유 패권국들의 기습 감산 발표로 안정되던 국제 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OPEC+(플러스) 소속 주요 산유국은 3일 열리는 화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다음달부터 하루 116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50만배럴) 등이 주도한 이번 감산은 지난해 10월 일일 200만배럴 감산 합의와는 별도로 추가된 것이며, 이달부터 3개월간 50만배럴 감산을 발표했던 러시아도 감산 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이에 따라 총 감산량은 세계 하루 원유 수요량의 3%가량 규모로 늘어나게 됐다.

이같은 ‘깜짝’ 감산 발표로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의 경우 전날 종가(75.67달러)보다 5% 안팎 오르며 배럴당 79.01~81.58달러에 거래됐다.

WTI는 1분기 마지막날 배럴당 73.37달러로 지난해 마지막날과 비교해 8.6% 하락했지만, 지난 1월 23일 찍은 연고점(81.62달러) 재돌파를 눈앞에 뒀다. WTI는 지난해 3월 첫날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6월 8일 122.11달러까지 치솟았다가 8월부터 월평균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가 더 줄어들어들 것이라는 전망 속에 1월(78.20달러), 2월(76.90달러), 3월(73.37달러) 내림세를 보였고, 지난달 17일엔 연저점(66.74달러)까지 찍었지만 2분기 들어 추가 감산 이슈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투자사 피커링에너지파트너스의 댄 피커링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날 감산 발표에 대해 “유의미한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공급 감소분이 발생한 만큼 아마도 원유 가격이 10달러 정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반도체, 대중국 수출액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국의 반도체, 대중국 수출액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국제 유가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추기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나마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세만을 보고 통화긴축 속도조절에 나선 미국, 한국 등으로선 다시 악재로 다가오는 셈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종료를 늦추게 만들어 그만큼 경기 회복에 부담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를 자극한다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한 데, 그만큼 ‘선 물가 억제-후 경기 부양’이라는 질서있는 출구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선 출렁이는 환율도 연착륙의 불안요소다.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경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기 때문에 최근 다시 달러당 1300원을 웃도는 원화 약세는 경기 둔화 국면에서 부담을 가중시킨다. 지난 연말연초 200원가량 급락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부터 오름세를 타더니 1300원대에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지방은행을 시작으로 스위스, 독일 등으로 불똥이 옮겨붙어 ‘뱅크데믹(은행+팬데믹)’ 쇼크를 불러온 뒤 긴축 완화 전망으로 한때 진정세를 보였지만 다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이 다시 오르게 되면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를 다시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분기 말 1213.5원으로 1.9% 상승 폭을 보였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1310원으로 3.7% 오름 폭으로 높아졌다. 이날 유가 급등 부담에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부각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6원 오른 달러당 131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0일(1324.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 열 달 걸려 4%대(4.8%)로 겨우 떨어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다시 반등한다면 지난달 정부가 내수활성화 대책으로 첫 스텝을 밟은 경기 부양의 행보도 횡보할 수 있기에 ‘상저하고’의 상반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유가와 환율 변동성을 더욱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