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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급한데 중국 기준금리 찔끔 내리거나 손 안대거나...이원화 조정 왜?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8.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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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주요 금융기관들은 책임을 지고 대출을 늘려야 하며, 금융지원·실물경제의 안정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예상보다 심각한 경기 둔화기에 빠져드는 중국의 중앙은행이 20일 성명을 통해 금융기관들을 향해 경제 회복을 위해 이같이 대출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18일 중국인민은행(PBOC)이 금융감독관리총국 등 규제·금융당국과 화상회의를 열고 실물경제 발전과 금융위기 예방 방안을 논의한 결과 지방정부의 부채 위험을 예방·완화하고 실물경제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같은 중앙은행의 지침에 따라 경기 부양을 위해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가 상당 폭 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하루 뒤 막상 뚜껑이 열리고 보니 반쪽 인하에 그 폭마저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PBOC가 대출을 독려해놓고도 일반대출에 적용되는 1년 만기 금리는 '찔끔' 인하하면서도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금리는 ’깜짝‘ 동결한 것이다.

중국 베이징 아파트 건축 현장 [사진=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아파트 건축 현장 [사진=AP/연합뉴스]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PBOC는 21일 1년 만기 LPR를 연 3.45%로 0.1%포인트(p) 낮추고 5년 만기 LPR은 연 4.2%로 종전 금리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서 조사한 결과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진작을 위한 유동성 공급 확대 차원에서 1년물 LPR은 0.10%∼0.15%p, 5년물 LPR은 0.15%∼0.25%p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 바 있다. 

1년·5년 만기 LPR 모두 0.15%p 인하를 예상한 블룸버그는 5년 LPR 동결 결정에 대해 "수수께끼처럼 보인다"는 평가로 시장의 당혹감을 전했다. 로이터도 "중국 당국이 신용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함에 따라 예상대로 1년 만기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5년 만기 기준금리는 그대로 유지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고 평가했다.

LPR은 명목상으로는 18개 시중은행 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의 월간 단위 평균치이지만, PBOC이 정책수단을 통해 결정하고 모든 금융 기관이 이를 대출영업 기준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기준금리로 작동한다. PBOC은 지난해 8월 이후 동결했던 1년·5년 만기 LPR을 지난 6월 0.1%p씩 인하한 뒤 지난달엔 모두 묶어놓았다. 

지난달 소비·투자·생산 등 산업활동 지표와 수출 등 전반적인 성장동력이 지난달 일제히 뒷걸음질 치고 부동산 침체 속에 디벨로퍼들의 도미노 도산 우려가 불거지자 중국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 데 이어 기준금리도 반쪽이나마 2개월 만에 손을 댔다. 지난 15일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1.8%로 0.1%p,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는 2.5%로 0.15%p 각각 낮추면서 시중에 총 6050억위안(111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다.

통상 MLF를 손보면 LPR도 함께 움직여 왔는데, 이번에 단기 금리와 중장기 금리의 조정이 엇갈린 데에는 경제 인식과 정책 대응에 대한 공통점과 차별점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크고 정책당국의 의지도 큰 상황에서도 이같이 기준금리의 소폭 조정은 자본유출 압박 우려가 크다는 데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추가 금리인하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더욱 벌려 위안화 약세가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미토모 미쓰이 DS자산운용의 기치가와 마사유키 수석 매크로 전략가는 "중국 당국은 통화시장 안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아마도 중국이 위안화 하락 압력을 우려해 금리 인하의 규모와 범위를 제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년·5년물 LPR의 조정 분절화는 경기 부양의 효과 측면에서 갈린다. 

가계 신용대출에서부터 기업대출까지 민간 경제주체의 광범위한 대출 상품에 영향을 미치는 1년 만기 LPR은 단기적인 소비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모기지에 영향을 주는 5년 만기 LPR은 그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제한되는 중장기 금리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생산자물가가 동반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지속)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일반 대출과 연동되는 금리를 내리면 경제주체들이 언제든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어 침체된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했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부동산 시장 침체는 기준금리 조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중첩적인 문제들이 맞물려있어 섣부른 유동성 공급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구조적 해법을 오히려 꼬이게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응으로 읽힌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랑라살의 중화권 연구책임자인 브루스 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PBOC의 예상을 밑돈 금리 조정에 대해 블룸버그에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부동산을 살리려다 자칫 금융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즈호은행의 켄 청 수석 아시아외환전략가는 로이터에 “5년 만기 LPR의 ’현상 유지‘는 중국 은행들이 (건전성 확보 수단인) 금리 차 마진을 희생하면서까지 금리 인하를 해야 하는지 꺼린다는 신호”라고 봤다. 이어 "PBOC의 정책 지침이 시장에 전달되는 효과에 문제가 있다"며 “중국 당국은 통화 완화를 통해 부동산 부문과 경제를 부양할 효과적인 도구가 부족할 수 있다”고 짚기도 했다.

중국의 단기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중국의 단기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단기 기준금리 인하로 실물경기 부양의 의지를 담은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다면, 중장기 기준금리 동결을 통해서는 부동산 경기 진작 사안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스탠스를 취함으로써 중국 당국의 대응은 이원화되는 모양새다.

모기지 금리 동결로 부동산 위기에 대처하는 중국의 정책 대응은 신중론으로 수렴하는 흐름이지만 방향이 불확실한 터라 시장의 우려는 그만큼 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널리 주시하고 있는 모기지 금리를 놀랍게도 유지하면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어떻게 부동산 위기를 해결하고 주택 구매자의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하면서 ”분석가들은 이번 조정이 충분치 않으며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보다 집중적이고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세계적 거시경제 예측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쉬톈천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은 50bp(0.5%p) 이상 삭감하거나 지급준비율 삭감, 추가 정부지출, 기타 성장 촉진을 위한 가시적 움직임과 같은 다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의 통화완화 수위에 대해 ’퍼즐링‘ 평가가 부각되는 만큼 관측도 무성하다. 싱가포르의 화교계 은행 OCBC의 프란시스 청 금리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모기지 기준금리 인하가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게 아니라면 규제 당국이 부동산 부문을 지원하는 데 있어 더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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