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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다시 키운 국제유가 불안...핵심변수는 이란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10.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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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중동의 화약고’에서 오일쇼크 공포가 피어올랐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이달 들어 하락하던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연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동발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일각에서는 1973년 4차 중동전쟁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반세기 만의 오일쇼크 공포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지만, 중동정세와 맞물려 시장의 현실적인 전망은 엇갈린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10일 로이터통신, BBC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유대 안식일에 이스라엘에 기습공격을 감행한 뒤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양측의 사망자는 최소 1400명, 부상자도 최소 6000명을 넘어서면서 사태는 전쟁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2차세계대전 이후 하루 최대 규모의 희생자가 나와 충격에 휩싸인 이스라엘은 ‘피의 보복’을 천명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공습할 때마다 100명이 넘는 민간인 인질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전으로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사망자는 800명 이상, 부상자는 2600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2014년 7월 가자지구 분쟁 이후 9년 만에 대규모로 발생한 양측의 전면전으로 국제유가 불안이 커지며 글로벌 경제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9일 3.57달러(4.2%) 오른 배럴당 88.15달러, 미국유가의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산중질유는 3.59달러(4.3%) 뛴 배럴당 86.38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만 해도 세계 1,2위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공급 감축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97달러까지 넘어선 뒤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와 글로벌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지난주 가격이 11%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충돌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를 생산하지 않아 글로벌 원유값의 변동에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지 않지만 이란 배후론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분출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 급등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장교들이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 계획을 도왔다는 하마스 고위 인사들의 주장을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트리거(방아쇠)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 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 된다면 산유국이 즐비한 중동발 오일쇼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그 중심점엔 중동질서의 재편론이 있다. 이스라엘을 허를 찔러 사실상 처음으로 육로까지 이용해 감행한 하마스의 기습전은 중동의 데탕트(긴장완화) 기류에 위기감을 느낀 팔레스타인의 강경 돌파구로 풀이된다. 

이슬람 수니파의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안보 보장을 전제로 미국과의 빅딜을 통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시사하면서 팔레스타인의 고립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사우디를 구심점으로 향후 아랍권 질서가 재편된다면 팔레스타인의 입지는 물론 이슬람 시아파의 패권국으로서 이란의 지배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기에 대 이스라엘 전선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번 대규모 무력 충돌은 국제적인 환기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재에도 사우디와 대척점에 서서 핵 무력 완성을 노리는 이란은 하마스보다 강력한 레바논 내 시아파 무력 정파 헤즈볼라를 지원하면서 50년 만의 이번 대규모 기습을 준비했다는 WSJ의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스라엘의 보복 전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의 대응도 강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그간 공을 들린 ‘중동 데탕트’ 성과가 무위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이란의 석유수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사실상 용인해 왔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이란 제재를 다시 강화할 수도 있다.

물론 이란이 이스라엘 침공의 배후에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경우다. 시장에서도 이란의 석유 수출길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고, 배럴당 100달러 재돌파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ING 애널리스트들은 "이란 개입에 대한 보도가 사실로 밝혀지면 미국이 이란에 대해 석유 제재를 더욱 엄격하게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는 원유 가격의 재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CBA(호주커먼웰스은행)의 비벡 다르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이 이란과 직접적으로 연루된 증거를 발견하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즉각적으로 줄이는 것이 현실이 될 것"이라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전쟁이 하루 최대 2000만배럴로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 지역 전반으로 확대된다면 원유 수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란의 일일 원유 생산은 300만배럴 이상이며, 수출은 하루 200만배럴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의 사울 카보닉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BBC에 "만약 분쟁이 하마스 공격을 지원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란을 에워싸게 된다면 글로벌 석유 공급의 최대 3%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전쟁과 유가' 보고서에서 "이란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200만배럴 감소한다면 원유 재고는 6000만배럴 줄어들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는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일쇼크 이후 국제유가의 주요 변곡점 [자료=대신증권 제공]  
오일쇼크 이후 국제유가의 주요 변곡점 [자료=대신증권 제공]  

50년 전 대 이스라엘 기습전으로 시작되고 충돌 규모의 유사성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오일쇼크 재현 우려보다는 이란의 공급 이슈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따르는 이유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경계해야 할 부분은 이란의 원유 공급에 있다"며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이란의 원유 수출(대중국)을 암묵적으로 용인했다. 미 공화당(야당)과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직접적 개입을 막론하고 배후에 이란이 있다면 이들의 원유 수출 경로를 추적해 틀어막아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1차 오일쇼크 재발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 통제 재강화와 이란 핵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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