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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물가·무역수지 옥죄는 '고유가 리스크'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9.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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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하반기 회복이 절실한 우리나라 경제에 다시 ‘고유가 리스크’가 밀려들고 있다.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 안팎의 고공행진으로 국내 경기 둔화의 불씨를 키웠던 국제유가가 올 하반기 들어 다시 요동치더니 이달 들어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면서 국내 물가 진정세와 무역수지 개선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커진다.

산유패권국의 감산 연장에 원유 재고 부족 우려가 더해지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당분간 커질 것으로 예상돼 한국 경제 회복 경로도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들어 25%가량 상승한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의 상방 압력을 높이고, 원유 수입 감소 폭을 둔화시켜 수출 장기 부진 속에도 어렵게 흑자로 돌아선 무역수지 개선을 제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원유 시장의 재고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연고점을 경신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원유 시장의 재고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연고점을 경신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수입물가가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오름세를 키웠다. 한국은행이 13일 내놓은 8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 100 기준)는 135.96으로 7월(130.21)보다 4.4% 올랐다. 

전월 대비 기준 수입물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였던 5월(-3.1%)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데 이어 6월(-3.9%)에도 내림세를 보였다. 80달러대로 높아졌던 7월(0.2%) 상승 전환한 뒤 두 달째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상승 폭도 지난해 3월(7.6%) 이후 17개월 만의 최대치로 커졌다.

원재료는 광산품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7.2% 올랐는데, 광산품 가운데 원유가 10.2%나 뛰었다. 중간재도 석탄·석유제품(13.7%)을 중심으로 3.7%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6월 평균 배럴당 74.94달러에서 7월 평균 80.45달러, 8월 평균 86.46달러, 9월 90.82달러(12일 기준)로 계단식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물가를 자극하는 국면이다. 

지난해 상반기 두바이유가 평균 101.20달러를 기록할 만큼 국제유가가 치솟은 데 비해 올해 상반기에는 하락세(평균 78.94달러)를 보인 데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물가가 안정세를 찾는 듯했지만, 다시 고유가에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입물가는 통상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4%로 반등한 터라 향후 물가 연착륙도 지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0~6.3%에서 횡보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분기 저성장(0.2%), 4분기 역성장(-0.3%)으로 이어졌던 지난해 하반기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96.41달러였다.

국제유가는 무역전선에도 먹구름을 드리운다.

지난달까지 11개월째 수출 감소세가 이어진 가운데 무역수지는 지난 6월부터 석 달째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덕에 나타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 논란도 여전하지만, 원유값 상승 영향은 이달 초순 무역통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연간 14.5%, 지난달만 해도 12.8%로 가장 큰 품목인 원유의 감소세가 둔화한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입 통계(통관기준)에서 원유 수입은 10.2% 줄었는데,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의 감소 폭(-45.5%)의 4분의 1 수준이다. 7월(-45.8%), 8월(-40.3%) 월간 내림 폭과 견줘봐도 원유 수입 감소세는 크게 둔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수입 감소율도 이달 초순 -11.3%로 떨어졌다. 7월(-25.4%), 8월(-22.8%)의 내림 폭과 비교해 반토막 난 수준이다.

중국 경기 부진, 반도체 업황 회복 지체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수출 조기 개선이 어려운 만큼 당분간 ‘불황형’으로나마 수입 감소 폭에 기댄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이달 초순까지 누적된 무역적자(–254억달러)의 빠른 축소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물가지수 추이 [지료=한국은행 제공]
수입물가지수 추이 [지료=한국은행 제공]

이렇듯 하반기 경기 회복에 변수로 다시 떠오른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게 문제다. 글로벌 원유 재고가 감소해 공급 부족이 초래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100달러대 복귀 예상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국제원유의 벤치마크인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2.06달러로,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88.84달러로 거래를 마쳐 각각 연고점을 물론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도 92.34달러로 5거래일째 90달러대를 유지하며 역시 10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보였다.

글로벌 원유 공급 둔화로 재고 하락이 예상된다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가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연고점을 경신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IA는 이날 단기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5일 국제유가를 연고점으로 끌어올린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발표를 반영해 지구촌 원유 재고 감소량이 3분기 하루 60만배럴에 이어 4분기에도 2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종전 배럴당 86달러에서 93달러로 높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이날 공개한 월례 보고서에서 세계 경기 회복세에 따라 4분기에 글로벌 원유 시장은 일일 330만배럴의 공급 부족을 맞을 것으로 내다보자 시장의 수급 불안 우려가 원유값 앙등에 반영됐다. EIA와 OPEC의 공급 부족 규모는 격차가 크지만, 재고 감소에 따른 유가 상승의 불가피성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전망은 세계 경기 회복과 맞물려 다소 온도차가 있다.

라쿠텐증권의 요시다 사토루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OPEC의 낙관적 수요 전망과 EIA의 글로벌 원유 재고 감소 예측은 향후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 전망을 강화했다"고 분석하면서도 “중국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하방 압력도 있기 때문에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파생상품 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유럽이나 중국의 거시경제 지표가 개선된다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는 다시 ‘기름’을 붓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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