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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화 진입기로 돌아간 기업 체감경기...수출부진이 불러온 제조업 '현실자각'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8.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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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하반기 들어서도 반등의 기미가 안 보인다. 기업 체감경기가 7, 8월 연속 하락하면서다.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에는 반등하는 ‘상저하고’의 경기 회복 시나리오에 시동을 걸어야 시점에 기업들의 경기 인식이 외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정부가 ‘경기 둔화 진입’을 공식 진단한 6개월 전 수준으로 체감경기가 악화한 것이다.

수출주력 품목인 반도체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데다 최대교역국인 중국에서 기대했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커녕 최근 부동산발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면서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의 체감경기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막연하게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우려하던 제조업 부문 기업가들의 시선도 현실적인 수출 부진에 대한 걱정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기업 경기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당분간 걷히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업황실적 BSI는 지난달보다 3포인트(p) 내린 71을 기록했다. 한은이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지수화한 BSI는 긍정적 응답이 우세할 때 100을 웃돈다. 다만 업황BSI가 대체로 100을 밑돌기 때문에 20년 장기평균(2003년 1월~2022년 12월)이 현실적인 잣대가 되는데, 8월 업황BSI는 장기평균(77)에 6p 못 미쳤다.

전산업 업황실적 BSI는 지난 5월 2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5p)으로 76까지 회복해 6월 보합을 나타냈다가 하반기 들어서는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 2월(69) 이후 최저 수준이다. 9월 업황전망 BSI도 한 달 전과 같은 73으로 집계돼 기업의 기대심리 개선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비제조업 업황실적 BSI는 장기평균과 같은 75로 전월 대비 1p 내렸지만, 제조업의 경우 5p나 급락해 67을 기록했다. 제조업 업황BSI는 지난 2월(63)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5, 6월 73을 유지하다가 7월 72, 8월 67로 2개월 연속 하락, 장기평균(79)과의 간극은 12p로 더 벌어졌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가격 회복이 계속 지연되는 가운데 감산에도 수주 감소가 지속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 BSI(64)가 8p나 떨어졌다, 중국의 수요 부진과 내수 위축 영향으로 1차금속(53), 화학물질·제품 BSI(59)도 각각 12p, 8p 급락했다. 상반기 반도체 부진을 그나마 만회했던 자동차 BSI(91)마저 12p나 하락, 지난 1월(8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규모별로 대기업(70)은 2p 떨어져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중소기업(64)의 경우 8p나 급락했는데, 지난 2월(65) 수준으로 되돌아가며 2020년 9월(58) 이후 최저 BSI를 기록했다. 반도체설비, PC기판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의 업황실적이 크게 악화한 영향이 컸다.

기업형태별로도 수출기업(64·-4p)과 내수기업(69·-5p) 모두 비슷한 폭으로 BSI가 떨어졌다. 수출기업의 경우 지난 2월(6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보이며 코로나19 충격기였던 2020년 수출경기 부진 상황으로 돌아갔다.

제조업 업황BSI를 부문별로 짚어봐도 핵심 지표들이 경기 둔화기에 접어든 6개월 전 수준으로 악화됐다.

수출실적(76)과 내수실적(74) 모두 그간의 회복세를 되돌리며 지난 2월과 같은 BSI로 회귀했다. 제조업 가동률실적(77)도 반년 전 BSI와 같아졌다. 생산(77)은 12개 세부 BSI 가운데 가장 큰 6p나 하락하며 6개월 전(79)보다 오히려 악화됐다.

특히 설비투자실행(86)도 4p 떨어져 2월 BSI(89)에 못 미쳤는데, 기업의 경기 인식 악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당초 설비투자 계획 대비 수정증액에서 수정감액을 뺀 이 BSI의 내림 폭은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2020년 4월(-7p)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그만큼 하반기 들어서도 경기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예정된 투자마저 줄이려는 기업가들의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업 업황BSI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제조업 업황BSI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제조업 불황을 어떻게든 견뎌내보려던 기업들이 하반기 초반부터 회복 기미를 확인하지 못하자 경기 회복에 대비한 투자를 축소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경향은 제조업 경영애로사항 설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수출 감소세가 시작되고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부터 ’불확실한 경제상황‘ 비중이 20%대로 1순위 애로사항으로 자리 잡아 왔는데, 이달엔 19.1%으로 낮아졌다. 대신 ’수출부진(16.2%)‘과 ’내수부진(16.8%)‘이 각각 3.8%p, 0.7%p 오르며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불확실성이라는 막연한 걱정보다 실물경제에서 피부로 느끼는 내외수 부진 상황이 제조업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특히 ’수출부진‘의 경우 2020년 8월(17.3%)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면서 수출주도형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현장의 경영애로가 수출 부문에서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 부진 장기화가 불러온 일종의 ’현실 자각‘인 셈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9월부터는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수출도 반등세가 본격화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상저하고‘ 회복 전망을 유지했지만, 제조업 기업들의 불안한 경기 전망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9월 제조업 업황전망 BSI가 69로 8월 전망과 같은 지수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음달 기업들의 업황개선 기대치가 이달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업황실적 BSI가 3개월 연속 업황전망 BSI를 넘어서면서 제조업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져오다가 6월(73), 7월(72)엔 전망과 실적이 같아지더니 이달엔 전망치보다 실적 지수가 2p 떨어졌다. 이같은 추세라면 다음달에도 실적 BSI가 불안한 전망을 뛰어넘어 반등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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