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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1년만에 최저치...근원물가 역전 속 유가 변동성이 변수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4.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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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석유류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덕에 열 달 걸려 진입한 4%대 물가의 기울기가 더 꺾였지만 3%대 연착륙을 예단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고공행진하는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난 데다 4월 들어 주요 산유국들의 기습 추가 감산 발표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국제 유가의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3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 100 기준)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2월(4.8%)보다는 0.6%포인트(p) 하락, 4%대에 진입했던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만에 최소 상승 폭을 기록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폭으로 둔화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의 한 전통시장 내 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폭으로 둔화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의 한 전통시장 내 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5.1%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의 고물가 그래프가 올해 들어 꺾이는 모양새다. 지난해 7월 6.3%로 고점을 찍은 뒤 5%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등 둔화세가 완만했지만 지난 1월(5.2%) 바닥을 다진 뒤 2월부터 4%대를 유지하면서다.

두 달 새 상승률이 1%p나 떨어지는 등 물가 둔화세가 뚜렷해진 것은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2% 하락, 2월(-1.1%)에 이어 내림세가 두 자릿수로 커졌다.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휘발유(-17.5%)와 경유(-15.0%), 자동차용LPG(-8.8%) 등이 크게 떨어졌다.

1년 전만 해도 물가 급등을 주도했던 게 석유류였지만 지난달엔 그 기저효과로 전체 물가를 낮췄다. 지난해 3월 석유류의 상승률은 31.2%로 휘발유(27.4%), 경유(37.9%), 자동차용 LPG(20.4%)가 전방위로 치솟았다. 당시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1.32%p로 한 달새 0.53%p 확대되면서 4%대 물가를 불러왔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해 3월 배럴당 평균 110.9달러로 치솟았던 고유가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1년 뒤 상황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반전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78.08달러로 안정화됐다.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0.76%p까지 끌어내린 것이다. 지난 1월만 해도 4.8% 오른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0.22%p였는데, 2월 1.1% 떨어지면서 물가를 0.05%p 낮췄고 그 기여 폭이 지난달 더 커진 것이다.

이렇듯 1년 전과는 정반대로 물가를 끌어내리는 석유류 영향을 통제할 경우 물가 기조가 여전히 높은 것이 문제다. 국제 유가가 안정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진입까지 예고하는 수준으로 둔화하고 있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수인 근원물가는 지난달 4.8%의 상승률로 전월과 같았다. 이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5.0%)만 빼고 지난해 10월부터 4.8%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0.6%p나 웃돌며 역전현상까지 발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상회한 것은 202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상승률이 소비자물가가 0.9%, 근원물가가 1.2%로 각각 물가안정목표치(2%)에 훨씬 못 미쳤지만, 지난달 역전은 4% 이상의 고물가 국면에서 나온 것이라 물가 안정화 경로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4%대 이상의 고물가 상황에서 실질적인 역전 사례는 2008년 4월 소비자물가가 4.1% 오르고 근원물가 상승률이 5.2%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14개월간 역전현상이 지속한 이후 처음이 된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이번 물가 상승기에서 근원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전체 물가 흐름을 좌우하는 모양새다. 향후 물가 안정화도 유가 변수에 좌우될 수 있는데, 지난 2~3월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던 석유류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을 포함한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가 다음달부터 일일 116만 배럴 규모의 추가 감산을 기습적으로 결정하면서 국제 유가가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유 가격의 경우 3일 배럴당 84.1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7.7% 급등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22일(86.60달러) 이후 최고치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작년 하반기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보이며, 작년 상반기에 많이 상승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 유가가 4월 급등하는 것과 관련해 그는 "산유국들이 감산하면 국제유가가 오르게 되고 오른 가격은 순차적으로 국내 물가에도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 시 당분간 물가에 기여할 수 있는 석유류 기저효과도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도 “근원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최근 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 국제에너지 가격 연동성 등을 고려하면 아직 물가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산유국 추가 감산에 따라 국제 유가가 지난해 상반기처럼 급등할 경우 둔화세를 타고 있는 국내 물가도 다시 들썩이게 되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시계를 멈춘 한국은행의 다음달 통화정책방향 결정이 새삼 시선을 끌게 된다. 꺾이지 않는 근원물가 속 국제 유가 변동성이 연말 소비자물가 상승률 3%대 안착을 목표를 하는 한은의 물가 경로에 변수로 재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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