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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민간의 엇갈린 경기 진단과 '모나리자 모호성'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8.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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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한국 경제의 회복세를 놓고 정부와 민간연구소의 경기 진단이 엇갈렸다. 기획재정부는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하반기에 반등하는 ‘상저하고’의 회복 전망의 결을 유지한 반면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연내에 경기 부진 흐름을 반전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다.

기재부는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 눈높이를 1.4%로 하향 조정한 뒤 회복 흐름을 확인하는 모양새이지만, 한경연은 내수·수출 동반 부진에 따라 1.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부두 전경.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는 11일 정부의 공식 경기진단인 '그린북(최근 경제동향)' 8월호를 통해 "월별 변동성은 있겠지만 반도체 등 수출물량 회복, 경제심리와 고용 개선 흐름 지속 등으로 경기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월 ‘경기둔화 진입’을 공식 진단한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둔화 완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때 그만큼 경기 회복세에 대한 확신이 커지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엔 ‘경기 하방 위험 완화’로 싹트는 경기 저점론에 신중하게 접근했는데, 이달에는 ‘월별 변동성’ ‘일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인다는 평가로 하반기 반등 시나리오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다만 기재부는 “IT 업황 개선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제약 우려가 교차하고 있으며, 통화긴축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고 짚은 뒤 “하반기 경제활력 보완, 대내·외 리스크의 철저한 관리, 경제체질 개선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경연은 이날 올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0.8%)와 코로나19(2020년 -0.7%) 등 위기가 닥쳤던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1.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대내적으로는 장기간 점진적으로 진행돼 온 경제 여건의 부실화와 성장 모멘텀 약화, 대외적으로는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 지연이 가시화되면서 연말까지 경기 반등을 이뤄내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내수 지표 전망은 지난달 정부가 제시한 연간 예상치보다 비관적이다. 기재부는 민간소비가 2.5%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한경연은 더 낮은 2.1% 성장을 예상했다. 기업실적 부진으로 인한 명목임금상승률 정체, 고물가 등으로 인한 실질구매력 약화로 소비여건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하방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래 경기추세를 판단하는 선행지표인 투자 부문에서 설비투자(-2.3%), 건설투자(-0.7%) 모두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정부 전망치(설비투자 -1.2%, 건설투자 +0.6%)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의 늪에 빠져있는 경제버팀목 수출 역시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까지 일부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0.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대내 경기부진에 따른 수입 감소 폭이 수출 감소 폭을 뛰어넘으면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유지돼 정부 전망치(230억달러)와 비슷한 22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올해 안에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 상황”이라며 “중국의 경기반등 무산으로 인한 영향이 미국 등 주요 교역국으로 파급된다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나 민간연구소나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연간 저성장을 전망하면서도 이같이 경기 진단과 회복 전망에서 온도차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포스트 팬데믹(대유행 이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이유도 있다. 주요 선진국처럼 내수로만 성장하기에는 인구·소비 규모가 제한돼 수출 주도형 경제에 의존해온 한국으로서는 글로벌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세계경제가 코로나19 이후 예측불가의 복잡성·불확실성이 커졌기에 경제 회복의 경로를 가늠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른바 ‘모나리자 효과’의 영향으로 경기 진단에 대한 민·관의 눈높이가 맞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를 ‘모나리자 효과’에 비유한 데서 글로벌 경제의 모호한 방향성이 부각됐다. 모나리자 초상화 속 여인이 미소 짓고 있는지, 무표정한 것이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대중국·반도체 수출과 제외 수출 추이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제공]
대중국·반도체 수출과 제외 수출 추이 [자료=현대경제연구원 제공]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한국 경제의 다섯 가지 모나리자 모호성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도 최근 지표상의 뚜렷한 방향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모나리자 착시 현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최근 한국 경제의 상황 판단에 정부와 민간의 시각차가 있으며, 특히 경제전문가 및 경제연구기관 간 경기 방향성에 대한 일치된 견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경제에 대한 진단에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하기에 최근 대두되는 경제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에 정책적 합의점이 마련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경연은 한국 경제의 모나리자 모호성 양상으로 경기 방향성 혼란(경기 동행·선행지표 비일관성), 부문별 수출 경기 격차, 인플레이션 착시, 산업별(제조업·서비스업) 경기 양극화, 소비자심리·실물내수지표의 괴리 등을 꼽았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주력품목인 반도체가 글로벌 수요 침체와 업황 불황에 따라 수출 부진 장기화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부문별 수출 경기의 격차는 핵심적이다.  대중국·반도체 수출이 부진하지만, 이들 부문을 제외한 수출은 양호하다고 지적된 점은 경기 회복의 속도와 폭을 가늠하는 데 편차를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현경연은 “내수에만 의존하는 경제보다 외수까지 시장 외연이 확대된 경제의 성장성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외수 의존성이 높은 경제는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경제의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내수 지향적 고부가 서비스업 육성 등을 통해 현재의 높은 해외의존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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