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수출부진·무역적자 커지는데...중국 리오프닝 낙수효과 눈높이는 낮아지고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3.21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무역수지 적자가 올해 1분기도 채 안 돼 지난해 규모의 절반을 벌써 넘어섰다. 3월 일평균 수출액이 1년 전보다 4분의 1 가까이 급감하면서 무역수지 악화가 더 깊어졌다. 이같은 흐름이라면 수출전선에 드리워진 역성장의 그림자가 6개월째 걷히지 않게 되고, 월간 무역적자 행진도 1년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출기업 대상 눈높이를 반영한 2분기 수출산업경기 기상도에서 1년 만에 ‘갬’ 예상이 떴지만 간판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수출처인 중국 쪽에선 여전히 먹구름이 걷힐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중국 대륙의 경제활동 재개로 서해를 건너올 것으로 예상되던 훈풍도 더디게 오거나,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309억4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이달 초·중순 일평균 수출액은 14.5일에 21억30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시기(13.5일·27억800만달러)보다 23.1%나 급감했다.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 [사진=연합뉴스]

수입액은 372억6900만달러로 5.7% 감소하면서 수출액을 웃돌아 무역수지는 69억23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월 초·중순(61억1500만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1분기를 열흘 정도 남겨놓은 시점에 올해 연간 수출 누계는 1274억달러, 수입 누계는 1515억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13.4%(196억 4000만달러), 수입은 1.3%(20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이달 20일까지 쌓인 올해 무역적자는 241억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달러)의 50.4%에 달하는 규모로 커졌다.

20일 동안 실적만으로 지난달 월간 적자 폭(52억6800만달러)를 훌쩍 넘어선 추세라면 사실상 3월까지 수출 감소가 6개월째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상황으로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는 것이다.

무역수지도 13개월째 적자의 고리를 끊지 못하게 되는데, 무역전선에서 1년 이상 장기간 마이너스 흐름이 지속된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수출 부진의 골이 이처럼 깊어지는 것은 여전히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에서 반등 모멘텀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4.7% 줄어들어 주요 품목 중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월간 감소세가 이달까지 8개월째 이어질 공산이 큰 이유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36.2% 감소, 월간 기준 10개월째 뒷걸음질할 공산이 커졌다. 전년 동월 대비로 지난달 월간 반도체 수출액은 42.5% 급감하고, 대중국 수출도 24.2% 감소했는데, 이달 들어 부진의 기울기가 더 가팔라진 셈이다.

이처럼 1분기 수출 혹한기를 통과하는 가운데 2분기(4~6월) 수출이 호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진이 다소 둔화하겠지만 우리나라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의 개선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분기(81.8)보다 큰 폭으로 오른 90.9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의 12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한 결과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EBSI가 상승 전환한 것은 지난해 3분기 이후 4개 분기(1년) 만이지만 여전히 지수 자체가 직전 분기 대비 악화·개선을 가늠하는 기준선 100을 5개 분기째 밑돌고 있어 여전히 부진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반도체는 수출 단가 하락세 등으로 전체 품목 중 가장 낮은 52.0을 기록했는데, 역시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수요 감소 영향을 받는 전기·전자(84.7)보다도 3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1분기 EBSI(73.5)보다 더 낮아진 것도 ‘반도체의 겨울’ 장기화 우려를 키운다. 수출단가(51.3)와 채산성(51.3)은 물론 중국 등 수출국 경기(52.2), 미중 분쟁 지속에 따른 수입규제 통상마찰(51.7) 등 모든 세부항목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경기 전망에 대한 EBSI에서 ‘수출 대상국 경기’가 79.8로 10개 항목 중 가장 낮다는 점을 볼 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특히 최대 교역국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중요한 상황이다. 올해 들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진 대중국 수출 길을 다시 넓히기 위해서는 중국의 리오프닝(오프라인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빨리 나타나야 하지만 전망은 불확실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내놓은 '리오프닝 이후 중국경제 동향 및 평가'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중국 주요 경제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내수가 경기회복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수출은 반도체 등에 대한 글로벌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등 IT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이 크게 줄고 화장품, 플라스틱 등도 감소하는 등 리오프닝 효과가 아직 수입 수요에는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은 조사국 중국경제팀은 "수출의 경우 미·중 무역갈등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향후 주요국 경기 회복세 및 글로벌 반도체 수요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국이 가장 많이 수출하는 반도체(대중국 수출의 비중 40%수준) 등 중간재를 가공해 최종재를 수출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산업구조가 정상화돼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성장을 한 축에서 주도하는 건설경기라도 살아나야 한국의 수출 전선이 활기를 찾을 수 있는데, 그마저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와 수출 부진이 올해 하반기 이후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회복 시점과 정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판단했다.

한국 수출의 대중국 의존도 추이 [자료=하이투자증권 제공]
한국 수출의 대중국 의존도 추이 [자료=하이투자증권 제공]

중국이 리오프닝을 통해 경제 회복을 모색하는 경로도 한국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이날 ‘중국 리오프닝, 낙수효과 기대해도 되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분기를 기점으로 중국경기의 V자 반등이 기대된다"고 전망하면서도 "이번 중국경기 반등과 부양책이 과거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변했다는 점에서 국내에 미칠 낙수효과는 제한될 것"이라고 눈높이를 하향했다. 또한 한국과 중국 간 수출입구조가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경쟁적 관계로 변화된 점도 리오프닝 낙수효과를 약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미묘해진 한중 관계도 변수다. 하이투자증권은 ”반도체 등을 포함해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 확산 역시 자칫 단기적으로 낙수효과를 제한하는 등 한중 간 경제 정상화 속도에 큰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중국 리오프닝이 한국 수출 회복에 훈풍으로 작용해 경제정책 당국의 전망대로 ‘상저하고(하반기 반등)’의 회복경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막연한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